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현대차그룹의 야심찬 전기차 전략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수사국(FBI) 등이 합동으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하면서 475명을 체포했고, 이로 인해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타깃이 된 현대차, 미쳤다는 반응
현대차그룹이 55억 달러(약 7조 4천억 원)를 투자해 건설 중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현재 아이오닉5와 최신 3열 전기 SUV 아이오닉9을 생산하는 핵심 거점이다. 2024년 10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 이 공장에서는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단속으로 공장 가동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졌다. 체포된 475명 중 대부분이 한국인 건설 인력으로 알려지면서, 공장 완공 시점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특히 아이오닉5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돼야만 7,500달러의 연방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생산 차질은 곧바로 판매량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이오닉9 출시도 빨간불, 테슬라 웃고 있나?
현대차가 테슬라 모델X와 정면승부를 위해 준비한 아이오닉9의 운명도 위험하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공개된 아이오닉9은 1회 충전 532km의 주행거리와 3열 시트를 갖춘 대형 전기 SUV로, 현대차 전동화 전략의 핵심 모델이다.

하지만 조지아 공장 가동 차질로 아이오닉9의 미국 시장 출시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이는 곧 테슬라 사이버트럭과 포드 F-150 라이트닝 등 경쟁 모델에 시장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으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며 “현대차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조지아주 경제도 직격탄, 한국 기업 투자 위축 우려
문제는 현대차만의 일이 아니다. 삼성SDI, SK온, 한화큐셀 등 다른 한국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지아주에는 현재 약 100개의 한국 기업이 1만7000명 이상을 고용하며 175억 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한국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지아주 풀러 지역의 인구가 최근 4년간 22% 급증했고, 한국 식당도 1곳에서 6곳으로 늘었지만 이번 단속으로 이런 한국발 경제 특수가 끝날 위기”라고 보도했다.
현지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는 열심히 일했고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밀려나는 기분”이라는 분노와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공장 건설과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계속되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맞서겠다던 현대차의 야망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향후 북미 전략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