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냉장고는 ‘가득 채워야’ 이득? …의외로 모르는 보관법

연일 습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냉장고도 한여름 비상이다. 식재료를 오래 보관하려면 냉장고를 비워야 할까, 아니면 꽉 채워야 할까. 많은 사람이 ‘냉기가 순환해야 한다’며 여유 공간을 두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냉동실만큼은 이야기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빈 공간을 줄이는 것이 냉기를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같은 냉장고 안에서도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정전이나 폭염에 대비한 식품 안전 지침에서 냉동실은 가능한 한 가득 채워 두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공간이 많이 남는다면 얼린 생수병이나 아이스팩으로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방법이다.
이유는 냉동식품 자체가 거대한 ‘아이스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얼어 있는 식품은 영하 18도 안팎의 낮은 온도를 오래 유지하는 ‘열 저장고’다. 문을 열 때마다 외부의 더운 공기가 들어와도 식품이 많을수록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오르지 않는다. 공기보다 얼어 있는 식품이 훨씬 많은 냉기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USDA도 이 때문에 가득 찬 냉동실은 정전이 발생해도 약 48시간, 반 정도만 찬 냉동실은 약 24시간 냉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냉동식품이 서로를 차갑게 만든다기보다, 이미 저장하고 있는 냉기를 오래 유지하기 때문이다.
다만 ‘무조건 빈틈없이 밀어 넣으라’는 뜻은 아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가전업계는 냉동실 역시 냉기 배출구를 식품으로 막으면 냉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아 냉각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안내한다. 식품은 충분히 채우되 송풍구는 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냉장실은 원리가 정반대다. 냉장실은 팬이 차가운 공기를 계속 순환시키며 식품을 식힌다. 식재료를 빽빽하게 넣으면 공기가 지나갈 길이 막혀 안쪽과 바깥쪽의 온도 차가 커질 수 있다. 큰 냄비나 음료병을 냉기 배출구 앞에 두면 일부 식품은 충분히 식지 않고, 반대로 바로 앞 식품은 얼어버리는 현상도 생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본 파나소닉과 히타치 등 주요 제조사들은 냉장실은 약 60~70% 정도만 채워 냉기가 순환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한다.
냉장고 주변 환경도 냉각 성능에 영향을 준다. 냉장고는 내부의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면서 냉각하기 때문에 벽에 너무 밀착시키거나 위에 물건을 잔뜩 올려놓으면 방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제조사들은 설치 설명서에 제시된 만큼 벽과의 간격을 확보할 것을 권고한다.
온도 설정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식품안전검사국(FSIS)은 냉장실은 4.4도 이하, 냉동실은 영하 18도 이하를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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