연장전 돌입한 고려아연 분쟁…사상 초유 머니게임에 승자의 저주 우려도
고려아연을 두고 벌어진 경영권 분쟁이 연이은 ‘공개 매수가 상향’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양측의 투입 자금만 총 5조원이 넘어가면서 누가 이기든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영풍·MBK파트너스(MBK)는 지난 4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가를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재차 상향했다. 영풍·MBK가 고려아연 공개 매수 대금으로 치러야 할 금액은 기존 약 2조27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영풍·MBK는 공개 매수가 상향에 이어 공개매수 청약 수량이 발행주식 총수의 약 7%를 넘어야 사들이겠다는 조건도 삭제했다. 주식 한 주라도 더 모으겠다는 심산이다. 고려아연 측도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연합해 3조1000억원을 공개매수에 쓰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 지분 확보도 치열하다. 영풍·MBK와 고려아연 측은 주당 3만원에 영풍정밀 주식 25%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를 펼치고 있다.
영풍·MBK가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면서 지난 4일 종료 예정이던 공개매수 기간은 이달 14일로 연장됐다. 양측 모두 물러설 계획이 없어 추가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재계에서는 누가 이겨도 막대한 지출 탓에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영풍·MBK와 고려아연의 공개 매수가는 동일하다. 다만 금융계에선 세금 문제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 투자자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청약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아닌 배당소득세가 적용된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면 양도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는 15.4% 적용되고,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어서면 종합과세에 따라 최고 세율이 49.5%에 달할 수 있다.
반면 영풍·MBK 측이 진행하는 일반 공개매수는 0.35%의 증권거래세와 거래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면 된다. 배당소득이 적은 소액 투자자에게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유리할 수 있지만 대형 투자자라면 MBK의 공개매수가 유리할 수 있다.
장 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법적 다툼도 향후 경영권 다툼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영풍·MBK에 대해 경영협력계약 이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며 반격에 나섰다. 영풍정밀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 측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MBK와 김광일 MBK 부회장 등 간의 경영협력 계약 및 금전 소비대차 계약의 이행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풍정밀은 영풍·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3인, 김광일 부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영풍정밀은 경영협력계약 및 금전소비대차계약에 근거해 이번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만큼 이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한 국가핵심기술 판정 안건 심의 결과에 따라서도 향후 영풍·MBK의 고려아연 매각 시 투자금 회수 전략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오는 7일로 예정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김병주 MBK 대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분쟁 관련 주요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각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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