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낼 수 없는 '갓 튀긴 면' 구미라면축제,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잡아
"맛, 저렴한 가격, 이색적인 메뉴를 포함해 도로 위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낭만도 있어요."
3일 475m 길이의 대형 라면레스토랑이 차려진 구미역 앞. 이곳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는 구미 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이색라면을 먹기 위해 찾아온 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구미라면축제는 지역 향토기업이자 국내 최대 신라면 생산 공장인 농심 구미공장이 있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특히 다른 지역에선 흉내 낼 수 없는 '갓 튀긴 라면'을 내세우며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구미 고아읍에 사는 이모(47) 씨는 "구미라면축제가 해가 지날수록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며 "맛있고 인기 있는 라면 덕분에 구미시민의 절반은 내일 얼굴이 퉁퉁 부었다는 농담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신라면, 짜파게티, 너구리, 툼바, 안성탕면 등을 판매한 '지금 갓 생산된 라면 판매점'은 날씨, 시간과 상관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 뜨거운 구미라면축제 열기답게 첫 날에만 갓 튀긴 라면 7만9천개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구미라면축제 3일간 갓 튀긴 라면 판매랑 4만개와 비교해봤을 때 하루 만에 2배에 가까운 수치에 도달했고, 마지막 날까지 예상되는 갓 튀긴 라면 판매량은 25만 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갓 튀긴 라면을 사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온 시민들로 30분 이상 대기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부산에서 남자친구와 구미를 찾은 20대 여성 김모 씨는 "지난해 SNS으로만 귀여운 라면축제 캐릭터와 갓 튀긴 라면을 접하고 너무 와보고 싶어서 올해 찾게 됐다"며 "갓 튀긴 라면과 만들어진 지 오래된 라면 맛 차이도 궁금해서 지인들에게 줄 라면을 샀다"고 말했다.
구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갓 튀긴 라면으로 요리된 이색라면을 맛보기 위한 시민들도 줄을 이었다.
계속된 구름 인파 때문에 라면레스토랑 입구는 안전을 위해 100명씩 출입이 통제됐으며, 늦은 오후에도 축제장 초입부에 있는 라면식음존까지 수십 m의 줄이 이어졌다.
1천 개의 테이블이 준비됐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찾지 못한 시민들은 서서 라면을 맛보거나 돗자리를 깔고 먹는 모습도 보였다.
구미라면축제 흥행 배경에는 라면이 단순한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요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주효한 것으로 구미시는 분석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라면레스토랑에 입점한 가게 점주들은 저마다 강점을 살린 특색 있는 라면 요리를 뽐내며 축제 방문객에게 특색 있는 라면요리를 선보였다.
구미 대표라면 15곳을 비롯해 전국 이색라면 3곳(포항‧서울‧울산), 아시아누들시식 4곳(베트남‧일본‧대만‧인도네시아)에는 끊임없이 방문객이 몰려들며 흥행을 이끌었다.
또, 면과 스프, 토핑까지 내가 직접 선택해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라면을 만들 수 있는 '라면공작소'는 첫날부터 방문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대구에서 온 대학생 윤모(25) 씨는 "구미에서 열리는 축제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니 새롭다"며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서서 라면을 먹는 것도, 도로에 잠시 앉아 라면을 먹는 것도 나중엔 다 추억이자 낭만이 될 듯하다"고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역이 합심한 도심 축제답게 구미라면축제가 진행된 원평동 일대 상가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원평동 일대는 점심시간부터 식당, 카페 등에 손님이 가득 찼다. '한물갔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시내 2번도로 일대도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원평동의 한 카페 매니저는 "축제를 즐기기 좋은 날씨, 라면축제에 대한 큰 관심, 셔틀버스 등을 통한 접근성도 좋아져서 라면축제 특수를 누리고 있다"며 "이번 축제를 계기로 도심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라면축제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 구미가 라면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 축제가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영광 기자 kwang6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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