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는 믿음, 자기효능감

조회수 2023. 11. 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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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펜싱선수 박상영이 경기 중 이 말을 끊임없이 되뇌는 장면이 방송되며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당시 그는 상대 선수에게 4점 차로 뒤처진 상황이었는데, 주문을 외듯 자신감을 불어넣는 이 말을 외치며 멘탈을 관리한 그는 연속 5득점을 기록하며 에페 경기 금메달, 역전극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당시 박상영 선수는 세계 랭킹 21위, 상대였던 헝가리의 제자 임레 선수는 3위로 객관적으로는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한 경기였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실력뿐만 아니라 경기 당일의 몸 상태, 경기장 상황, 기온이나 바람의 방향과 같은 날씨, 경기 장소, 심판 성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승패가 달라질 수 있는 스포츠에서는 멘탈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최상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멘탈 코칭이 도입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 분야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기업에서 스포츠단에 스포츠 심리학자를 고용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멘탈 코칭에 대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비단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과 잠재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이를 ‘자기효능감(Self-efficacy)’라는 용어로 정의했습니다.

자기효능감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대부분 영역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는 일반적 자기효능감과 특정한 영역에 국한되는 것으로서 특수적 자기효능감으로 세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남들보다 대부분 영역에서 뛰어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면 일반적 자기효능감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요리를 잘한다거나 운전을 잘한다고 여기는 것처럼 특정 영역에 대해서 효능감이 높다면 이는 특수적 자기효능감이 높은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적 자기효능감이 지속적이고 개인적인 속성에 가깝다면, 특수적 자기효능감은 영역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가변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자전거를 못 타던 사람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자전거 타기에 익숙해지면 자전거 타기에 관한 자기효능감이 높아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고,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게끔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일에 도전하게 하고, 성공했을 때는 보람과 성취감, 보상을 얻게 됩니다. 반면 어떤 일을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 내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생각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부정적 결과에 대한 예상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를 주저하게 만듭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쉬운 일만 선택하며 그 이상의 역량이 요구되는 일에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지요.


사진_freepik


자기효능감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자기충족적 예언은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에 의해 소개된 개념으로, 어떤 일이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고 어떤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믿음이나 기대가 실제로 나타나는 경향성을 의미합니다. 1968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의 실험에서는 교사가 특정 학생들에게 그들의 학업 성적과는 관계없이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낼 학생들이라고 기대했을 때, 실제로 수개월 후 성적이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긍정적 방향으로 자기충족적 예언이 형성되었을 때는 성과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자기효능감은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을 통해 자기충족적 예언과 같은 자기 확신, 긍정적 결과에 대한 예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박상영 선수가 “할 수 있다”라고 자신을 북돋우며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것처럼요.

하지만 모든 일에 늘 자신감과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어떤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것 같고,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실패했을 때의 초라한 내 모습이 그려져 선뜻 시도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쉬운 과제에서 어려운 과제로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일에 도전하면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심리적으로도 많은 부담이 되고, 실패했을 때는 자칫 ‘역시 난 안 돼.’라는 부정적 생각이 더 강화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비교적 쉬운 과제부터 도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쉬운 과제에서의 성공 경험을 통해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고, 점차 난이도를 올리면서 성공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입니다. 장대 높이 뛰기나 역도 경기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도 한 번에 무리하게 높은 목표부터 도전하지 않습니다. 조금씩 높이나 무게를 올리며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 실수나 실패는 외부 귀인하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우리는 자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것은 좋은 자세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탓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다 보면 자기효능감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일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을 때 ‘이번에는 운이 좋지 않았어.’, ‘오늘 면접관이 나랑 잘 안 맞았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며 자기효능감을 지키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나간 실수나 실패로부터 생각을 전환하고 새로운 도전, 시도에서 주저하지 않는 멘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대리 성공 경험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자기효능감 증진에 도움이 됩니다. 주변 사람들의 성공담, 혹은 자기계발서나 자서전 등을 통해 타인의 성공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며 자기효능감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생활을 하며 우리는 많은 비난과 비판을 경험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는 ‘할 수 없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박히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가 나를 온전히 믿어 줄 때, 우리는 더 많은 일에 도전하며 가진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잊지 마세요. 당신은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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