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 가르침대로 당당하게 살려 노력했지요"
이진강 인촌기념회 이사장
'공선사후 신의일관' 정신 새겨
지하 탄광서 목숨 건 수사하고
검사 퇴임 뒤엔 전관예우 포기
변협 회장 땐 사건 수임 안해
"사심 없는 태도 일관하자
귀인들이 스스로 도움 줘"

아침마다 인촌 김성수 묘소(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 있는 벤치에 앉아 공부를 하던 학생은 16명이 합격한 제5회 사법시험에서 22세의 나이로 '소년등과'한다. 월남전에 참전한 뒤 28세에 검사가 된 그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등 굵직한 시국 사건에 참여하고 공정거래법 제정 등 형사제도 연구에 기여했다. 퇴임 후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대법원 양형위원장 등으로 활약해 201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지난 3월 인촌기념회 이사장이 된 이진강 전 변협 회장(80·사진) 이야기다. 이 이사장은 지난 50여 년간의 법조인 생활을 정리한 자서전 '80년 한결같이'를 최근 출간했다.
80세가 된 이 이사장의 목표는 일평생 지표로 삼아온 인촌의 가르침 '공선사후 신의일관(公先私後 信義一貫·공적인 일을 우선하고 사사로운 일은 뒤로 미루며 믿음과 뜻에 변함이 없어야 한다)'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60여 년 전 자신이 고려대에 입학해 은사들에게 받았던 가르침을 젊은 세대에게도 전파하려는 것이다. 인촌 김성수는 일제강점기에 경성방직주식회사(현 경방)와 동아일보를 설립·창간했고 광복 후 보성전문학교를 종합대학 고려대학교로 승격시켜 사학 발전을 이끈 교육자다.
이 이사장은 인촌기념회가 그동안 진행해온 인촌상, 인촌장학회 사업 외에 '인촌 정신'을 알리기 위한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 중이다. 이 이사장은 "이태백의 시 '장진주'에 나오는 '천생아재필유용(天生我材必有用·하늘이 나를 이 세상에 나게 했으니 반드시 쓸모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이라는 구절을 좋아한다"며 "80세에 들어선 말년에 영예로운 자리를 맡게 됐으니 제 소임을 다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공선사후'의 정신을 실천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강릉지청에 근무하던 1978년 관내 탄광에서 승강기가 추락해 광부 12명이 사망하자 목숨을 걸고 지하 340m로 내려가 사고 원인을 밝혔다. 1994년 성남지청장직을 끝으로 검찰을 떠날 때는 성남이 아닌 서울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당시에는 많은 판검사들이 퇴임 전 근무지에서 변호사 개업을 해 '전관 프리미엄'을 누렸는데 이를 포기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변협 회장이던 2007~2009년에는 사건 수임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23년간 검사로서 사건을 올바르게 처리하려고 노력하며 쌓은 자부심을 재물과 바꿀 수 없었다"며 "변협 회장 역시 그 자리의 무게와 상징성을 볼 때 사건 수임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공익을 위한 삶을 '신의일관' 이어나간 것이 검사 퇴임 후 다양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던 2000년 1월, 회원 변호사들이 소년소녀가장과 결연을 맺고 월 10만원씩 기부금을 내는 '소년소녀가장 돕기 운동'을 발족했다. 이 사업의 누적 기부금은 현재 50억원이 넘는다. 변협 회장 때는 법률 지식 보급을 위해 '브런치 시민법률학교' '찾아가는 시민법률학교'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 이사장은 "퇴임 후에도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얻은 것은 여러 귀인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사심 없고 성실한 태도를 유지한 것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이 일평생 '공선사후 신의일관'의 정신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만난 아내와의 사이에 낳은 세 자녀는 이 이사장이 공무에 매달리느라 가정에 많은 시간을 쏟지 못했음에도 법조인, 교수, IT 전문인으로 장성했다. 이 이사장은 "가족들과는 서로 바빠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며 "의연하게 자란 아이들이 대견하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 사진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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