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유타(Utah) 주의 상원 의원 2명이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미 의회에 제출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조선업계의 쌍두마차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대체 무슨 법안이길래 국내 조선 업체의 주가가 덩달아 널을 뛰었을까?
이들이 제출한 법안은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이다. 미 해군 및 해안 경비대의 함정 또는 주요 부품을 외국 조선소에서도 건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미국 현행법을 수정하고자 한 것이다.

1965년과 1968년 미국은 ‘번스-톨레프슨 수정법(The Byrnes-Tollefson Amendment)을 제정했다. 군함 생산과 주요 부품을 미국의 조선소에서만 건조 및 제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지극히 자국 보호주의 법령은 결국 미 해군의 독(毒)이 됐다. 외국 조선 업체와의 경쟁을 피해 안정적인 물량만을 수주하는 데 안주하다 보니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이다. 해외 조선소가 만든 싸고 좋은 배 대신 미국 내 조선소가 건조한 값비싼 함정을 써야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 해군은 비단 건조 뿐만 아니라 국외 수리마저도 보유함 중 군수지원함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자국 내 반대가 견고하고 기준도 까다롭다.
지난해 9월 미 해군의 군수지원함인 4만 톤 급 ‘월리 쉴라(Wally Schirra)’함이 한국의 거제항을 찾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한화오션이 미 해군 군수지원함의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하면서 첫 미국 손님을 맞은 것이다.
미국의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숙련 노동자들의 높은 이직률과 낮은 임금이 더해져 자국에서 수리마저도 쉽지 않은 탓이다.

“28년 동안 목격한 해군 중 가장 심각한 위기입니다”
미 의회예산국(CBO, Congressional Budget Office)의 해군 전문가가 피력한 대로 미 해군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국가 안보 목표를 달성하는데 해군 함정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제일의 조선 강국으로 2차대전 승리의 일등 공신 산업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세계 선박 톤수의 5%를 건조하다가, 현재는 0.2% 수준으로 축소됐다. 1983년부터 2013년까지 약 300개의 조선소가 사라졌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조선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되어 최강의 해군력을 유지하는 데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함정 수명이 다해 퇴역 함정은 늘어가는데 이를 대체하는 취역 함정은 더디기만 했다.
실제 미국의 가장 위협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 비교하면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은 약 60여 척의 신규 함정을 취역시켰으나 중국은 같은 기간 130~240척가량을 인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함정 수만 놓고 보면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LAN, People's Liberation Army Navy)은 2020년경에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중국 해군의 함정은 올해 395척, 2030년에는 435척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배수량 면에서도 10년 이내, 화력 면에서는 불과 2년 후에는 미 해군을 능가할 것으로 분석도 있다. 함정의 수명도 중국 군함은 70% 가까이가 2010년 이후 진수된 함정들이다. 반면 미 해군의 군함은 신형 함정이 약 25%에 머무를 정도이다.
보유 함정도 열세인데 작전 반경까지 고려하면 유지 보수 측면에서도 미국이 상대적으로 더욱 불리하다. 미국은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안보 공약을 위해 전 세계를 무대로 하나 중국은 자국에만 집중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조선 강국답게 중국은 손쉽게 자국 항구에서 함정 지원과 유지 보수를 받을 수 있으나 미국은 현행법에 가로막혀 까다롭기까지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이후 자국의 해군력 증강을 위해 제일 먼저 한국과 일본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민간 선박의 25%를, 일본은 15%를 건조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산 선박의 입항 수수료 부과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글로벌 선사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호재마저 겹치고 있다.
매년 미 국방부는 의회의 지시에 따라 향후 30년의 미래 해군 계획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올해 1월 보고된 자료(Annual Ship Inventories Under the Navy’s 2025 Plan)에 따르면 향후 30년 군함 확보에 1600조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군함을 건조하고 수리하는 데 한국이 참여하고 그 폭을 넓혀 나갈 수 있는 길이 더 밝아지고 있다. 분명 국내 조선업의 성장과 더불어 기업이 참여해 국가 안보를 더욱 강화하는 새로운 차원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