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엔 하회탈 뜨고 ‘강강술래’ 안무… 13만이 “지화자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
지난 11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운동장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대표곡 ‘아이돌(IDOL)’의 한국적인 박자에 맞춘 행진식을 벌였다. 가마 위에 리더 RM을 앉힌 채 나타난 6명의 멤버가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원형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댄서들은 BTS의 최신 앨범 ‘아리랑’ 상징 로고를 새긴 깃발을 치켜든 채 뒤따랐다. 공연장 중앙 대형 전광판에는 경복궁을 상징하는 미디어 아트가 반짝거렸다. 객석을 메운 아미(ARMY·BTS 팬덤명) 4만4000여 명은 노래 가사에 맞춰 “지화자 좋다!”를 외쳤다.
BTS는 9·11·12일 사흘 동안 이곳에서 관객 13만2000명과 함께 최근 발매한 5집 ‘아리랑’을 세계에 소개하는 월드투어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일본, 북미, 유럽, 남미, 아시아 34개 도시에서 85회 공연을 이어간다. 한국 가수 단일 투어 기준으로 최다 회차.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갖고 있는 세계 최대 공연 수익 기록을 넘어설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흘 내내 공연장 바깥에선 티켓을 구하지 못한 세계 각지의 팬들이 바깥으로 새어나오는 소리라도 ‘귀동냥’하려는 듯 아미봉(BTS 전용 응원봉)을 들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BTS 멤버들은 이번 공연에서 군무(群舞)를 확 줄였다. 약 2시간 20분간 부른 22곡의 노래 중 ‘마이크 드롭(MIC DROP)’과 ‘다이너마이트(Dynamite)’ 2곡을 제외하면 이른바 ‘칼각’ 군무를 전곡에 걸쳐 보여준 곡이 없었다. 멤버들이 “지나가던 옆집 강아지 철수도 아는 바로 그 노래”라고 소개한 대표 히트곡 ‘버터(Butter)’는 후렴구 일부분만 군무로 선보였다. 현장에서 즉석 노래 신청을 받아 ‘DNA’를 부를 때는 잠시 군무를 추다가 “(안무가) 10분의 1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멈추기도 했다.
멤버들은 이번 공연에 대해 “2.0 버전의 BTS”라고 했다. RM은 “저희가 ‘2.0’(아리랑 수록곡) 노래도 내고, 많은 변화를 보여드렸다”며 “저희가 다 서른 살(한국 나이 기준)이 넘었다. (이번 변화는) 저희가 이 일을 오래도록 같이 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조금 더 믿어주시고, 너그러이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아미들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연 첫 곡 ‘훌리건(Hooligan)’에선 성화 봉송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연막탄을 든 댄서 한 명이 맨 먼저 달려나왔는데, 그 모습만으로 아미들은 목이 터져라 ‘BTS’를 연호했다. 전체 공연곡에선 아리랑에 실린 신곡 총 15곡 중 성덕대왕신종 소리가 담긴 ‘No.29’와 ‘원 모어 나이트’를 제외한 13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 전통을 강조한 공연이기도 했다. 대기 시간에 한국 궁중 음악을 틀었고, 공연이 시작되자 하회탈·자개무늬·한지·수묵화 등을 활용한 한국적 LED 소품이 무대를 채웠다. 객석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중앙 무대는 경회루를 모티브로 삼은 정자 형태였고, 여기에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활용한 돌출 무대가 네 갈래로 연결됐다. 노래 ‘2.0’ 도입부에선 이 무대를 활용해 빨강과 파랑 가운을 걸친 댄서들이 거대한 태극 무늬를 만드는 집단 율동을 선보였다.
BTS 공연에서 처음 시도된 360도 무대는 참신했지만, 시선이 분산되며 시각적 전달력에서 다소 한계를 보였다. BTS 측은 취재진에게 공연 시작 전 노래 ‘메리고라운드(Merry go round)’에선 ‘승무’, 민요 ‘아리랑’을 삽입한 노래 ‘바디투바디(Body to Body)’에선 ‘강강술래’에서 착안한 안무를 선보인다고 알렸지만 이런 부분이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 전통문화를 삽입한 연출을 시도하면서 ‘아리랑’ 앨범에서 가장 한국적인 소리로 평가받은 성덕대왕 신종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BTS와 한국의 전통 문화가 향후 세계 34개 도시로 뻗어 나간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날 공연장에는 BTS 상징색인 보라색을 쓴 한복, 비녀, 머리댕기 등으로 한껏 꾸민 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공연장에서 만난 미국 보스턴 출신 테일러 루이즈(Taylor Ruiz·37)씨는 “미군 공군기지에서 일하는데 이번 공연을 보기 위해 휴가를 냈다”며 “앨범에 수록된 ‘아리랑’ 민요를 미리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국 전 한국 한복집에 온라인 주문해 제작한 한복 차림을 한껏 뽐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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