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이 있어야 지갑을 열죠”…부동산 빚에 인질 잡힌 가계

김명환 기자(teroo@mk.co.kr) 2025. 11. 3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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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때문에 민간소비가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르게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1.3%포인트 감소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상 한국의 2024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보다 13.8%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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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부동산발 가계부채 분석
10년간 GDP대비 부채 14%P↑
민간소비는 매년 0.4%P 감소
부채 증가국중 유일하게 둔화
서울역 대합실에서 가계대출 관련 뉴스를 시민들이 시청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최근 10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때문에 민간소비가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르게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1.3%포인트 감소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상 한국의 2024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보다 13.8%포인트 올랐다. 77개국 가운데 중국과 홍콩이 각각 26.2%포인트, 22.5%포인트 증가한 데 이어 세 번째로 빠른 속도라는 평가다.

가계부채 급증과 금리상승 등에 따라 원리금 부담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 통계를 보면 2014년 1분기∼2025년 1분기 17개국 가운데 한국의 DSR 증가폭은 노르웨이(5.9%포인트 증가) 다음으로 2위였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다. 가계부채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뛴 나라들만 비교하면 민간소비 비중이 축소된 경우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는 특징”이라며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지나쳐서 가계 차입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구조분석팀이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신용은 민간소비 증가율을 해마다 0.40~0.44%포인트씩 깎아내린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만약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에서 유지됐다면 2024년 민간소비는 현재보다 4.9∼5.4%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계부채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원리금 부담 급증 외에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부(富)의 효과’가 거론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1% 오를 때 민간소비가 0.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주요 선진국의 소비 탄력성 추정치(0.03∼0.23%)보다 낮다.

한은 구조분석팀은 “일단 주택가격 상승분을 담보로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역모기지론 등 주택 유동화 상품이 적다”며 “미래에 더 나은 집으로 옮기거나 자녀의 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생각 등도 집값 상승을 유동성 있는 부의 증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산투자용 대출로 인해 유량효과가 적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한 부동산 관련 대출은 주택투자(가계부채의 약 절반)의 경우 소비가 아닌 자산투자를 위해 주로 사용됐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또 비주택투자(상가·오피스텔 등)는 공실 증가 등으로 수익률이 급감해 소비를 오히려 제약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는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며 “다만 최근 정책당국 간 공조와 적극적 대응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장기적인 일관 대응이 지속된다면 가계부채 누증 현상과 구조적 소비 제약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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