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95년 여름 뇌병변 장애인 이규식과 함께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한 청년과 그들을 태워준 택시기사를 찾습니다.
“제주도 가시는 겁니까?”
부탁도 안 했는데, 한 20대 청년이 이규식의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다. 그 청년은 계단형 승선 입구에선 승무원과 함께 이규식의 휠체어를 번쩍 들어 옮겼다. 그 청년 덕에 무사히 제주행 배를 탔다. 이윽고 배가 항구를 떠났다.
생애 처음으로 망망대해에 선 이규식. 밤바다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계단과 문턱이 많았다. 그때 그 청년이 또 나타나 이규식의 휠체어를 갑판까지 밀어줬다. 바다엔 불을 켠 어선, 하늘엔 별이 반짝…. 그때 청년이 입을 열었다.
“제주도에 여행 가는 길인데, 하루 일하고 하루 놀고 이렇게 할 계획이에요. 돈이 별로 없어서요.”
그때 이규식의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돈을 댈 테니 3박 4일간 저랑 같이 여행합시다.”
청년은 휠체어에 앉은 이규식을 훑어봤다. 많이 난감 했는지 청년은 선뜻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규식의 가슴에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 청년을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내가 밥 사주고, 재워주고, 술도 사줄게요. 나랑 같이 여행합시다. 나 좀 도와줘요…. 우리 같이 다녀요…. 네?”
몇 번 설득 끝에 청년이 “오케이” 했다. 이규식의 눈에 청년의 얼굴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배는 제주항에 닿았다. 청년은 휠체어를 밀고 뭍으로 내렸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 이규식과 낯선 청년의 제주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중략)
이규식은 우연히 만난 그 청년을 자기를 바꾼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세상으로 나와도 괜찮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야. 그 청년 덕에 내가 세상으로 나온 거야. 진짜 고마워. 이름도, 나이도 잊었는데 꼭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어.
당신 덕에 인간답게 살고 있다는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 내가 이동권 투쟁하면서 뉴스에 많이 나갔으니까, 어쩌면 그 청년을 날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꼭 만나보고 싶네. 박 기자, 어떻게 좀 찾아줄 수 없어?”
https://www.neosherlock.com/archives/21973
취재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그래픽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전문 읽어봤는데 너무 감동적임 한번 읽어봐
꼭 찾으셨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