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1인분이라고?” 미국이 비만해진 이유

이 사진을 보라. 미국에서 1인분 메뉴를 주문하면 나오는 어마무시한 음식 양. 미국에 살거나, 미국을 한번이라도 가본 왱구님이라면 공감할 거다.

양도 많은데 음식은 대체로 많이 달고, 짜고, 기름지다. 미국인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많이 먹게 된 걸까? 유튜브 댓글로 “미국은 1인분 양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일단 팩트체크부터.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의 1인당 하루 칼로리 공급량은 약 3880칼로리로 세계 최상위권이었다.

전 세계 평균(약 2960칼로리)과 비교하면 1.3배 이상 많다. 아프리카와 비교하면 1.5배 수준. 이 수치는 실제 섭취량이 아니라 ‘인간에게 이용 가능한 식품 공급량’을 의미하지만, 그만큼 풍족한 식문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 많이 먹게 된 걸까?

첫째, 1인분 자체의 양이 점점 커졌기 때문. 미국의 ‘스몰 사이즈’는 이미 다른 나라의 ‘라지’ 수준이다. 맥도날드 음료를 놓고 봐도 미국의 스몰 사이즈가 영국의 스몰 제품보다 거의 2배 크다. 그러니까 애초에 조금만 먹기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

미국 뉴욕대 연구에 따르면 현재 미국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식품은 과거보다 2~5배가량 커졌다.또 거의 모든 제품의 1회 제공량이 미국 농무부(USDA)와 식품의약국(FDA)의 표준 기준을 이미 초과했다. 결국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돼 버린 것.

왜 이렇게 된 걸까?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식품업계 내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고,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점점 더 큰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초대형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1980년대부터는 식품업계가 ‘대용량 = 가성비’라는 마케팅을 도입하면서 소비자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 미국 사람들이 큰 사이즈를 ‘정상’으로 느끼게 된 거다.

둘째, 비싼 건강식. 미국에서는 칼로리 밀도가 높은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가 저렴하고, 신선한 과일·채소 등 건강식은 가격이 비싸다. 이 때문에 특히 저소득층은 ‘양 많고 값싼 고칼로리 음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경.

미국 일부 지역에선 이른바 ‘식품 사막(food desert)’ 문제도 심각하다. 너무 큰 땅 덩어리 때문.

[Ken Kolb 미국 퍼먼 대학교 교수]

(식품 사막 지역의 경우) 가까운 곳에 식료품점이 없어서 반 마일(약 0.8km) 이상 걸어가야 하는데,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건강한 식재료를 구하기조차 어려워지죠.

이런 미국인의 식습관은 결국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 성인의 약 75%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또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만 연간 17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0조원이나 소요되는 중.

물론 미국 정부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미국 농무부는 164페이지짜리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서’를 발표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인분 사이즈의 함정’이라는 안내 자료를 만들어 미국인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덜 먹을 수 있는지 조언하고 있다.

아쉽게도 미국 당국의 노력은 상술에 묻히고 있다. 미국 음료업계는 당국의 권고에 맞춰 ‘작은 사이즈’를 내놓는 척하면서 더 큰 사이즈도 동시에 출시했다. 작은 병은 오히려 온스당 가격이 더 비싸니까, 소비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큰 사이즈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됐다.

미국인이 많이 먹는 이유는 단순한 개인 의지 문제도 있겠지만, 사회 구조의 영향도 컸다. 1인분 사이즈부터 가격 구조, 마케팅 전략까지 모든 요소가 ‘많이 먹게’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남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어느샌가 편의와 마케팅이 지배하게 된 한국의 식탁도, 점점 미국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