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했는데 또 결제?”… 개미지옥 된 구독서비스
10명 중 4명 “해지 어려웠다”
‘500만원’ 솜방망이 처벌 그쳐
‘다크 패턴’ 근절 대책 마련을

기존에 이용하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해 웹툰,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까지 더 나은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 회원 탈퇴를 했지만, 다음달에도 요금이 그대로 빠져나간 것이다. 당황한 김씨는 알림을 확인하자마자 고객센터에 연락해 해지를 요청했고, 복잡한 절차를 거친 끝에야 결제된 금액들을 겨우 환불받을 수 있었다.
#.A(58)씨는 최근 회원 탈퇴한 웹툰 플랫폼에서 1만6500원이 자동 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7일 무료 체험’을 내세운 뒤 별도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유료로 전환되는 구조지만, 관련 안내가 작게 표시돼 있어 매월 자동 결제가 이뤄진다는 점을 인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뒤늦게 플랫폼 대표전화로 해지를 시도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는 등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A씨는 “검색해보니 해당 플랫폼뿐 아니라 구독 서비스 전반에서 비슷한 사례가 많더라”며 “가입은 쉽게 유도하면서도 해지는 어렵게 만드는 운영 방식 때문에 소비자들은 시간 낭비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기 결제를 기반으로 한 ‘구독 경제’가 확산하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들이 ‘가입은 쉽게, 해지는 어렵게’ 하는 등 이른바 ‘다크패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디지털 취약계층인 노인층 등에게서 ‘나도 모르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제재 강화와 함께 디지털 소비자 보호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이 공동 발간한 ‘구독경제와 소비자 이슈’ 정책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4년 국내 구독서비스 이용률은 49.4%로 전년(13.1%)보다 36.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공정위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공정위가 1년 이내 구독서비스 관련 문제나 피해를 경험한 소비자 41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공개했다. OTT·음원·전자책·AI·클라우드·멤버십 등 구독 서비스에서 발생한 주요 피해 유형은 해지 절차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37.5%)가 가장 많았고, 결제 단계에서의 추가 비용 발생(34.0%), 거래 정보 제공 미흡(31.0%)이 뒤를 이었다.
피해 소비자들은 평균 5.5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며, 월 평균 4만1853원을 지출하고 평균 34.7개월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을 활용해 소비자 착각이나 부주의를 유발, 불필요한 지출을 유도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같은 방식으로 분류한 다크패턴 유형만 4개 범주,19개 세부 유형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편취형(숨은 갱신, 몰래 장바구니 추가 등), 오도형(거짓 할인, 위장 광고 등), 방해형(취소·탈퇴 방해, 가격비교 방해, 숨겨진 정보 등), 압박형(시간제한 알림, 낮은 재고 알림 등) 등 유형이 있다.
더욱이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다수라 정확한 피해 액수도 산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법 제도는 허술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다크패턴을 적용한 사업자에게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3~12개월 수준의 영업정지 등 제재가 전부인 실정이다. 막대한 과징금으로 기업을 제재하는 해외 사례와 비교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2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으로 사업자는 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특정옵션 사전선택, 취소·탈퇴 방해 등을 하지 않겠다는 자율 규약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사업자의 양심에 기대는 방식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정 한국소비자원 시장감시팀장은 “우리나라의 입법 수준이 외국에 비해 낮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수천억원대 징벌적 손해배상 등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에 가해지는 부담은 낮은 편”이라며 “소비자들이 다크패턴 유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경우 약관 등을 보다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만큼, 관련 교육 확대를 통한 인지도 제고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디지털 취약계층의 피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디지털 교육이 시급하지만, 광주 지역의 교육에서는 ‘다크 패턴’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는 상황이다.
당장, 광주시 5개 자치구에서 ‘정보화 교육’ 등 이름으로 운영 중인 디지털 교육도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AI, 한글·엑셀 등 기기 활용 중심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소비자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지자체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새로운 법 위반 유형인 다크패턴은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더 큰 권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기능 중심의 교육만으로는 실생활 피해를 충분히 예방하기 어렵다”며 “생활 밀착형 디지털 소비자 보호 교육과 상담 연계를 통해 안전하고 공정한 소비가 가능하도록 디지털 포용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박준원 기자 jwpak2@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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