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설산에서 조난한 남성이 고양이를 꼭 끌어안고 극적으로 생명을 건졌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꼬박 혹한을 견딘 남자와 고양이는 무사히 구조돼 회복 중이다.
루마니아 살바몬트 마라무레슈(Salvamont Maramures) 산악구조대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카르파티아 산맥을 따라 국경을 넘던 우크라이나 남성 블라디슬라프 두다(28) 씨와 고양이 피치의 사연을 전했다.
구조대에 따르면, 두다 씨는 끝날 줄 모르는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최근 조국 우크라이나를 떠났다. 러시아의 진격이 계속되자 사재를 거의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키우던 갈색 얼룩 고양이 피치는 잊지 않고 챙겼다.
국경을 넘어 루마니아로 가기 위해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던 두다 씨는 심한 눈보라에 휩쓸려 400m 계곡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영하 10도의 혹한에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견뎌야 했다.
두다 씨는 협곡 안에서 24시간 가까이 피치를 끌어안고 버텼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의지할 것이라고는 없던 두다 씨는 피치가 얼어 죽을까 봐 재킷 안쪽에 넣고 손으로 연신 어루만졌다.
대략 하루가 지난 뒤 두다 씨의 위치를 파악한 구조대는 악천후로 헬리콥터는 포기하고 지상 진입을 시도했다. 눈과 사투 끝에 5시간 넘게 두다 씨를 옮긴 구조대는 재킷 안에 꼭 끌어안은 피치도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살바몬트 마라무레슈 산악구조대 관계자는 "두다 씨는 심한 저체온증에 걸렸지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며 "품에 안긴 고양이가 계속해서 체온을 나눠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다 씨 역시 고양이에 체온을 나눠주며 결국 둘 다 혹한에서 살아남았다"며 "두다 씨가 병원으로 옮겨져 저체온증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피치가 계속해서 따라다녔다"고 덧붙였다.
구조대원들은 수의사를 찾아 피치의 건강 상태도 살폈다. 피치는 영양 결핍 상태로 확인됐지만 주인 두다 씨와 함께 빠르게 회복, 건강을 되찾았다고 구조대는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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