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가 비상장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가치를 4444억원으로 최종 평가했다. CJ CGV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금 대신 납입하기로 한 주식의 값어치다.
CJ CGV 신주 발행가, 24.3% 할증 붙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는 지난 18일 CJ CGV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CJ CGV의 신주 4314만7043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현물출자 주식은 CJ올리브네트웍스 보통주 1412만8808주로 금액은 약 4444억원으로 책정됐다. 납입일은 오는 10월 6일이다.

이는 CJ CGV가 약 9000억원 규모로 진행 중인 대규모 자금조달 중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내용이다. 앞서 CJ CGV는 지난 6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7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4500억원 정도를 CJ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한 탓에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이 하향 조정, 조달 규모도 1300억원 감소했다.
이 자금조달은 코로나19 기간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CJ CGV를 그룹 차원에서 살리겠다는 의도로 시작됐다. 하지만 유상증자 조건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CJ가 현금이 아닌 비상장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을 출자하기로 한 탓이다. 지주회사로서 현금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지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CJ의 자구책이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CJ CGV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규모가 4444억원으로 결정된 것은 출자자인 CJ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가치(100%)를 4444억원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먼저 이번 유상증자의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1만300원이다. 최근 CJ CGV의 주가가 7000원 후반대~8000원 초반대에서 형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30%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땐 이사회결의일 전일 기준 과거 1개월·1주·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를 바탕으로 발행가액을 산정한다. 가중산술평균주가는 시장에서 거래된 총 거래금액을 거래량으로 나눈 값이다.
이달 17일 기준 CJ CGV의 1개월치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각각 1825억원, 1752만7795주다. 거래대금을 거래량으로 나누면 1만410원이 산출된다. 같은 방식으로 최근 1주일간, 최근일(17일)의 거래대금을 거래량으로 나누면 각각 8690원, 8292원이 나온다. 1개월·1주일·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의 평균값은 9131원이다.
기준주가는 3개의 가중산술평균주가와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중 낮은 가격으로 정해야 한다. 따라서 CJ CGV의 기준주가는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인 8292원이 된다. 그러나 CJ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당 기준주가에 24.2%의 할증률을 적용했다. CJ CGV 신주 발행가액이 1만300원이 된 배경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가치 '4444억원'…PER 16.3배
유상증자의 경우 증자 방식을 불문하고 시가보다 할인 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주 발행 물량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효과를 고려해서다. 반대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할인이 아닌 할증된 가격으로 신주를 사들인다는 것은 발행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목적의 유상증자가 아니고서야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CJ와 CJ CGV의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이번 유상증자는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자금 지원 성격의 증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납입 대상이 현금이 아닌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이란 점이다. 비상장사의 주식인 만큼 시장에서 합의된 가격이 없다. 즉, CJ CGV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 산정에 24.3%의 할증률을 반영했다는 건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가치도 덩달아 높게 평가됐다는 의미다.
CJ 측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발행가액의 할인율은 기준주가의 10% 이내로 정하도록 돼있으나, 할증률에는 정해진 한도가 없어 할증 발행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가 4444억원이라는 것에 대해선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CJ올리브네트웍스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273억원이다. 이를 4444억원에 적용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16.3배로 나온다. 또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자본총계 1395억원에서 발행주식총수 1412만8808주를 나눈 주당순자산은 9876원이다. 이를 4444억원에 대입해 보면 주당 가격은 3만1454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2배가 도출된다.

이는 피어그룹과 비교했을 때 다소 높은 수치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에서 전산화와 관련된 업무용역을 제공한다.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 계열사로는 신세계I&C, 삼성SDS, 롯데정보통신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의 PER은 2.64배, 9.66배, 9.41배다. PBR 또한 0.48배, 1.29배, 0.93배 수준에 불과하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삼성그룹 내 유사한 업무를 영위하는 삼성SDS이 PBR 1배, PER 9배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은 가치평가가 아닐 수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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