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서 “축제” 외친다는 이 나라…저녁에도 일 시키는 팀장님, 찔리시죠 [Books]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9. 1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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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저자는 독일에서 가족과 7년째 살면서 생소한 독일어 속 수많은 이야기들을 발견했다.

저자가 사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에선 '제르부스'(Servus)라는 말이 우리의 '안녕'처럼 쓰인다.

저자가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독일 단어 '파이어아벤트'가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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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남부 인사말 ‘제르부스’
주님의 종이라는 겸손의 뜻
퇴근 뜻하는 ‘파이어아벤트’
축제가 있는 저녁이란 의미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픽사베이]
언어에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저자는 독일에서 가족과 7년째 살면서 생소한 독일어 속 수많은 이야기들을 발견했다. 거기엔 모든 걸 새롭게 접하는 호기심 많은 7살 어린 아이의 마음도,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 이방인의 관점도 있다. 연세대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에서도 거주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한 단어로부터 역사와 문화, 정치와 사회의 이야기를 경계 없이 다룬다. 저자는 “외국어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사고의 확장으로 가는 계단이고, 다른 세계로 난 창문”이라고 소개한다.

가벼운 인사말에도 수백 년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다. 한국에서 흔한 인사말 중엔 ‘밥은 먹었냐’는 말이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과 대화할 때 어색해하는 표현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배고팠던 시절에도 타인의 안부를 챙겼던 문화가 녹아 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다정한 마음인지 알게 된다. 저자가 사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에선 ‘제르부스’(Servus)라는 말이 우리의 ‘안녕’처럼 쓰인다. 이 말의 어원은 노예(slave)나 종(servant)과 라틴어 어원이 같다. 여기엔 ‘나는 당신의 종입니다’ 혹은 종교적으로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언어의 차이는 사회의 차이도 반영한다. 저자가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독일 단어 ‘파이어아벤트’가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평일 일과를 마칠 때 쓰는 ‘퇴근’이라는 단어와 같은데, 어감은 180도 다르다. 축제나 파티를 뜻하는 ‘파이어’(Feier)와 저녁을 뜻하는 ‘아벤트’(Abend)가 합쳐진 말로, ‘축제가 있는 저녁’이란 의미다. 찌들고 지친 기색으로 ‘물러나는’(退) 표정과 축제장에서 맥주잔을 부딪는 표정의 틈새는 크다.

저자는 이런 발견에서 노동과 휴식에 대한 뿌리 깊은 문화의 차이, 정치의 역할에 대한 고찰로 나아간다. 울타리가 튼튼하지 못하고 불안할 때 개인이 휴식도 없이 고군분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진규 시인의 ‘서서 자는 말’, 강은교 시인의 ‘저물녘의 노래’, 백수린 소설가의 단편 ‘고요한 사건’ 등의 작품에서 발견한 장면들을 소개하며 “저녁은 고단함을 어루만져 주는 시간, 우리가 가장 다정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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