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올해만 '이상 현상' 400억대 사고…이석준 "대비책 마련"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가운데) /사진 제공=NH농협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의 잇단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날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기관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이지만 (이번에는) 이상현상"이라며 "최근 5년간 일어난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 6건 가운데 4건이 올해 발생했다. 사고 금액으로도 (전체의) 80%에 달한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다"라며 "지주 회장은 특단의 대책을 가지고 있나, 철저한 대비책을 직접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지난 8월 계열사 대표들을 소집해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하라는 부탁을 드렸고, 그와 관련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금융사고가) 나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주 회장이 철저한 대비책을 직접 챙겨달라'는 이 의원 주문에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국감장에서는 농협금융 금융사고가 유독 올해 빈번하게 발생한 데 대해 질타가 이어졌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0년간 금융사고 중 올해에 67%가 몰려 있다"며 "윗분들이 사표도 내는 등 고강도 쇄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회장은 "전반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문제라고 하면 책임을 질 수도 있다"며 "(다만) 자세히 보면 과거의 문제가 올해 드러난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6월 농협은행 명동점과 회현점에서 발생한 총 12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는 올해 8월22일 적발됐다. 당시 농협은행 '순회감사자'는 이 같은 부정거래에 대해 모두 '정상여신'이라고 평가했고, 이 때문에 농협금융의 내부통제 미작동 논란이 불거졌다. 순회감사자는 농협 출신 퇴직자로 구성됐으며, 농협이 내부통제 강화과 퇴직자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10여년 전부터 시행해온 제도다.

이밖에도 올해 3월 10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적발됐고 5월에는 51억원, 10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등이 드러났다. 10월에 발생한 140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 이상거래까지 합하면 올해 수시공시가 이뤄진 금융사고 규모만 430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다른 제도 보완이나 여러 직원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말을 줄였고, 여영현 농협상호금융 대표도 "교육과 전산 시스템을 강화해 열심히 예방하고 있지만 점포와 인원이 가장 많다 보니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면서 "최대한 노력해 막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국감장에서는 이달 10일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인사개입과 월권행위가 지적된 데 이어 농협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관치''가 또다시 언급됐다. 금감원은 올 5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해 집중적인 검사를 실시했다.

주철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취약점이 있다며 은행법과 지배구조법을 근거로 지적하겠다는데,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은 농협법에 따라 설립된 곳"이라며 금감원 개입에 대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강 회장은 "관치금융, 농협 길들이기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주 의원이 "농협중앙회가 지배주주로서 (농협금융에) 과도하게 관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하자 강 회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