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AI 투자 예상보다 빨리 둔화될 수도”

이준우 기자 2026. 9. 1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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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 속도 올해 정점으로 완화”

한국은행이 국내 반도체 호황을 떠받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가 빅테크 기업의 외부 자금 의존과 수익성 악화로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10일 발표한 ‘2026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글로벌 AI 투자 증가세가 수요 확대와 기업·국가 간 주도권 경쟁에 힘입어 상당 기간 이어지겠지만, 증가 속도는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글로벌 AI 투자의 약 4분의 3은 미국 빅테크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보기술(IT)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세계 AI 기반 시설 지출 증가율이 올해 61%에서 2028년 19%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산하 기업 분석 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미국·중국 빅테크의 설비 투자 증가율이 같은 기간 95%에서 1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막대한 투자비에 비해 수익 창출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저가형 오픈소스 모델 확산으로 가격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빅테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 일부 기업은 부도 위험에 대비한 보험료 성격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상승했다.

한은은 엔비디아 등이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에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판매자 금융’이 1990년대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금융 여건이 악화되고 실제 수익 창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AI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상반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1.9%에 달했다. 한은은 늘어난 기업 이익과 가계 소득이 소비와 주택 구매로 확산해 물가와 금융 불균형을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화성 동탄·용인·수원 영통 등 ‘반도체 벨트’의 집값 상승세도 확대됐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명목 소득이 이 정도로 늘어나는 것은 1970년대 고도 성장기 이후 처음 겪는 일”이라며 “고도 성장기에나 나올 법한 숫자들이 나오면서 소비와 자산 시장 등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수치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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