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자고 간 방 이불을 개려고 했는데..” 베개 밑에서 발견한 것에 그대로 오열했다

손주가 하룻밤 자고 간 다음 날, 72세 할머니는 평소처럼 이불을 정리하려고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그 아래에 놓인 낡은 봉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봉투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할머니 혼자 있을 때 읽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봉투를 열어본 할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손주가 처음으로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간 날

할머니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5년째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는 맞벌이로 바빴고 손주 역시 학교와 학원을 다니느라 자주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예전에는 주말마다 북적이던 집이었지만 이제는 하루 종일 텔레비전 소리만 들리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금요일, 중학교 1학년 손주가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반가운 마음에 손주가 좋아하는 불고기를 만들고 오래된 이불을 꺼내 햇볕에 말렸습니다. 저녁을 먹은 뒤 손주는 할머니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가 문득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밤에 혼자 있으면 안 무서워?"
할머니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 나이에 뭐가 무섭겠니. 혼자가 편하지."
하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할머니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은 밤이었습니다. 불을 끄고 누우면 집 안이 너무 조용해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까지 크게 들렸습니다. 그래도 자식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늘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베개 밑에 숨겨둔 낡은 봉투 하나

다음 날 아침 손주는 아빠가 데리러 오자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할머니는 손주가 먹다 남긴 과자를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개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베개 아래에서 작은 봉투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봉투 안에는 만 원짜리 지폐 세 장과 접힌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 이 돈은 엄마 아빠한테 받은 용돈 아니고 내가 심부름하고 모은 돈이야. 할머니가 어제 나한테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싶다고 했잖아. 근데 나는 할머니가 나한테 돈 안 써도 돼. 이걸로 할머니 좋아하는 빵 사 먹어."

할머니는 그 문장을 읽다가 잠시 손을 멈췄습니다. 그런데 편지 뒷장에는 더 긴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자꾸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해서.."

"할머니, 사실 나 어제 일부러 자고 간 거야. 지난번에 엄마랑 전화할 때 할머니가 혼잣말하는 거 들었어. 할아버지 사진 보면서 오늘도 아무도 안 왔다고 했잖아."

할머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며칠 전 남편 사진 앞에 앉아 혼잣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편지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할머니가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하니까 진짜 그런 줄 알았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도 집에 아무도 없으면 싫거든. 그래서 어제 할머니 집에서 자고 싶다고 한 거야."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할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할머니, 다음에는 내가 자고 간다고 하면 이불 빨지 마. 밥도 많이 하지 마. 그냥 할머니 옆에서 자고 갈게. 나 때문에 힘들면 내가 오는 게 싫어질까 봐 걱정돼."

할머니는 편지를 가슴에 꼭 안았습니다. 손주가 온다는 말에 며칠 전부터 집을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정작 손주가 원했던 것은 맛있는 음식도 깨끗한 이불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할머니가 혼자 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할머니 집에서 달라진 것

할머니는 눈물을 닦고 손주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데 목이 메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할머니, 편지 봤어?"
손주가 먼저 물었습니다.
"응. 봤지. 그런데 돈은 왜 두고 갔어. 네가 모은 건데."
그러자 손주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할머니는 맨날 나한테 용돈 주잖아. 이번에는 내가 주고 싶었어."

할머니는 한참을 웃다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도 올래? 이번에는 할머니가 밥 안 하고 그냥 같이 시켜 먹자."
손주는 좋다며 웃었습니다.

그날 할머니는 손주가 두고 간 돈을 다시 봉투에 넣어 서랍에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손주에게 받은 편지는 남편 사진 옆에 올려두었습니다.

이후 손주가 올 때마다 할머니는 예전처럼 음식을 잔뜩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시장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고르고 저녁에는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봤습니다. 손주는 가끔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오지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더 이상 서운해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손주에게 짧은 안부 문자를 보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때로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많이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좋은 음식을 차리고 용돈을 챙겨주며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완벽한 대접이 아니라 부담 없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손주에게는 할머니가 차려준 비싼 음식보다 함께 누워 이야기했던 밤이 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는 손주가 남긴 작은 편지 한 장이 그 어떤 선물보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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