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려고 샀다가 낭패…거품 빠진 중고 시계 시장, 뜨는 '4대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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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럭셔리 중고 시계 시장이 투기 세력이 빠진 자리를 실수요 수집가들이 채우며 '안정적 성장기'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중고 시계 시장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계에서 자신의 만족을 위한 시계로 소비의 중심축이 이동한 한 해"라며 "올해에도 디자인의 희소성과 예술성을 갖춘 독립 시계 브랜드와 빈티지 복각 모델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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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점유율 3.3% 하락…투기 세력 빠져 나가
바쉐론 콘스탄틴·IWC 등 하이엔드로 수요 분산
까르띠에·그랜드세이코 브랜드 존재감 확대
글로벌 럭셔리 중고 시계 시장이 투기 세력이 빠진 자리를 실수요 수집가들이 채우며 ‘안정적 성장기’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투자 수익을 쫓던 ‘에셋 플리핑(자산 되팔기)’ 열풍이 가라앉고, 개인의 취향과 디자인의 우아함을 중시하는 경향이 시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 중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시계 거래 플랫폼 크로노24(Chrono24)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 워치 마켓 리뷰’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지난해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장의 키워드는 ‘우아함(Elegance)’과 ‘전통의 귀환’으로 요약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까지 이어졌던 가격 변동성은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중고 시계는 더 이상 변동성이 큰 자산이 아닌 안정적인 실물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직사각형 케이스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전년 대비 9.3% 증가했으며, 샴페인(+7.9%)과 그린(+9.5%) 등 이른바 ‘주얼리 인접 색상’ 다이얼의 인기가 급등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4개 브랜드는 바쉐론 콘스탄틴, IWC, 까르띠에, 그랜드 세이코다. 이들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롤렉스가 독점하던 시장 점유율을 흡수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가장 압도적인 고가 시장의 승자는 바쉐론 콘스탄틴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전년 대비 거래액이 13.4% 증가하며 하이엔드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대표 모델인 ‘오버시즈’ 시리즈가 수집가들 사이에서 필수 소장 아이템으로 등극하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단순한 스포츠 워치를 넘어 하이엔드 드레스 워치로서의 품격을 갖춘 점이 주효했다.
IWC는 전년 대비 14.4%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IWC의 반등은 기술력과 역사를 중시하는 진성 수집가들이 다시 브랜드로 복귀한 결과다. 특히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소재와 컬러를 도입한 전략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다.

까르띠에는 ‘우아함’ 트렌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전년 대비 8.3%의 성장을 기록한 까르띠에는 특히 ‘산토스’와 ‘탱크’ 등 사각형 케이스 모델이 인기를 끌었다. Z세대가 투박한 스포츠 워치 대신 슬림하고 디자인 중심적인 드레스 워치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까르띠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크로노24는 “까르띠에의 성공은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 디자인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 그랜드 세이코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보고서는 그랜드 세이코를 “동양의 미학을 가진 강력한 파괴자”로 묘사했다. 대표 모델인 ‘스노우플레이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매물 회전율이 급증했다. 스위스 브랜드 일변도였던 중고 시장에서 독보적인 마감 처리와 가성비를 앞세워 북미와 유럽 시장의 실용적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반면,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롤렉스는 거래량 기준으로는 1위를 유지했으나 점유율은 3.3% 하락했다. 이는 가격 거품이 빠지고 투기 목적의 거래가 줄어든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오히려 건강한 시장 정상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롤렉스의 점유율 하락분은 앞서 언급된 4개 브랜드를 포함해 오메가, 튜더 등 다른 브랜드로 고르게 분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중고 시계 시장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계에서 자신의 만족을 위한 시계로 소비의 중심축이 이동한 한 해”라며 “올해에도 디자인의 희소성과 예술성을 갖춘 독립 시계 브랜드와 빈티지 복각 모델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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