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side The Park] 한화 이글스 지원팀 서천석 주임
한화라서 행복합니다
지난 7월 1일, 한화 이글스는 지난 2005년 이후 무려 6593일 만에 8연승을 달성하며 KBO리그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8연승의 주역이었던 이진영은 승리 소감으로 ‘한화라서 더 행복한 거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더그아웃 인사이드 더 파크’에서는 독수리 군단의 행복을 이보다 더 좋아할 만한 사람을 소개해 볼까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화 이글스 구단 버스 1호 차 운전기사인 서천석 주임. 2008년 처음 운전대를 잡은 그는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선수단의 발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시즌 동안 주말, 명절 상관없이 평균 1만 5천km 이상을 운행하면서 힘들 법도 하지만 한화를 위해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다. 오늘도 독수리들의 더 높은 비상을 위해 달리는 서 주임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Photographer Mino Hwang Photo Hanwha Eagles Editor Ilwoo Kim Location Daejeon Hanwha Life Eagles Park
#제2의 더그아웃
더그아웃 못지않게 팀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선수들이 타는 버스다. 요즘 한화의 버스 안 더그아웃은 그 분위기가 남다르다. 비록 최근 3년 동안은 쉽게 살벌 혹은 암울해지기 일쑤였지만, 지난날의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지금의 한화는 감히 최고라 할 만큼 분위기가 좋다. 일하는 게 일하는 것 같지 않다는 서천석 주임은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달리는 중이다.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첫 만남이에요.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해요. (7월 4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한화 이글스 1호 차 버스 운전을 담당하고 있는 서천석 주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서 팬분들을 만나 뵙게 돼서 감사드립니다.
어떻게 프로야구단 버스 기사가 됐는지 궁금해요.
제가 시내버스 기사로 15년 동안 근무하다가 운 좋게 한화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2008년 3월 1일 자로 입사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버스 기사들의 구체적인 역할과 업무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우선 다들 아시다시피, 기본적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비롯한 관계자들 모두를 태우고 안전하고 무탈하게 경기장으로 이동시켜주고요. 경기 전후로는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하는 것도 제 업무입니다.
최근 한화가 8연승을 기록했잖아요. 팬들이 보지 못하는 버스 안 선수단 분위기는 어땠나요?
사실 슬픈 얘기지만 저희도 8연승이 처음이라… (일동 웃음) 연승기록이 자주 있었다면 당시의 분위기를 현재와 비교 설명할 수 있겠지만, 저희도 이런 분위기가 처음이라서 뭐라 설명하기 어렵네요. 확실한 건 요즘은 일해도 일하는 거 같지 않고, 일이 너무 쉽고 편하고 기분도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연패 기간이나 성적이 좋지 않을 때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안타깝게도 제가 근무하는 동안에 18연패라는 아주 치욕적인 기록이 있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힘들었어요. 버스 안 분위기도 무척이나 살벌했고요. 숨조차 편히 못 쉬고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또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년 동안 선수단과 스태프분들이 모두 힘들었어요. 지금은 어려운 시기는 다 지나간 것 같고요. 이젠 앞으로 좋은 일만 계속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홈경기, 원정경기의 하루 일정이 궁금해요.
시즌 개막전에 KBO 측에서 제공하는 일정표에 따라서 한 시즌 동안의 스케줄을 정리합니다. 버스 기사님이 저 포함 3명인데 홈경기일 때는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면서 경기 지원에 나가고요. 지원에 나가지 않는 2명의 기사님은 사무실로 8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하는 일과를 보내고 있어요.
일과 시간에는 보통 어떤 업무를 보나요?
경기 일정에 따라서 동선에 대해 논의도 하고 앞으로의 경기에 대해서도 팀원들과 상의를 합니다.
경기가 없는 비시즌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요.
일반 직장인들과는 달리 저희는 주말, 공휴일에도 일하기 때문에 연차가 많이 발생해요. 비시즌 마무리 훈련이 끝나면1~2달씩 쉬는 경우가 있죠. 근데 한 사람이 한 번에 한 달 이상을 쉬면 문제가 생기니 돌아가면서 1~2주씩 나눠가며 가족들과 휴가도 다녀오고 비시즌 때는 푹 쉬는 편입니다.
경기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야구 종목 특성상 경기 중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경기가 시작하더라도 버스에서 쉬는 선수들이 있거든요. 그걸 알고 계신 몇몇 팬분들은 선수들을 보려고 버스 주변에 항상 계시기도 해요. 그러면 저는 선수들이 좀 더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버스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항상 닦고 조이고 기름칠한다는 식으로 버스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고요.
전날 경기 결과에 따라 운행패턴을 바꾸는 기사도 있다는데, 이런 징크스 같은 것도 있을까요?
예전에는 경기 결과가 안 좋으면 감독님이나 매니저님께서 “다른 길로 한번 가보자, 이렇게 계속 져도 되겠냐”라고 하셔서 노선을 바꿔보기도 했어요. 근데 그동안에 좋지 않은 성적이 지속되다 보니까 “그냥 가장 빠른 길로 가시죠”라시길래 그 이후부터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저희 루트대로 똑같이 가고 있습니다. (웃음)
무더운 여름날 선수들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 특별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무조건 청결이죠. 코로나19 시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한 사람이 감기라도 걸리면 저희 전체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소독부터 청소, 에어컨 필터까지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또 최대한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서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어요.
#독수리 군단의 선봉자
현재 KBO리그의 10팀에는 대부분 팀당 4명씩, 총 40여 명의 버스 기사가 있다. 이 한정된 인원에게만 허락된 이 직업이 자랑스럽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다. 독수리 군단의 선봉자답게 항상 먼저 나서서 선수들이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애정을 담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선수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게 서 주임의 책임감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운전을 하면서 다양한 직업병이 생겼을 것 같아요. 은연중에 생긴 버릇 같은 게 있을까요?
글쎄요… 제 배 나온 거 보면 아시겠지만, 선수들하고 똑같이 먹어요. (웃음) 경기가 끝나고 호텔에 가서 밥을 보통 11~12시에 먹거든요. 그러면 비시즌이나 평상시에 집에 있으면 저녁을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11시만 되면 배가 고파요. 이런 습관이 생긴 게 나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 운행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안전운전이 최우선이죠. 최근에는 연승행진을 기록하면서 환호도 많이 해주시는데, 성적이 나쁠 때는 괜히 뒤통수가 근질근질하거든요. 지려고 하는 선수는 없겠지만 안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 최대한 도로에서 양보해드리고 ‘저희는 천천히 가겠습니다, 바쁘시면 먼저 가세요’ 이런 식으로 안전운전을 합니다.
버스 운행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주세요.
그날 경기 승패에 따라 많이 좌우되는데요. 하루는 3연패를 당하고 부산에서 서울로 이동하는데 체감상3박 4일 동안 간 거 같더라고요. 분위기가 너무 침울하면 숨소리조차 안 들리고 정적만 흐르거든요. 무거운 환경 속에서 저만 좋다고 혼자 웃을 순 없잖아요. 운전이라는 게 즐겁고 흥이 나야 하는데 분위기가 안 좋을 땐 굉장히 힘듭니다.
명절이나 연휴에는 차가 많이 막힐 텐데 그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노하우라고 하긴 그렇지만 사실 차가 막힌다고 버스가 시골길로 갈 순 없잖아요. 명절에도 평소와 똑같은 길로 가되 “상행선은 막힐 거 같으니 2시간 정도만 일찍 가시죠” 이런 식으로 매니저님과 시간 조율을 해서 움직이는 편입니다.
전국 팔도를 다니면서 가장 선호하는 휴게소가 있을까요?
저희는 휴게소라고 해서 거기 가서 음식을 사 먹는다든지 쉬려고 가지 않아요.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급하게 화장실에 잠깐 들르기 위한 거라 ‘어느 휴게소가 음식이 맛있더라’, ‘어느 휴게소가 유명하더라’ 이런 건 저희랑 전혀 관계가 없는 거 같아요.
버스 자리를 제일 깨끗하게 쓰는 선수가 있다면요?
예전에는 버스를 2대만 운행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들이 다 같이 탔었죠. 보통 감독님, 코치님들은 맨 앞에 타시기에 자연스럽게 고참 선수들은 눈에 안 띄게 뒷자리에 앉게 되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앞쪽에 앉는 저연차 선수들이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부분이 있죠.
한 시즌의 절반이나 원정경기를 따라 다니느라 고충이 클 듯해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직업이 천직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고충은 따로 없어요. 오히려 원정경기에 간다고 하면 ‘즐겁게 야구장 가야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고충 같은 거는 아직까지 못 느껴봤습니다.
야구를 원래부터 좋아했는지 궁금해요.
많이 좋아했고요. 여기 한화에 들어오기 전 시내버스 기사 시절에도 야구를 많이 즐겨 보곤 했어요.
#오직 한화를 위해서
은퇴선수를 포함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김태균, 류현진 선수가 아닌가 싶어요. 가장 오래 봐왔고 정도 제일 많이 들었죠. 또 두 선수가 있을 땐 성적이 나쁘지 않았거든요. 근데 김태균 선수와 류현진 선수가 각각 일본과 미국으로 이적하고 주축선수들이 빠져나가며 전력이 약해졌잖아요. 당시 김응용 감독님께서도 굉장히 힘들었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저 역시 마찬가지로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거 같아요.
그렇다면 평소에 선수들과는 어떻게 지내나요?
항상 웃으면서 다가가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끼셨겠지만, 제가 농담을 좋아하거든요. 버스 안, 식당, 숙소 가릴 거 없이 선수들을 만나면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편하게 지내는 편입니다.
야구단 버스 기사의 매력은 뭔가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프로야구단 버스 기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전국에 40명밖에 없거든요.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이 직업은 전국에서 40명만 누릴 수 있는 영광이 아닌가 생각해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구단 버스가 고급스럽다 보니까 다른 버스를 모는 기사분들이 엄청 부러워해요. 많은 사람이 우러러보는 직업이 돼버려서 그런 점에서도 제 나름대로 자긍심을 가지며 근무를 하고 있죠.
근무 중에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선수들이 계속 이기고 성적이 잘 나올 때 보람을 느끼지 않나 싶어요. 2018년 시즌 3위를 하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고 최근에 18년 만에 8연승을 기록했을 때가 두 번째가 아닌가 해요. 앞으로도 한화가 계속 좋은 성적을 유지해서 다시 한번 과거의 영광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현재 직업 만족도는 어떤가요?
100%입니다. (강조) 제게는 천직이 아닌가 싶어요. ‘내가 한화에 좀 더 일찍 입사했었더라면20~30년을 더 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도 있어요. 다시 태어나도 한화 이글스를 위해 운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에게 한화란 어떤 존재인가요?
행복이죠. 이곳에 와서 행복하게 좋아하는 일도 하고 항상 즐겁습니다. 앞으로 절반 이상의 경기가 남았지만 좀 더 지켜봐 주시고 열심히 응원해 주시면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화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화 파이팅!
독자분들과 야구를 사랑하는 KBO리그 팬분들께 인사하고 인터뷰를 마칠게요!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먼저 인터뷰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버텨주신 덕분에 좋은 날이 다시 찾아온 거 같습니다. 언젠가 우리 한화가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는 그날까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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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선수 열댓 명끼리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물론 선수들이 밟고 있는 그라운드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약 100명의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 그리고 그 외 수많은 인원이 반년이 넘는 시간, 144경기를 동고동락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서천석 주임도 무대 위 선수들을 빛내는 중요한 조력자 중 한 사람이다. 그를 보면 긍정적인 힘을 가진 사람이 전파하는 에너지가 눈으로 보이는 수치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누구보다 한화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헌신하는 그를 위해 박수를 전하며, 오늘도 안전운전 하시길!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48호 (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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