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쓰고 넥타이 맨’ 익스테리어

서양화가 정정수의 익스테리어 프로포즈 4

전원의 삶을 추구하며 전원주택을 선택한 사람들은 각자가 꿈꾸던 크고 작은 정원을 전원 속에 갖추게 된다. 내가 갖게 된 꿈의 정원을 좀 더 수준 높게 익스테리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꿈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유명 서양화가이자 조경가인 정정수 JJPLAN 대표의 글을 연재한다. 미술과 건축(조경)을 접목해 새로운 지평을 연 그의 깊은 식견과 경험은 독자 여러분의 정원을 더욱 풍성하고 품격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진행 이형우 기자│글 자료 정정수 원장(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우리나라 현대 주택의 형태는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다양성과 함께 많은 변화를 거쳐 왔지만, 최근에는 모던을 앞세운 디자인을 중심으로 직선에 의존하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디자인(박스 형태, 평지붕 등)이 대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스페니쉬 기와를 얹은 주택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건축의 형식을 따르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디자인이 반드시 만나게 되는데 이때 언밸런스의 관계가 조화롭게 완성된다면 유행을 선도하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만나는 건축적인 요소나 디자인에서의 불일치는 불행하게도 갓 쓰고 넥타이를 맨 듯한 큰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건축 양식과 스타일이 주변 환경이나 지역적인 특성과 맞지 않을 때는 각 부분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내 집을 내가 짓는데 내 맘이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주택의 모습은 남에게 보이는 것이므로 나의 감성에 대한 격을 좀 더 높여야만 한다. 며칠 입고 다른 옷으로 바꿔 입는 패션이 아니기에 훗날 반드시 성장하게 될 나를 위해서라도 후회 없는 결정이 돼야 한다.
주택은 수억 또는 수십 억원이 넘는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비싼 집에다 의미 없이 선호하는 디자인을 섞어서 나쁜 디자인이 되는 것을 시도하기도 한다. 한 예를 들어 문제를 지적하는데 사진으로는 예를 들고 싶지 않다. 어느 특정한 주택을 비방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서라도 글로만 제시한다.
스페니쉬 기와를 얹은 주택
지붕의 색상은 주로 주황색 계통이며, 한 가지 색보다는 파스텔 톤으로 약간의 색의 변화가 있는 것이 좋다. 논의의 폭을 좁혀 한 가지만 예로 들면, 주택의 익스테리어가 주는 느낌은 지붕과 외관의 관계가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다. 이런 주택의 형식은 이탈리아 사르데니아 지방의 주택 형태를 참고로 한다면 유럽 주택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이해하고 접목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은 본래의 형식을 이해한다면 근본으로의 접근 방식은 간단하다.
스페니쉬 기와를 얹은 주택은 지붕의 색에 변화가 있는데, 지붕과 벽의 관계에서 벽을 구성하고 있는 벽돌의 색까지 다양하게 시공되면 지붕과 벽 모두는 시각적으로 혼란스럽게 된다. 벽은 여러 개의 벽돌 색으로 혼재되지 말아야 하며, 지붕보다는 밝은 색으로 통일하기를 추천한다.
이러한 주택의 형태는 주택 디자인의 일부만 도용돼 한국에 흔하게 지어져 있으나 한국식 주택은 물론 아니다. 익스테리어 과정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재료가 갖는 색상의 선택이나 창문 그리고 문의 배치가 조화롭지 않아 익스테리어의 일관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공사를 기획했다. 한눈에 비교해보아도 색의 조화는 전체적인 분위기의 격을 쉽게 바꿀 수도 있다.
주택 형식이 유럽식 주택이기에 익스테리어 과정에서 집이 갖는 본래의 장점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다. 지붕과 외관 벽의 색 그리고 창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경관을 위한 간접조명은 야간 분위기를 주도한다.
스페니쉬 기와를 얹은 주택의 처마가 한옥의 기와지붕처럼 길어지면 좋지 않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유럽식 주택에 한옥 기와를 처마 없이 짧게 얹은 것과 같아서 갓 쓰고 넥타이를 맨 것만큼이나 조화롭지 못하게 된다. (디자인은 눈으로 확인하기 이전에 상상에 의해 그려진다. 자료를 찾아보며 참고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것이 상상되지 않는다면 동네 사업자보다는 디자인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한다.)
또 스페니쉬 기와를 이용한 주택이라면 창의 형태는 아치(홍예)를 반드시 넣어야 긴장과 이완의 조화를 이룬다. 이와 같은 상황의 어울림은 주택의 외관을 통해 보이는 익스테리어의 조화로움을 만드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익스테리어는 이종 이상의 조화로운 만남이 되어야 한다. (전원주택 2025, 4월호 154p 참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건물의 오른쪽 골목 구석에 배치돼 있던 것을 제거했다. 계단을 주택의 중심에 놓고 이동의 중심축으로 활용하며 계단 밑은 반아치를 만들어 통로로 사용하게 했다. 지붕의 주황색과 흰 벽이 만드는 색의 변화와 짧은 처마에 덧댄 서까래에 비춘 조명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익스테리어의 과정
<사진 01>은 2021년 식당으로 사용하던 주택의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그리고 조경 공사를 필자가 기획부터 완공까지 마무리한 현장 중 익스테리어 부분만 정리한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익스테리어 과정에서 지붕과 벽 그리고 창의 관계를 조화롭게 디자인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언제나 이들의 관계가 어떠한 색으로 마무리됐는지는 매우 중요하며, 거기에 더해지는 경관조명은 익스테리어의 완성을 의미한다. <사진 01>과 <사진 02>를 번갈아 비교해보면 원래의 디자인에 비해 완성된 전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경관조명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야간에 서울의 강변도로를 따라 보이는 한강의 많은 교량들은 저마다 개성을 드러낸 조명을 뽐내고 있다. 이 경관조명들은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간접조명으로 물체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에 있다.
눈에 보이는 형상을 보고 그대로 그리는 것은 창작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창작의 시작은 머릿속에 먼저 그려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는 손을 통해 쉽게 표현되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정도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어린 시절 미술적 표현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 또는 인위적인 것이 둘 이상 만나야 하는 관계는 반드시 만들어진다. 자신의 몸에 걸치는 의상도 중요한 디자인이지만, 주택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하는 종합예술이다. 지금부터라도 대충 알던 세계에 대한 관심을 깊게 갖는다면 새로운 것 또한 내게 깊이 들어오게 된다.
주택 밖에서는 계단으로 1층과 2층을 연결했지만, 1층과 또 다른 1층이 <사진 05>의 before에서 보이는 것처럼 분리되어 있던 건물과 건물 사이를 회랑이 되도록 연결해 실내공간으로 만들었다. 하나의 건물로 연결되는 동선을 중심축이 되게 했다.
화가가 표현하고 싶은 형태는 상상이라는 시뮬레이션을 거쳐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 이것을 스케치를 통해 현실화하고 소통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그려진 스케치는 완성된 결과가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자신의 판단만으로 한 가지 장식품을 추가할 때 관계의 조화로움을 판단하지 못하면 갓 쓰고 넥타이를 매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한 가지가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랑 밖에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리돼 있던 건물을 1층에서 2층으로 오르게 만들어 연결하는 계단이 보인다. 작업을 통해 계단 밑으로 통과해서 서까래로 장식된 회랑을 통해 좌우측 실내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지식이다
삶 안에서 기획하는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기본적인 조건들을 생각해 반영했다고 한들 기본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도 부족한 점을 알 수 있었다면 많이 아는 지식인이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지식이기 때문이다. 부족함을 안다는 것은 또 다른 전문적인 의견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으로, 이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소개한 주택은 현관의 공간 확장이 절실히 필요한 현장이었다. 때문에 기능을 갖춘 넉넉한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작업은 기존 주택의 외관과도 잘 어울리도록 했으며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고객의 생활이 보다 편리하고 쾌적하게 바뀔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법을 시도했다.
이곳의 현관은 비 오는 날 외출 시 현관에서 우산을 펼치거나 가벼운 물건을 보관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고, 기존 현관문 앞 공간이 좁아 활용도가 낮았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대충 만들어지는 것을 선택하는 일은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가벼운 자재로 세트장을 만들 듯하는 시공은 추천하지 않는다.
사진에서 보이는 흰 선들은 건물의 외형을 따라 건축의 형태를 보여주는 조명으로, 이를 제거했다.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이라는 생각에서 설치한 조명이다. 추천하고 싶은 조명은 사진 02에서 보는 것처럼 간접조명으로, 선이 아닌 면을 비춰 준다.
비전문가와 전문가의 차이점을 비교해보면, 비전문가의 시선으로는 ‘무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이상하다. 뭐~ 그런가 보다’하고 무시하거나 무관심하지만, 전문가의 시선은 뭔지 이상하다고 느끼면 즉시 원인을 찾아낸다. 물론 고수는 원인을 찾는 동시에 여러 개의 대안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곳을 매일 보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세월이 지나면서 익숙해져 객관성을 갖지 못하고 문제점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
아직은 주변 정리가 덜 됐지만 <사진 06>과 비교해 변화를 느끼고 판단해주기를 바란다.
‘가든’이라는 단어가 고기 구워 먹는 식당쯤으로 변질되어 유행하는 것 같이 주택 형태의 일부인 지붕이 아름답다는 생각에 집과의 조화로움을 생각하지 못하고 일부만 받아들인 결과는 어색한 상태로 유행하기도 한다. 좋은 것이란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은 것보다 좋은 것이어야 한다. 좋은 것만 유행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