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수하물 1등으로 받는 법

유독 올해 더 푹푹 찌는 여름, 휴가철이 코앞이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공항을 찾아 설렘 가득 여행길에 오를 텐데, 매번 해외여행을 가거나 돌아올 때 유독 내 캐리어만 늦게 나오는 거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수하물은 빨리빨리의 민족 한국인을 특히나 애타게 한다.

그렇다 보니 공항에서 체크인을 가장 늦게 하면 짐을 먼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비롯해, 인터넷엔 ’비행기 수하물 빨리 찾는 꿀팁’이라는 미확인 정보가 엄청 많다. 그럼 진짜로, 내 캐리어를 조금이라도 빨리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왱이 직접 공항 수하물 담당자와 접촉해 취재했다.

먼저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운영팀에 전화를 했는데, 실무자가 아니라 정확한 답이 어렵다고 했다.메커니즘을 공개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런 걸까?

굴하지 않고, 인천공항에서 수하물 업무를 직접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한국공항 주식회사에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또 거절당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지상조업 현직자 모임 오픈 채팅방을 찾아 입장했고, 인천공항에서 수하물 담당자로 근무하는 현직 계장님께 질문을 드릴 수 있었다.

우선, 인터넷에서 떠도는 수하물이나 캐리어를 늦게 부칠수록 일찍 나온다는 얘기부터 팩트체크. 수속을 늦게 하면 짐이 마지막으로 실리고, 이는 도착 후 가장 먼저 내리는 짐이 된다는 꿀팁인데,과연 사실일까?

[조업사 관계자]

정말 랜덤이에요. 전부 다 다 랜덤입니다.

놀랍게도 짐이 나오는 순서는 아예 랜덤이라고 한다.

우리가 A330, 보잉 787 같은 대형 여객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 보자.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고 수하물을 부치면, 캐리어는 주인보다 먼저 본격적인 여행길에 오른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정말 끝없이 나아가다가,BSA라는 구역에 떨어진다.

BSA는 쉽게 말해 현장 근무자들이 수하물을 비행기에 싣기 전 최종 분류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분류된 수하물은 컨테이너 여러 대에 나눠 담기고, 그대로 화물칸에 적재된다.

이때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의 경우는 ‘수하물 우선 하기표’가 붙어있어 아예 따로 나뉘고, 우선 처리된다. 그럼 ‘일반 수하물’들은 어떤 순서로 분류될까?

[조업사 관계자]

빨리 보내시든, 늦게 보내시든 저희가 수취하는 시간은 정말 다 다릅니다. 만약에 첫 번째로 와서 부치셨다 하더라도, 열 번째 백 번째 뒤에 오신 손님 짐이 (짐 찾는 곳에) 먼저 올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서부터 랜덤의 시작이다. 수백 개가 넘는 캐리어 더미가 벨트를 타고 동시다발적으로 내려오면, 일단 근무자들 손에 집히는 순서가 곧 담는 순서가 된다.

짐을 컨테이너에 담을 때에도 랜덤 테트리스가 이뤄지는데, 그냥 무조건 안쪽부터 차곡차곡 쌓는 게 아니라 수하물의 무게와 규격을 비교해 최적의 조합으로 짐을 적재한다.

이후 캐리어를 실은 컨테이너들은, 터그카를 통해 비행기가 있는 주기장인 ‘램프’로 운반된다.

[조업사 관계자]

여기서 또 순서가 달라지는 원인이 뭐냐 하면 (컨테이너의) 무게에 따라서도 또는 컨테이너 넘버에 따라서탑재되는 위치가 달라요.

램프로 운반된 컨테이너들은, 또 그냥 막 집어넣는 게 아니라 미리 정해진 로드 플랜(Load Plan)과 무게 균형을 고려해 비행기에 적재된다. 많으면 20개 이상의 컨테이너가, 화물칸 내에서 또 한 번 섞이는 거다.

그래서 일행과 1~2분 차이로 같이 짐을 부쳤는데 누구 짐은 먼저 나오고 누구 짐은 한참 후에 나오는 것도, 짐들이 서로 다른 컨테이너에 실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소형 항공기들은짐을 컨테이너에 담아 적재하지 않고, 그냥 화물칸에 바로 쌓는다. 이럴 경우 기체가 흔들리면, 비행 중에도 짐들이 자주 섞인다고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하물은 여행지에 도착해서 내려질 때에도 또 한 번 섞인다.

[조업사 관계자]

도착해서 꺼낼 때조차도 순서가 또 달라져요. 10번 벨트에서 짐을 하기를 한다 그러면 그 벨트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10번 알파 10번 브라보 이런 식으로 벨트가 2개가 있습니다.

결국 인터넷에 떠도는 수하물 빨리 나오는 꿀팁은 대부분 거짓일 확률이 크다. 맡기기 전에 무슨 짓을 해봤자, 어차피 이송 과정에서 수차례 섞이기 때문이다. 허무한 결말이지만 팩트가 이렇다고 하니, 그냥 마음을 비운 상태로 캐리어가 빨리 나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취재하다가 알게 된 건데, 일반 좌석 승객도 짐을 확실하게 먼저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 수하물 우선 처리 서비스를 유료로 구매하면 된다. 그런데 모든 항공사가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또 아니어서, 좀 확인해 보고 신청해야 한다. 아무튼 왱구님들 모두 즐거운 여름휴가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