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뮬레이션에 살고 있다고?
1. 우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살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운명'이라는 단어가 지속적으로 쓰이고 있다. 단순히 연인 사이의 로맨틱한 운명을 넘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전부 정해져 있다는 운명론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논의되어오고 있는 주제다. 서양철학에서는 플라톤의 이데아, 동양철학에서는 장자의 호접지몽이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 운명론은 현재 과학과 만나며 자유의지로 확장되어갔다. 이후에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이 등장하며, 우리 세계가 하나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루어졌다는 가설까지 등장하고 있다. 오늘은 이 운명론의 흐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한 줄 요약 : 운명론의 흐름을 따라 시뮬레이션 우주론까지 알아보고자 한다.
2. 플라톤 이데아론 (서양철학)
플라톤은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다. 그의 대표적인 철학은 '이데아론'이다. 이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불완전한 현실 너머에 영원하고 불변하는 진리의 세계가 존재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데아론은 플라톤의 저서 <국가론>에서 동굴의 비유를 통해 설명되어 있다.
동굴의 비유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태어날 때부터 온 몸이 묶인 채 평생을 컴컴한 동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보자. 그들 뒤에서는 횃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고, 그로 인해 바깥세상의 그림자가 동굴벽에 비친다. 동굴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이 그림자만이 진짜 세계라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진짜 세계는 동굴 밖에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또한 불변하는 진짜 세계인 이데아의 그림자만 보며 살아가고 있다. 이 그림자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이고, 우리는 그 세계만이 진짜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현실 너머에 있는 이데아만이 절대적이고 불변하는 진리의 세계다.
플라톤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영혼은 원래 이데아의 세계에 있었지만, 육체를 갖고 이를 망각한 상태로 지상에서 태어난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의 경험에서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남아 있는 이데아의 기억을 떠올림으로 인해 지식을 얻게 된다." 즉 현실은 이미 이데아에서부터 정해져있는 것이다.
- 한 줄 요약 : 현실세계는 이데아의 그림자일 뿐이다.
3. 장자의 호접지몽 (동양철학)
동양에서도 장자의 호접지몽이라는 비슷한 예가 있다. 호접지몽은 장자의 꿈에 관한 이야기다. 장자는 꿈에서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고 있었다. 이후 꿈에서 깬 뒤, 자신이 나비가 아닌 인간인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때 장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지금 내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이는 나비의 꿈과 나의 꿈이 결국에는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만물에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나와 나비, 꿈과 현실, 죽음과 삶은 구별되지 않는다.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눈으로 보고 생각으로 느끼는 모든 것들은, 한낱 만물의 변화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만이 진짜가 아니다.
장자는 좌망(坐忘)과 심재(心齋)라는 수양법을 강조했다. 이를 쉽게 표현하자면, 모든 것을 비워내고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삶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자연은 이미 필연적으로 결정되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수양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장자는 그의 부인이 죽었을때도 기쁘게 노래했다고 한다. 이 또한 자연의 흐름이기에, 인간이 슬퍼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라톤과 장자의 핵심 내용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만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세계는 우리가 현재 보고 느끼고 있는 이 세계가 아닌,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따로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이다.
- 한 줄 요약 : 모든 것은 이미 필연적으로 결정되어있다.
4. 시뮬레이션 우주론
플라톤과 장자의 철학이 현대에 들어 과학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시뮬레이션 우주론'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설이다. 이는 현재 학계에서 진지하게 논의 중이다. 실제로 2016년 아이삭 아시모프 기념 토론회에서, 세계 유명 과학자들이 모여 해당 이론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천재 과학자이자 테슬라의 CEO로도 유명한 일론 머스크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가상세계가 아닐 확률이 10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일지도 모른다.
해당 가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스웨덴의 철학자이자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인 닉 보스트롬이다. 그는 이 시뮬레이션 가설을 세 가지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1)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문명은 언젠가 인공의식이 포함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구축할 것이다.
(2) 그러한 문명은 이런 시뮬레이션들을 연구나 오락의 목적으로 수십억, 수백억개를 실행시킬 것이다.
(3) 시뮬레이션 내의 개체들은 그들이 현실세계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생활할 것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과학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컴퓨터 기술 또한 계속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진짜 세계와 같은 시뮬레이션을 컴퓨터로 돌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궁금증으로 과거 선사시대를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볼 수 있다.
우리는 기술이 발전하면, 과거 조상들의 삶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볼 것이다.
그럼 그 시뮬레이션 안에 있는 사람들의 과학 수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발전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그들도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단계까지 발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럼 그 시뮬레이션 세상 속에 또 다른 시뮬레이션이 탄생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 하나일지도 모른다는게 바로 시뮬레이션 우주론이다.
앞서 일론 머스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가상 세계가 아닐 확률은 100만분의 1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뮬레이션을 한 번 돌리면, 결국 그 안에서 또 다른 시뮬레이션이 등장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시뮬레이션이 계속 반복되면, 결국 몇백만개의 시뮬레이션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확률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가장 처음으로 시뮬레이션을 만든다는 건, 거의 100만분의 1의 확률인 셈이다.
시뮬레이션은 계속 반복해서 만들어질 것이며, 결국 우리 또한 그 중 일부일 확률이 높다.
해당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증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은 짧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론이다. 따라서, 지금은 이것만 알아두자. "양자역학에 따르면 아주 작은 미시 세계의 대상들은 우리가 보는지, 보지 않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도출한다." 예를 들어 작은 입자인 소립자들은 평소에는 물결과 같은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우리가 관측하기 시작하면 공 모양의 '입자'가 된다. 즉 우리가 무엇을 관찰하게 되면 해당 입자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다. 이는 관측에 의해 자연현상이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양자역학이란 우리가 관찰하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따라 작은 입자들의 형태가 변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관찰하기 전까지는 물체가 아닌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는 컴퓨터 사용량이 최적화되기 위한 환경과 같다.
쉬운 설명을 위해 게임에 비유하고자 한다. 게임에서는 우리가 움직이는 캐릭터가 새로운 장소에 갈 때, 그제야 그 장소에 있는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반대로 우리가 그곳을 발견하지 않다면, 그곳은 그냥 정지된 암흑의 상태로 존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또한 이러한 원리로 돌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 양자 얽힘 또한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뒷받침하지만, 이는 짧게 설명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개념이니 여기까지만 설명하고자 한다.
양자역학이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뒷받침하는 이론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로는, 최근 인간이 실제로 살아있는 생물을 프로그램화했다는 점이다.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생물은 지렁이처럼 단순한 구조에, 몸길이가 1mm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인류는 이 생물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세포의 숫자와, 신경세포인 뉴런, 감각기관과 근육의 연결 상태까지 모두 알아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물리엔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예쁜꼬마선충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러자 특별한 알고리즘을 입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 선충은 실제 예쁜꼬마선충처럼 움직이고 이동했다. 이는 만약 인간이 인간 구조를 100% 파악한다면, 인간 또한 프로그램으로 완벽히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인간은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생명체를 프로그램으로 완벽히 구현해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은, 우리보다 더 초월적인 생명체에 의해 만들어진 프로그램 세계 속의 삶일지도 모른다. 결국 삶이란 단순히 프로그램인 것이다. 운명론과 연결짓는다면, 결국 우리 운명은 이미 정해져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구현된 삶이기 때문에, 그 속에 있는 우리는 철저히 계산된 범주 안에서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 한 줄 요약 :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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