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보다 두 배 빨리 늘어난 가축...커지는 환경 부담

정도영 기자 2026. 7. 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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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가축 수가 인구 증가의 두 배 넘는 속도로 늘고 있다. 세계 인구가 23% 늘어나는 사이 사육 동물은 53% 늘었다. 이런 가운데 가축을 기르고 먹이는 데 필요한 땅과 사료 등도 큰 폭으로 늘면서 환경영향 역시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장식 축산이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서 사육되는 닭 (사진 Ashin/Humane World for Animals)/뉴스펭귄

가축, 인구보다 두 배 빨리 늘었다…1000억 마리 육박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는 23% 늘었다. 같은 기간 사육되는 동물(포유류·가금류) 수는 53% 늘었다. 가축이 늘어난 속도가 인구가 늘어난 속도보다 두 배 빠른 셈이다. 그만큼 가축을 먹이는 데 필요한 땅과 물, 사료와 그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오염물질도 함께 늘었다. 국제 축산업 감시 연합체 '공장식 축산 금융 중단(Stop Financing Factory Farming)'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 '축산업의 길어지는 그림자(Livestock's Lengthening Shadow)'에 담긴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06년 펴낸 '축산업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 발간 20주년을 맞아 나온 후속 연구다. FAO의 2006년 보고서는 축산업이 기후위기, 삼림파괴, 생물다양성 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세계 최초로 종합분석한 자료로 이후 식량·기후 논의의 기준점이 됐다. 이번 보고서는 그 후 20년간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추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618억 마리였던 전 세계 가축 수는 2023년 949억 마리로 늘었다. 보고서는 조만간 1000억 마리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축산 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연간 7.1억 톤에서 8.5억~9.8억 톤으로 늘었다. 개체 한 마리당 환경영향은 사육기술 발전으로 소폭 줄었지만, 마릿수 자체가 워낙 크게 늘면서 전체 환경부담은 오히려 커졌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가축이 늘어나면 그만큼 필요한 사료도 늘어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경작지 면적은 471만㎢에서 600만㎢로 27% 늘었고, 사료로 쓰이는 곡물량은 63% 늘었다. 목초지와 사료작물 재배지를 합치면 현재 전 세계 농경지의 80%가 동물성 식품 생산에 쓰이고 있는데, 정작 이렇게 생산되는 열량은 전체 식량 열량의 18%에 그친다. 넓은 땅을 쓰고도 효율은 낮다는 뜻이다. 사료작물 재배를 위해 숲과 초원이 농경지로 바뀌면서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가축 분뇨와 사료작물 비료에서 나오는 질소도 문제로 꼽힌다. 세계은행이 "질소 오염의 주범"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 비료 사용량은 2005년 9000만 톤에서 2021년 1억900만 톤으로 20% 늘었다. 이 가운데 상당량이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생물이 살 수 없는 '무산소 지대'를 만든다. 질소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배출량도 2006년 4250만 톤에서 2022년 5040만 톤으로 18% 늘었다.
공장식 축산 금융 중단(Stop Financing Factory Farming) 활동가가 금융기업 앞에서 공장식 축산 반대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사진 Stop Financing Factory Farming)/뉴스펭귄

한국도 증가세, 농장 수는 오히려 줄어

축종에 따라 증가폭이 다르지만 한국의 사육동물도 늘어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2006년 1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20년간 국내 소(한우·육우) 사육두수는 202만 마리에서 321만8천 마리로 59.3% 늘었다. 닭(산란계·육계)은 1억1262만 마리에서 1억5048만 마리로 33.6%, 돼지는 938만 마리에서 1072만 마리로 14.2%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사육농가 수는 오히려 크게 줄었다. 한·육우 농가는 19만 개에서 7만 6370개로 59.8% 감소했고, 돼지 농가는 1만1300개에서 5500개로 51.3% 줄었다. 농가는 줄고 사육두수는 늘면서 농가 당 사육두수는 한·육우는 4배(10.6마리 → 42.1마리), 돼지는 2.35배(830마리 → 1948마리) 커졌다. 축산 현장 자체가 소수의 대형 농장으로 집중되는 방식의 집약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셈이다.

암모니아 배출에서도 한국의 축산 의존도는 두드러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위성 관측 자료를 토대로 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간 암모니아 총배출량(24만~35만 톤)의 74.5~83.6%가 농업 부문에서 나오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가축분뇨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전체 배출량 자체는 최근 수년간 크게 늘지 않았지만 국가 전체 암모니아 배출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지속가능 식량 체계 투자로 금융 흐름 바꿔야"

공장식 축산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국내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한국채식연합·한국비건연대 등은 지난 4월 성명서를 통해 "공장식 밀집 사육과 감금틀 사육은 비위생적인 환경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동물들의 면역력과 건강을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건강하게 자라기 어려운 환경에서 분뇨와 오물 등에 노출되면서 조류독감, 구제역, 살충제 계란,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가축전염병 확산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더 싸게, 더 많이 고기를 먹으려는 욕심이 동물들을 공장식 축산이라는 지옥으로 내몰았고, 공장식 축산은 수많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창고이자 생산공장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한국비건연대 대표는 7일 <뉴스펭귄>에 "공장식 축산 금융 중단(S3F)의 지적에 동의한다"면서 "날이 갈수록 폐해가 심각해지는 공장식 축산에 대한 자금지원을 하루빨리 중단하고 식물성 산업·삼림 복원사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참여한 국제 동물복지단체 '컴패션 인 월드 파밍(CIWF)'의 피터 스티븐슨 수석정책고문은 "축산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되돌리려면 집약적 육류·유제품 생산을 줄이고, 화학비료·농약 사용을 최소화하는 농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FAO 보고서가 390쪽 분량 중 동물복지를 단 세 차례만 언급했다는 점도 지적하며 "이후 20년간 동물복지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시네르히아 애니멀(Sinergia Animal)'의 메렐 판데마르크 동물복지·금융 총괄은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이 공장식 축산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금융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