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너무 가볍습니다.
일본 카와사키 중공업이 1988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30년 넘게 잠수함용 디젤 엔진의 연비 성능 데이터를 조작해온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여기에 별도로 유지보수 계약을 이용한 뒷돈 조성, 해상자위대원 금품 제공 스캔들까지 터졌는데요. 일본 방위성이 내린 처분은 고작 2.5개월(75일) 입찰 자격 정지였습니다.
해외 밀리터리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일본 국내에서도 "이 정도면 사실상 면죄부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66대 엔진, 30년 조작..."문제없다"는 결론
지난 12월 26일 발표에 따르면, 카와사키 중공업은 방위성에 납품한 잠수함용 디젤 발전기 엔진 총 66대에서 연료 소비율 데이터를 조작했습니다. 문제는 그 기간입니다. 1988년부터 시작됐으니 33년간 지속된 조직적 불법행위입니다.
더 놀라운 건 방위성의 결론입니다. "안전성과 작전 성능에는 영향이 없다"며 사실상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형사 처벌은커녕 행정 제재로만 사건을 정리한 겁니다.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가 운용 중인 잠수함 25척 대부분이 카와사키 엔진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소류급, 타이게이급 등 일본이 자랑하는 최신예 잠수함들이 모두 이 "조작된 데이터"로 검증받은 엔진을 쓰고 있었던 겁니다.

동시에 터진 '뒷돈 스캔들'
엔진 데이터 조작과 별개로, 더 충격적인 유착 구조도 드러났습니다. 카와사키는 잠수함 유지보수 계약과 관련해 하청업체와 가상 거래를 만들어 불법 자금을 조성했고, 이 돈으로 해상자위대원들에게 게임기, 골프백, 시계 등 개인 물품을 제공했습니다.
총액은 약 116만 엔(약 1,000만 원). 물품을 받은 자위대원 11명이 징계를 받았지만, 최고 처벌은 15일 정직에 불과했습니다. 8명은 감봉 수준으로 끝났습니다.
이 슬러시 펀드는 별도 조사에서 40년 이상 지속되었고 총 17억 엔 규모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처벌은 이 정도였습니다.

"30년 불법 = 75일 정지?"...솜방망이 논란
한국 밀덕 커뮤니티는 물론 해외 방산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이 정도면 안 걸린 게 손해 아니냐"
레딧의 LessCredibleDefence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performative punishment(형식적 처벌)"라고 표현했습니다. 30년 이상 지속된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치고는 지나치게 가볍다는 것이죠.
실제로 카와사키는 원래 더 긴 정지 기간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자진 신고"를 감안해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스스로 털어놨으니 봐준다는 논리입니다.
과거 2013년 육상자위대 헬기 개발 입찰 담합 사건 때도 카와사키는 2개월 정지를 받았습니다. 이번이 조금 더 길긴 하지만, 불법의 규모와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동일 수준입니다.

독과점 구조가 만든 '어쩔 수 없는 관용'
왜 이렇게 처벌이 가벼울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대체 업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 잠수함은 카와사키 중공업(KHI)과 미쓰비시 중공업(MHI) 단 2개 업체만 건조합니다. 실질적 듀오폴리(2사 독과점) 구조죠. 더 심각한 건 엔진입니다. 모든 잠수함에 들어가는 디젤 엔진은 카와사키가 사실상 독점 공급합니다. 미쓰비시가 잠수함 본체를 만들어도 엔진은 카와사키 것을 씁니다.
강하게 처벌하면? 차세대 잠수함 개발 계획 자체가 차질을 빚습니다. 방위력 강화는 뒷전이 되는 겁니다. 일본 방위성은 결국 "없어서 못 쓴다"는 논리로 솜방망이 처벌을 선택한 겁니다.
한국 밀덕들 사이에서는 "방산 선진국이라더니 결국 구조는 똑같네", "우리도 비슷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지 않나"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뢰는 회복될 수 있을까
카와사키 중공업 사장 하시모토 야스히코는 성명을 통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30년을 그렇게 해왔다는 사실 앞에서 공허하게 들립니다.
문제는 하나의 기업이 아닙니다. "이 정도는 넘어간다"는 일본 방산 행정의 구조적 관용 문화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처벌은 끝났지만, 신뢰 회복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