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상실의 연속… 평온한 일상으로 감춰졌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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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가 네 번째 소설집 '봄 밤의 모든 것'(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최근 만난 백 작가는 "삶은 상실의 연속이고 상실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상처는 극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섬세한 내면묘사로 인물의 차이를 보여주며 조심스레 주제를 드러내는 백 작가이기에 이번에도 상실과 상처의 자리는 평온한 일상으로 감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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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년 인물들의 외로움 그려
“긴 이야기 욕심 생겨 장편준비”

백수린 작가가 네 번째 소설집 ‘봄 밤의 모든 것’(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최근 만난 백 작가는 “삶은 상실의 연속이고 상실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상처는 극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뒤이어 “극복하지 못한 채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로 새 소설집을 요약했다.
‘봄 밤’이라는 제목만 보면 따뜻한 이야기만 가득할 것 같지만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처럼 책에는 외로움과 슬픔의 정서가 겨울과 눈을 마주한 인물들을 통해 그려져 있다. 섬세한 내면묘사로 인물의 차이를 보여주며 조심스레 주제를 드러내는 백 작가이기에 이번에도 상실과 상처의 자리는 평온한 일상으로 감춰져 있다.
소설집의 맨 앞에 실린 단편 ‘아주 환한 날들’의 주인공은 홀로 지내는 70대 여성이다. 완벽히 계획된 하루를 보내는 주인공은 외롭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던 중 사위로부터 앵무새를 떠맡자 계획이 뒤틀린다고 불평하다가도 이내 새와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새는 딸의 집으로 돌아가고 새장이 있던 거실 한구석으로부터 몰려오는 허전함. 그게 스스로 외면하던 외로움의 자리였음을 깨닫는다.
평온한 일상 아래서 발견한 상실의 자리를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까. 수록작 ‘흰 눈과 개’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단편에는 입양아 출신 외국인과 결혼하겠다는 딸을 이해하지 못해 관계가 틀어진 남성이 등장한다. 딸의 초대로 방문한 스위스에서 딸과 단둘이 산책을 나간다. 상대가 반성의 사과를 건넨다면 용서하리라 다짐하지만 눈 속에서 그들이 마주한 건 사과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대의 마음뿐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둘 앞에 세 다리만으로 차가운 눈 속을 즐겁게 뛰노는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난다. 미소 짓는 둘의 눈빛 속에는 반드시 과거를 정정하지 않더라도 상처 난 그대로 새로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이 비친다.
차가운 이미지로 그려낸 감정들을 ‘봄 밤’의 면면으로 묶어낸 이유에 대해 백 작가는 “새 잎이 돋아난 뒤에 다시 눈이 내리기도 하듯 봄이라는 계절이 따뜻하기만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삶이 100%의 순금 같은 행복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처럼 봄 또한 따스함만으로 그려지지 않은 것이다.
두 단편 외에도 이번 소설집에는 유독 중년과 노년, 반려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스무 살이나 어린 남성에게 고백하는 중년 여성(‘빛이 다가올 때’)과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노년 여성(‘눈이 내리네’), 표제작 격인 ‘봄 밤의 우리’ 속 강아지를 떠나보낸 50대 중년 남성까지. 백 작가는 “나이를 먹어 노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나이 든 몸속에 여전한 불안과 욕망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수록작들을 쓰던 중 함께 지내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며 “20년 안에 노화와 질병, 죽음을 겪는 반려견을 통해 낯선 세계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소설집에 묶인 7편의 소설은 지난 2023년 출간된 그의 첫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문학동네)를 펴내기 전부터 최근까지 쓰였다. 장편의 감각이 여전히 남아서인지 백 작가는 “긴 이야기에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넓은 세계관과 깊은 이야기를 향한 작가의 갈증은 책 후반에 수록된 연작 성격의 세 단편에서도 드러난다. “가을부터 연재될 장편을 준비하고 있어요. 어떤 이야기가 될지 아직 어렴풋하지만 슬픔 중에도 다시 일어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빛과 아름다움으로 기울 것 같아요.”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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