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자본방정식] 한화에너지, ㈜한화 최대주주 등극 '지배력의 가격'

기업의 돈이 움직이면 오너의 지배력과 주주의 몫도 달라집니다. 자본거래에 투입된 돈과 달라진 지배력, 최종 수익의 행선지를 숫자로 추적해봅니다.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서는 데 투입한 비용은 약 2692억원이다. 공개매수와 고려아연 보유지분 인수를 잇달아 진행하면서 ㈜한화 보통주 933만5373주를 추가 확보했다. 이에 한화에너지의 보통주 지분율은 9.70%에서 22.16%까지 높아지며 2대주주 위치에 올라섰다. 이후 김승연 회장이 보유주식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한화에너지는 추가 지분 취득 없이 ㈜한화 최대주주가 됐다.

한화에너지의 최근 ㈜한화 지분 확대 과정을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두 개의 자본방정식이 나타난다. 2024년에는 2692억원을 들여 의결권 있는 주식을 직접 사들였지만 올해는 보유주식 수를 늘리지 않고도 ㈜한화의 자기주식 소각으로 지분율이 23.56%까지 높아졌다. 하나는 돈을 주고 산 지배력이고 다른 하나는 발행주식 수 감소가 만든 지분율 상승이다.

한화에너지, 2690억 투입 ㈜한화 지분 9.7%→22.1%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확대가 본격화된 것은 2024년 7월이다. 한화에너지는 이사회를 통해 ㈜한화 보통주를 주당 3만원에 최대 600만주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했다. 공개매수 기간 한화에너지는 총 389만8993주를 1169억6979만원에 사들였다. 이에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9.70%에서 14.90%로 상승했다. 한화에너지는 당시 공개매수 목적을 ‘책임경영 강화’라고 밝혔다.

불과 넉 달 만에 두 번째 거래가 이어졌다. 한화에너지는 11월6일 고려아연이 보유하던 ㈜한화 보통주 543만6380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주당 취득가격은 2만7950원으로 거래금액은 약 1519억5000만원이다. 실제 거래는 12월9일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두 차례 거래를 단순 합산하면 한화에너지가 2024년 추가로 확보한 ㈜한화 보통주는 933만5373주, 투입금액은 약 2692억원이다. 보통주 지분율도 9.70%에서 22.16%까지 12.46%p 높아졌다. 한화에너지는 고려아연 지분 인수 목적 역시 ‘지분 확대를 통한 책임경영 강화 및 안정적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한화에너지의 전신은 한화에스앤씨다. 한화에스앤씨는 2001년 4월 ㈜한화 정보부문을 분사해 설립됐다. 이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발전·태양광뿐 아니라 투자·석유화학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현금창출 기반을 키워왔다. 2025년 연 기준 매출 6조7130억원, 영업이익 3769억원을 기록했으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5462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작은 시스템통합(SI) 기업이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논란도 있었다. 김승연 회장이 김동관 수석부회장에게 한화에스앤씨 지분을 저가에 매각했다는 논란과 한화에너지 성장 과정에서 제기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관련 사안은 법원 판단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을 거치며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무혐의로 종결됐다.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확대는 오너 3세가 직접 ㈜한화 주식을 매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회적인 경영승계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한화에너지 자체가 오너 3세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한화에너지가 떠안았다는 측면에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추가 투자 없이 최대주주…소각 더해진 지분율 상승

올해에는 자기주식 소각을 통해 ㈜한화의 지분율 구도가 한 차례 더 바뀌었다. ㈜한화는 지난 4월9일 보유하던 보통주 자기주식 445만816주를 이익소각했다. 이에 발행 보통주 수는 지난해 말 7495만8735주에서 올해 6월 말 7050만7919주로 감소했다. 소각한 자기주식은 기존 발행 보통주의 약 5.94%에 해당한다.

발행주식 수가 줄면서 기존 주주들의 공시상 지분율은 일제히 높아졌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보통주는 4186만1332주로 변함이 없었지만 지분율은 55.84%에서 59.37%로 3.53%p 상승했다.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 역시 보유주식 1660만7919주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지분율은 22.15%에서 23.56%로 1.41%p 높아졌다. 김승연 회장은 11.33%에서 12.04%,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9.76%에서 10.39%로 상승했다. 김동원 부회장과 김동선 사장도 각각 5.38%에서 5.71%로 지분율이 올랐다.

다만 소각된 주식은 이미 ㈜한화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으로 의결권이 없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보유주식 4186만1332주 역시 그대로다. 공익법인 보유주식 등 의결권 제한분까지 제외하면 실제 행사 가능한 최대주주 측 의결권 비중은 소각 전후 약 59.54%로 변하지 않았다.

상법 개정에 맞춰 자기주식을 소각했다는 점에서는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또 자기주식은 제3자와의 교환이나 처분 등을 통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지만 자사주를 소각하면 이 같은 우회 활용 가능성도 사라진다.

㈜한화가 모든 자기주식을 소각한 것은 아니다. 6월 말 기준 남아 있던 보통주 자기주식 113만2437주는 대표이사와 주요 임직원의 성과보상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8월1일 한화M&S 인적분할에 따른 주식병합 이후 해당 물량은 85만6522주로 조정됐다. ㈜한화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시기가 도래하면 필요한 수량만큼 자기주식을 순차적으로 처분할 계획이다.

성과보상 대상에는 일반 임직원뿐 아니라 대표이사인 김동관 수석부회장도 포함될 수 있다. 실제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과거 수년간 ㈜한화로부터 RSU를 지속적으로 부여받아왔다. 다만 현재 남아 있는 자기주식 가운데 김 부회장에게 실제 지급될 물량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화 배당도 한화에너지로

지분 확대의 효과는 의결권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화가 배당하면 한화에너지가 받는 현금도 보유지분에 비례해 늘어난다. 한화에너지가 ㈜한화로부터 받은 배당수익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63억9079만원에서 2025년 142억8124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96억1476만원으로 다시 37.3% 늘었다. ㈜한화 지분이 지배구조상의 자산인 동시에 꾸준히 현금을 만들어내는 투자자산인 셈이다.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확대를 단순한 ‘지배권 확보 비용’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2692억원을 투입해 확보한 주식은 의결권을 제공하는 동시에 매년 배당수익을 가져오는 투자자산이다. 향후 ㈜한화 주가가 취득가격보다 높아질 경우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지배구조상 ㈜한화는 그룹의 정점에 위치해 있으며 한화그룹의 동일인은 김승연 회장이다. 다만 오너 3세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확대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에서 한화에너지의 위상도 한층 커졌다. 오너 3세가 직접 보유한 ㈜한화 지분에 한화에너지를 통한 간접적인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더해지는 구조다.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 보통주 지분율은 23.56%로 단일주주 기준 최대주주다.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동관 수석부회장 50%, 김동원 부회장 20%, 김동선 사장 10%로 3형제가 총 8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서도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10.39%, 김동원 부회장과 김동선 사장이 각각 5.71%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김승연 회장의 지분율은 12.04%다. 한화에너지 지분을 통한 간접 경제적 지분과 3형제의 ㈜한화 직접 보유분 21.81%를 합치면 3형제가 ㈜한화 보통주에 갖는 직·간접 경제적 이해관계는 단순 환산 약 40.66%에 이른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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