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워라벨의 역설…직원 만족도 오를 때 실적은 ‘내리막’
삼성전자, 실적·주가 부진에도 직원 만족도 3.37점…호실적 TSMC는 불과 2.4점
삼성전자와 TSMC에서 직원 만족도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에선 직원 만족도는 높은 반면 호실적을 내고 있는 TSMC의 경우 직원 만족도가 떨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직원 만족도와 실적의 반비례 관계는 과도한 복지가 지닌 위험성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과 반비례 하는 직원 만족도…만족도 대신 흑자 선택한 TSMC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도체 부문(DS)은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2.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0.2% 급감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가 추정치인 4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표에 실적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도 곤두박질 치면서 4만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반면 TSMC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3분기영업이익이 60% 가까이 증가했다. TSMC는 올해 3분기 매출 7596억9200만 대만달러(한화 약 32조3천억원), 영업이익 3607억6600만 대만달러(약 15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3.6%, 영업이익은 13.2% 증가한 수치다.
반면 삼성전자와 TSMC 직원 만족도는 정반대다. 다수의 미국 채용 플랫폼을 집계한 결과, 올해 삼성전자 직원 만족도는 5점만점에 3.37점으로 TSMC 2.45점 보다 1점가량 더 높았다. 아이러니한 점은 두 기업의 직원 만족도가 내려가면 실적이 증가하고, 올라가면 실적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만족도는 △2020년 3.22점을 시작으로 △2021년 2.95점 △2022년 3.09점 △2023년 3.49점으로 증가 추세다. 반면 TSMC 만족도는 △2020년 2.86점 △2021년 2.62점 △2022년 2.4점 △2023년 2.02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연도별 삼성전자와 TSMC의 영업이익 대입해 보면 직원 만족도가 오를 때 실적은 감소하는 반비례 공식이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도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20년 35조9940억원 △2021년 51조6340억원 △2022년 43조3770억원 △2023년 6조5670억원이다. 만족도가 낮아진 2021년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고 이후로 만족도가 오르자 실적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면 TSMC 연도별 영업이익은 △2020년 약 22조7110억원 △2021년 26조6490조원 △2022년 48조5960억원 △2023년 38조6280억원이다. 직원 만족도가 내려갈수록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유일하게 만족도와 영업이익이 동시에 떨어진 2023년의 경우 반도체 업계 자체 불황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불황을 고려해도 삼성전자 대비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교육 중심' 복지 체제 TSMC와 '힐링 우선'인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TSMC의 직원 복지 차이는 큰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반도체 업계 1위이자 세계적인 대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업무강도가 쎄고 직원 복지가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또 모든 복지가 직원 역량 향상에 맞춰져 있다. TSMC의 대표적인 복지로는 직원 능력 향상을 위한 실습 프로그램 및 기술 전문 교육, 기술 경진대회 등이 있다. 그밖에 건강 관리 및 정신 상담 등이 있다. TSMC는 대기업치고 복지가 적지만 업계 최고 연봉으로 보답하는 스타일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최고 수준 복지를 자랑한다. 직원 역량 향상에 집중된 TSMC와 달리 삼성은 직원들 휴식에 복지가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삼성전자 임직원 복지로는 △헬스, 골프, 사우나, 카페 등을 할인해 주는 삼성웰빙클럽 △DS여가 포인트 △에버랜드 및 캐리비안베이 △특별 휴양소 추첨 제공 △호텔 및 항공권 할인 △자녀 교육비 지원 △삼성병원 부모님 건강검진 할인 등 샐 수 없이 많다. 다만 대다수의 복지가 휴식과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TSMC와 삼성전자의 복지 차이는 반도체 업계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한 TSMC 직원은 “내가 생각하던 대기업과 너무 달라 놀랄 정도였다”며 “하루 2번의 휴식이 있고 일하는 중 다른 사람과 대화조차도 금지할 정도로 팍팍하게 관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 복지도 급여와 보너스뿐 그밖에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직원은 “일하기 참 좋은 환경이고 일과 삶의 균형(워라벨)을 추구할 수 있어서 좋다”며 “크게 어려운 일도 없고 복지도 좋아서 아는 사람에게 자신있게 삼성전자에서 일하라고 추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 업계 관계자는 “복지가 중요하다고 말들이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일 잘하는 사람들은 복지를 생각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다”며 “그들은 복지보다는 보상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더 강한데, 보편적 복지보다는 본인 실력으로 차별화 대우를 받고 싶은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원 복지와 회사 실적 간 관계를 분석하기에는 변수가 많다고 말한다. 다만 복지 개선에 앞서 실적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자 복지와 기업 실적 개선 모두 중요하고 밸런스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삼성전자같이 위기 상황에서는 실적 개선을 1순위로 삼아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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