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 중인 KF-21 보라매 전투기를 둘러싼 분담금 논란이 10년 만에 마무리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갖 핑계를 대며 분담금을 제때 내지 않았던 인도네시아가 최근 들어 태도를 바꿔 납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KF-21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서 세계 방산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하자, 이제야 부랴부랴 돈을 내겠다고 나선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게다가 UAE까지 KF-21 공동개발에 관심을 보이면서, 인도네시아의 초조함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과연 인도네시아는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걸까요?
1조 7천억에서 6천억으로 줄어든 분담금
2014년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처음 KF-21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을 때,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은 총개발비의 20%인 1조 7338억원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에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7년부터 재정문제를 이유로 분담금 납부를 미루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에는 계획된 금액의 4분의 1 수준인 452억원만 냈고, 2018년에는 아예 한 푼도 내지 않았죠.
한국 정부는 협상 끝에 분담금을 1조 6245억원으로 소폭 줄여줬지만, 인도네시아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7년간 이어진 미납과 독촉의 악순환
그 이후로도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납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19년에 1320억원을 냈지만 계획된 수준에는 한참 못 미쳤고, 2020년과 2021년에는 2년 연속 미납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국 정부가 강력히 독촉한 끝에 2022년 겨우 94억원, 2023년 417억원을 받아낸 것이 전부였죠.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는 오히려 납부기한 연장을 요구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이번에는 분담금 규모 자체를 6000억원으로 대폭 줄여달라고 제안했습니다.
원래 약속했던 금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깎아달라는 요구였던 셈입니다.
결국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이 제안을 받아들여 기본합의서를 개정했고, 그에 따라 인도네시아에 이전할 기술 범위도 축소됐습니다.
올 여름 갑자기 1113억원 입금한 사연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8월,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1113억원을 입금한 것입니다.
기본합의서 개정 직후 바로 돈을 보낸 셈인데, 그동안의 미온적인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죠.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조정된 분담금 6000억원 중 4957억원을 납부했고, 남은 잔액은 1043억원만 남게 됐습니다.

방위사업청은 내년도 분담금이 인도네시아 정부 예산에 이미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매년 9월을 기점으로 예산을 편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여름쯤 나머지 1043억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만약 예정대로 납부가 이뤄진다면, 10년 가까이 이어진 분담금 논란도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것이죠.
KF-21 성공이 바꾼 인도네시아의 계산법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KF-21의 눈부신 성과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초음속 비행 성공, 각종 무장 시험, 야간 비행 테스트 등을 차례로 통과하면서 KF-21은 실전 배치 가능한 전투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 방산시장에서 KF-21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국가들이 도입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죠.

처음에는 한국의 전투기 개발 능력을 의심하며 분담금 납부를 미뤘던 인도네시아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KF-21이 성공적으로 개발되고 수출까지 이뤄진다면, 공동개발 파트너로서 누릴 수 있는 이익이 상당할 것이라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기술 이전 범위가 더 축소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압박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UAE의 등장, 인도네시아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다
인도네시아를 더욱 초조하게 만든 것은 UAE의 움직임입니다.
중동의 부국 UAE가 KF-21 공동개발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죠.
UAE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신예 무기 도입에 적극적인 국가입니다.
이미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를 추진했던 경험도 있고, 자국 방산산업 육성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UAE가 KF-21 공동개발에 참여한다면, 인도네시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금력과 성실한 분담금 납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도 그동안 분담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인도네시아보다,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UAE가 훨씬 매력적인 파트너일 수밖에 없죠.
더구나 UAE와의 협력은 중동 지역 방산 수출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전략적 의미도 큽니다.
인도네시아로서는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기술 이전 범위가 축소된 상황에서, 성실한 새 파트너가 등장하면 자신들의 위상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하면 공동개발국이라는 명분만 남고 실질적인 혜택은 UAE에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위기감이 인도네시아로 하여금 서둘러 분담금을 납부하게 만든 또 다른 동력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떠안은 1조원의 무게
물론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떠안은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도네시아 분담금이 당초 약속보다 1조원 이상 줄어든 만큼, 그 부족분은 정부와 KAI가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애초에 공동개발 파트너를 들인 이유 중 하나가 개발비 분담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죠.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도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최대 인구 대국이자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향후 KF-21의 동남아 수출을 고려할 때,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유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가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이탈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마찰과 국제적 신뢰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죠.
내년 여름이 마지막 고비
현재로서는 인도네시아가 내년 여름 나머지 1043억원을 납부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가 계약 조정을 여러 차례 요구했고, 실제로 분담금을 대폭 깎아냈다는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방위사업청이 인도네시아 정부 예산을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예산에 반영됐다고 해서 반드시 집행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또다시 재정 사정을 이유로 납부를 미루거나, 추가적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죠.
다만 KF-21의 성공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UAE라는 새로운 경쟁자까지 등장한 만큼, 이번에는 인도네시아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또다시 약속을 어긴다면, 한국으로서는 UAE와의 협력을 본격화하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습니다.
내년 여름, 과연 10년 분담금 논란의 대단원이 막을 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