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일본 스포츠카들이 튜닝빨이 잘 먹혔던 이유

일본산 스포츠카들, 일명 JDM이야 지금도 유명하지만,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이 JDM의 최전성기를 뽑는다면 주저없이 8~90년대를 부름

비록 이 당시의 일본은 버블 경제의 최전성기와 본격적으로 잃어버린 310년이 시작된 시기가 겹친 애증의 시대였지만, 자동차 업계는 버블 시대를 거치며 축적된 자본과 기술력이 마지막 꽃을 피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의 명차들이 쏟아져나오며 일본 자동차 역사의 불멸의 시대로 남았음

특히 이 시절의 JDM 자동차들은 다운사이징과 오일쇼크로 고배를 마시던 미국제 머슬카나 억소리나는 가격으로 입문조차 쉽지 않았던 유럽산 엑조틱 카들에 비해

일상용으로도 쓸 수 있으면서 동급 대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 했기 때문에 일본은 물론이고 해외의 자동차 매니아들조차 과시욕이 없다면 JDM을 사는 게 국룰이 됐을 정도

특히 이 당시의 JDM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튜닝빨이 엄청나게 잘 먹혔다는 건데

이 당시 일제 스포츠카들은 아무리 고성능이라 해도 순정 상태에서는 280마력을 넘지 못했지만 정말 기초적인 튜닝만 해줘도 적게는 300마력대, 많게는 400마력대까지 성능이 뻥튀기되는 일이 흔했고

특히 스카이라인 GT-R에 쓰인 RB26 엔진이나 수프라에 쓰인 2JZ 엔진은 무려 1000마력대 튜닝도 거뜬히 버텨주는 무식한 포텐셜을 자랑하는 걸로 유명했음

당시에는 왜 이렇게 잘 받아 주는 지를 모르다 보니 동양의 신비 운운하는 말 까지 나왔지만

사실 그 이유는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간단했는데

사실 엔진이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미 고성능 튜닝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임

7~80년대 경기 호황과 본격적인 버블 시대 진입으로 돈을 쓸어담기 시작한 건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예외는 아니었고

마침 1976년 F1 일본 그랑프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일본 전역에 모터스포츠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20년 만에 F1에 복귀해 제대로 홍보효과를 누린 혼다는 물론이고 토요타, 닛산, 마쯔다 같은 회사들도 돈을 있는 대로 쏟아 부어서 모터스포츠에 뛰어들기 시작했는데

정작 일본 사회에서는 '차가 너무 빨라져서 위험하다'라는 인식이 퍼지고 정부에서도 권고안을 내릴 정도가 되자 자동차 업계는 자체적으로 마력규제라는, 시중에 출시하는 양산차들은 280마력, 최고속도는 180km/h를 넘지 못한다는 자율규제안을 시행하게 됨

하지만 말이 자율규제지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돈을 있는 대로 쏟아 부어서 만든 고성능 엔진들을 고작 280마력이라는 택도 없는 성능으로 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결국 꼼수를 찾아냈는데

바로 엔진 자체에 설계의 여유를 크게 둬서 못해도 400마력까진 버틸 수 있게 만들거나, 아님 그냥 처음부터 400마력 엔진을 만들어 버린 뒤에 리미터만 걸어서 280마력 엔진이라고 뻥치고(...) 출시한 뒤에 리미터만 제거해주면 바로 원래 성능 나오도록 한 거

물론 이러한 개조들은 제조사에서는 '공식적으로는' 권장하지 않는 튜닝이었지만, 이미 튜닝에 도가 텄던 길거리 폭주족들과 프로 레이서들까지 이러한 꼼수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음

결국 이 이상한 촌극을 만들어낸 원인인 마력규제는 2003년 폐지되면서 이후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280마력을 넘는 차들이 나오게 됐지만

JDM = 튜닝이라는 공식은 폐지 이후에도 사실상 국룰이 되어버린 상황이라 사진의 토요타 GT86처럼 튜닝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차들이 여전히 나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