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유족의 '보랏빛' 일일카페…"내아이 같은 청년들 위로"

이율립 2024. 10. 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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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2주기를 며칠 앞둔 금요일인 2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는 참사 유가족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이날 오전 '재난 참사 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서로 마음을 나누고자 '보라빛 하루' 일일카페를 열어 청년들에게 샌드위치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깊어지는 가을에 쌀쌀한 날씨였지만 따스한 노란색 조명이 비추는 카페에는 유족과 청년의 마음이 모여 훈훈한 온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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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재난 참사 세대' 청년 초대…직접 만든 샌드위치·음료 전달
서로 보듬은 유족-청년…"기억하고 연대" 청년들 "다시는 참사 없길"
이태원참사 유가족, 일일카페 '보라빛하루' 운영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카페에서 일일카페 '보라빛하루'를 열고 학생들에게 음료와 샌드위치를 제공하고 있다. 2024.10.25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2주기를 며칠 앞둔 금요일인 2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는 참사 유가족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이날 오전 '재난 참사 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서로 마음을 나누고자 '보라빛 하루' 일일카페를 열어 청년들에게 샌드위치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보라색 앞치마를 둘러맨 유족들은 오전 11시께 카페 오픈을 앞두고 청년에게 전할 샌드위치와 음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전날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준비했던 유족들은 이날 아침 일찍 카페로 나왔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이들의 손길 하나하나에는 아들, 딸을 그리는 정성이 깃들었다.

고(故) 김의현 씨의 어머니 김호경 씨는 "우리 아이들 먹인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맛있게 하자면서 준비했는데 어제 힘들었지만 맛있게 드시는 거 보니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샌드위치 만드는 이태원참사 유가족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카페에서 일일카페 '보라빛하루'를 열고 학생들에게 제공될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2024.10.25 uwg806@yna.co.kr

먼저 헤어진 자녀의 또래를 보는 유족의 눈에는 반가움과 함께 그리움이 스치는 듯했다.

고(故) 채현인 씨의 어머니 강현순 씨는 "작은 것이지만 젊은 애들이 공부하고 취업하고, 사는 게 힘들잖아요. 이렇게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라고 말했다.

강씨는 "조금 안 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의기소침하지 말고 희망 갖고 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말을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다"면서 "우리 딸도 여기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깊어지는 가을에 쌀쌀한 날씨였지만 따스한 노란색 조명이 비추는 카페에는 유족과 청년의 마음이 모여 훈훈한 온기가 돌았다.

인근 홍익대와 이화여대 학생을 비롯해 직장인들도 짬을 내 카페를 찾았다. 청년들은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유족이 마련한 보라색 리본을 가방에 달던 직장인 홍찬미(31)씨는 "유족분들이 청년들을 위해서 (카페를) 하신다는데, 상처를 많이 받으셨던 당사자가 오히려 청년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게 뭉클했다"며 글썽였다.

홍씨는 '샌드위치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계속 기억하고 또 연대할게요'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기고 카페를 떠났다.

직장인 정다운(33)씨도 "유족께 위로를 드려야지 하는 거창한 마음은 아니었고 자연스럽게 왔다"며 "어쩌면 너무 평범한 날이었을 수 있는 하루가, 그 많은 젊은 사람이 일상을 살다가 일어난 참사인 것 같아서 제게는 좀 더 가깝게 스미는 것 같다"고 했다.

홍익대생 황서현(24)씨는 "이런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안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재발 방지 대책이 제대로 나왔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일일카페를 찾은 홍찬미 씨가 적은 쪽지 [촬영 이율립]

희생자 중 한명과 초등학교 때부터 제일 친한 친구였다는 이모(26)씨는 박카스 한 박스를 사 들고 카페를 찾았다. 그는 유족들이 항상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친구 어머니는 자리에 없었지만 다른 유족을 통해 모친과 통화한 이씨는 "(어머니께서)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친구에게는 전해질 수 있다면 (너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카페 입구 한편에는 '청년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안전한 세상, 제대로 추모할 줄 아는 사회를 위해서 유가족과 함께하겠습니다', '참사 2주기,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등 청년들이 남긴 쪽지가 붙었다.

이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중구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마주하는 질문들'이라는 주제로 재난 참사 연구 현황과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포럼을 열기도 했다.

카페에 나붙은 추모 메시지 [촬영 이율립]

2yulri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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