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면담' 앞두고 친한·친윤 신경전…"김건희 대책 나와야" vs "야당 대표냐"

한예섭 기자 2024. 10. 2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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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 韓에 공세 집중 "대통령으로 인정 안 하나", "대통령 면담이 담판 짓는 자리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이 예정된 21일, 여당 내 친윤계와 친한계가 오전부터 대리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친윤계는 한 대표가 대통령 영부인 문제에 대해 연일 공개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이나, 대통령과의 회동에 당대표비서실장을 배석시키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일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 등 거세게 압박했다.

친한계 지도부 인사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21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1월 첫 주말부터 서울 도심에서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한다고 했다"며 "민주당이 이런 폭거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할 수 있는 것은 김 여사를 앞세워서다. 오늘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난다. 민주당의 이런 반민주 폭거에 우리 당과 지지자들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김 여사 논란의 근본 대책이 나오길 간곡히 바란다"고 했다.

이날 오후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에선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 해소 3대 요구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여당 최고위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에서 △'한남동 라인' 관련 대통령실 인적쇄신 △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을 위해 '필요한 절차'에 대한 김 전 대표의 적극 협조 등 김 전 대표와 대통령실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선 한 대표의 요구사항이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해지는 이날 면담이 당정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한 대표에 대해서 대통령실이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다든지 너무 소극적으로 반응한다면 결국 굉장한 후폭풍이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후폭풍'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지금 민주당이 객관적으로 볼 때 말도 안 되는 특검법을 또 3번째 발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이것에 대해 동요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숫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면담의 향방에 따라 친한계를 중심으로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친윤계에서는 "(면담) 전망은 그렇게 밝지 못하다"며 '한동훈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같은 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를 겨냥 "(대통령과 당 대표가) 인간적인 신뢰를 넘어서서 정치적인 신뢰가 있어야 되는데 (한 대표 행보는) 아마 거꾸로 '내가 잘되기 위해서 당신은 좀 죽어달라' 이런 류의 그런 요구"라며 "그것은 잘 성사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과거 수많은 정치적인 만남과 또 회담이 있었지만 그것이 잘 성사되지 않는 대부분은 만나서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를 남기는 것이 오히려 중요한 목적이었던 경우"라며 "특히 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요구할 때는 대부분 '내가 대통령한테 이만큼 이야기했는데도 수용하지 않더라' (라고 한다)"고 말해 거듭 한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한 대표의 '김건희 3대 요구'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고 다만 '대통령께 충분히 말씀드렸다' 이 정도라면 대통령도 심사숙고할 그런 시간이 있었을 텐데 지금 사실은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할지 그것만 남아 있다"며 "명태균 사태는 계속 진행 중이고 또 야당의 공세는 계속 진행 중이고 특검법은 이제 나올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어떤 조치를 쉽게 결론을 내리기 좀 어려울 가능성도 많다"고 부정적으로 평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면담이 독대 형식이 아닌 비서실장 배석 면담으로 진행되는 데 대해 "대통령께서 독대를 하면서 비서실장을 배석시키니까 (한 대표도) 그에 대해서 '우리도 비서실장을 데리고 가겠다'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건 사실 대통령을 국가원수 내지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배석자가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인데 '그쪽만 증인이 있으면 되냐' 이런 투의 말씀"이라며 "야당 대표도 통상 그렇게 잘 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 얘기를 듣고 약간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강승규 의원도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이날 진행될 면담과 관련 "집권 여당의 대표는 정부와 함께 야당을 견제하고 설득하는 자리"라며 "대통령과의 회동 역시 신뢰를 기반으로 국정운영의 지혜를 모으는 자리이지, 담판 짓듯 승부의 결과를 내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강 의원은 "대내외적 위기일수록 정부-여당은 흔들림 없이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만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한 대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대통령과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고 썼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멈추고 당정일체 기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한편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석상에서 면담과 관련 "'김건희가 죽어야 한동훈이 산다, 김건희가 살면 한동훈 죽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까지 (면담에 대한) 다양한 발언이 쏟아진다"면서 "한 대표께서 윤 대통령을 만나면 '김건희 특검을 받아들이는 대신 김정숙·김혜경 여사 특검을 하자'는 제안을 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경총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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