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대정적’ 나발니 대신 아카데미 무대 오른 아내
“진실 말하고 감옥에 갇혀… 자유로워질 날 꿈꾸고 있어”
“내 남편(알렉세이 나발니)은 진실을 말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당신과 우리나라가 자유로워질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내 사랑, 힘내세요(Stay Strong). 고마워요.”
12일(현지 시각)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온 나발니의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46)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관객들 앞에서 이렇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이자 푸틴의 최대 정적인 남편 나발니(46)의 삶을 다룬 ‘나발니’가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직후였다.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감옥에서 수감 중인 남편을 위해서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 부부의 딸 다리야 역시 인터뷰에서 “영화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기쁘다. 우리는 아버지를 구출해낼 것이며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율리야는 모스크바에서 국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 출신. 2000년 결혼한 뒤 남편의 정치적 조력자로 나서 ‘러시아 재야(在野)의 퍼스트 레이디’로도 불린다. 다큐를 연출한 캐나다 감독 대니얼 로어(30) 역시 시상식에서 “알렉세이, 당신이 보낸 중요한 메시지를 세상은 잊지 않고 있다. 우리는 독재자와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로어 감독은 나발니와 투옥된 전 세계 정치범들에게 트로피를 바친다고 했다.
지난 2020년 나발니는 모스크바행(行) 비행기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으로 쓰러졌다. 다큐멘터리 역시 나발니가 쓰러진 직후의 상황을 다룬다. 나발니는 독일 베를린으로 응급 이송된 뒤 입원 치료 끝에 다행히 생명을 건졌다. 하지만 소련 시절에 개발된 군사용 신경 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적(政敵) 제거를 위한 러시아 당국의 암살 기도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2021년 러시아 귀국과 동시에 체포된 나발니는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지난해에는 사기와 법정 모독 등의 혐의로 징역 9년형이 추가됐다. 2021년 유럽 의회가 수여하는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이 다큐에 출연한 나발니는 러시아 연방 보안국의 고위 인사를 가장해서 자신의 암살 시도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요원과 통화하는 대담한 시도에 나선다. 사건의 피해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 다큐는 지난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를 통해서 국내에도 소개됐다. 당시 “다큐멘터리보다는 반전을 거듭하면서 잔혹한 현실 정치 범죄 현장을 그려낸 스릴러 영화에 가깝다”는 호평을 받았다. CNN의 자회사인 CNN필름이 다큐 제작을 맡아서 CNN의 첫 아카데미 수상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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