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유일한
지금의 시대에 등장하는 신차는 대부분 '커넥티드 카'다. 서버 또는 다른 자동차와 통신을 하면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운전자의 주행 습관이나 취향 등을 기록했다가 자동차가 출발하기 전에 실내 온도를 미리 맞추기도 한다. 그래서 일견 좋아 보이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함정이 숨어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만든 '안전한 운전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개인 주행정보를 추출해 데이터 중개 회사에 판매하고, 보험사가 보험료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빅 브라더' 같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미국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GM이 미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온스타 스마트 드라이버(OnStar Smart Driver)는 운전자의 운전 패턴을 수집하는데, 보험사가 이를 통해서 보험료를 결정한다. 그 결과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사는 캐딜락 오너는, 7개 보험사로부터 보험을 거부당했다. 앱에는 급가속과 급제동이 여러 차례 기록되어 있지만, 그는 정작 '급가속이나 급제동을 한 적이 없어서 모른다'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이 운전자가 조금 운전을 거칠게 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급제동을 했다고 하는데, 나는 급제동이 무엇인지 모른다. 일단 탑승객의 머리가 대시보드에 부딪힌 적은 없다. 급가속이라고 하는데 타이어가 벗겨질 정도로 마찰을 일으킨 적은 없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격적이거나 위험하게 운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한다. 운전자의 운전 패턴이 다를 수도 있는데, 급가속이나 급정지를 앱에서 멋대로 상정하고 기록한다는 이야기다.

뭐 어쨌든, 익명의 자동차 관계자는 "데이터를 넘기면서 자동차 제조사는 연간 수백만 달러 미만의 수익을 남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GM은 실제로 "운전자의 제동, 가속, 80mph(약 129km/h) 이상으로 달리는 빈도, 운전 시간에 대한 데이터를 넘기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객이 사용자 계약에 서명할 때 데이터 공유에 동의했다"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뭐 GM뿐만 아니라 현대차, 기아, 혼다, 미쓰비시 등의 다른 제조사도 동일한 행동을 한다.

우리도 데이터를 넘기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경우에는 자동차 제조사의 앱이 데이터를 넘기는 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스마트폰 앱이 운전자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앱 티맵(TMAP)이다. 티맵에는 소위 '운전점수'라는 것이 있는데, 500km 단위로 주행을 기록하고 과속과 급가속 및 급제동을 파악한다. 도로 규정속도에서 15km/h를 초과하면 과속, 속도가 1초 이내에 10km/h 이상 증가하면 급가속이라고.
그렇게 운전점수를 기록하는데, 아주 중요한 것이 있다. 티맵 운전점수가 높으면 보험료 할인 혜택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점수를 기록하고 이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보험사에 넘기는 운전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운전점수가 잘 보면 알겠지만 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장거리 운전자가 상대적으로 높게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도심 주행이 주가 된다면, 점수를 위해 가속과 제동에 신경을 쓰는 순간 뒤에서 경적 세례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뭐 티맵 운전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곳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현대 블루링크나 기아 UVO 등의 운행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앱을 사용하는 곳이 꽤 된다. 아예 보험사가 직접 GPS 모듈을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모든 것을 기록하는 곳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주행거리가 짧고 안전운전을 한다고 해도 사고가 없어지는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1년에 5000km도 주행하지 않았지만 사고를 한 해에 두번이나 낸 사람도 있다.
아무튼,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수집하는 행위에 대해 생각을 해 보고 제제를 가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만약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데이터만큼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러한 서비스에 가입하기 전에 적어도 "이 앱은 운전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분야별로 모두 가져갑니다"라고 크게 경고를 띄울 필요가 있다. 적어도 운전자가 '어떤 데이터를 가치 있는 것과 교환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는 있지 않은가.

미국에서는 한 상원의원이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에 운전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에 대해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데이터를 수집하지 말라는 경고와 같은 이야기다. 진정으로 이러한 앱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면, 적어도 사람들에게 그 앱이 가져가는 데이터, 활용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2000자가 넘는 긴 약관을 침착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