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북한 나진·하산 프로젝트’ 물거품되나

김동민 기자 2024. 10. 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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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유라시아 진출·문재인 한반도 H축 추진
윤 정부 후 험악해진 남북…두 국가론에 직격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정부가 추진 또는 검토했던 두만강 유역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좌초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두 국가론’을 앞세워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북측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 요새화를 추진하면서다.

9일 여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10월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유럽,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몽골 등에 대한 진출을 선언했다. 세계 면적의 40%를 차지하고 인구의 70%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개발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셈이다.

이어 2013년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러의 나진·하산 시범 물류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4년과 2015년 시베리아 석탄이 철도와 배로 나진항에 도착했고, 다시 중국 상선을 타고 포항까지 운송됐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시범사업을 외면했고, 러시아만 ‘신동방정책’과 연계한 기대를 표명했지만, 이마저 북한의 2016년 제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 H축 철도구상이 큰 관심을 끌었다. 부산에서 동해안을 끼고 동해·경의선 철도를 우선 연결하고 남북한 전역을 ‘H축’으로 개발하는 구상을 꺼냈다.

당시 문 정부는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내면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내놓았다.

먼저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동서 철도 연결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경협의 기초를 마련해 한반도에서 중국과 러시아로 이어지는 H자 모양의 경협 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면서 2020년 4월 20일 문 정부는 동해안 남북철도 연결을 재추진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결정했다.

당시 검토된 구간은 강릉∼제진 노선으로 총길이는 110.9km다. 복선이 아닌 단선으로 건설된다. 총 공사기간 7년, 공사비는 약 2조349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강릉~제진이 정비되면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 중국, 러시아를 거쳐 영국 런던까지 철도로 닿을 수 있었다.

이후 남북 평화를 위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큰 주목을 받았다. 북한 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만 고집할 경우 한반도 6자국 상황에 따라 부침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접근할 경우 동아시아 평화 산업 벨트가 구축될 수 있다는 장밋빛 희망도 쏟아졌다.

지난 2018년 12월 열린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 연합뉴스

하지만, 문 정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한반도 H자축은 빛을 보지 못했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 견제가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 영토 내가 아닌 북한·중국·러시아 접경지역에 한반도 6자국이 참여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압박 기조와 맞물려 한국 측은 2016년 철수했고,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재가동하기로 협의했다.

이를 위해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다. 나진·하산의 지정학적 위치를 따져보면 개성공단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역대 정부는 이 문제를 풀지 못했고,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두 국가론’을 주창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와 관련해 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9일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보수였던 박근혜 정부조차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조치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야당 일부에서 주장한 ‘두 국가론’보다 훨씬 시급한 것은, 한반도 6개국이 동의할 수 있는 두만강 유역 ‘평화 산업지대’ 구축”이라고 지적했다.

김동민 기자 zoomin03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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