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주요 당직도 친윤 일색… `연포탕` 대신 `당정일체`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첫 주요당직 인선에서는 이변 없이 친윤(親윤석열)계가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관장할 사무처를 장악했다. 김기현 대표가 당권경쟁 과정에서 내걸었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 기조와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13일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거쳐 주요당직 인선안을 의결했다. 사무총장에는 친윤 실세 인 재선의 이철규 의원이 임명됐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을 책임지며, 총선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릴 경우 당연직 부위원장으로 실무를 총괄해온 게 관례다.

사무총장 최측근이자, 당협 정비 등을 주관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 관여하는 제1·2 부총장도 친윤계 초선이 차지했다. 울산이 지역구로 윤석열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박성민 의원이 전략기획부총장을,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과 전임 지도부 최고위원을 지낸 배현진 의원이 조직부총장을 맡았다. 중앙당 대변인단에도 친윤 색채가 짙은 초선 유상범·강민국 의원이 수석대변인으로 전면에 섰다. 대변인은 모두 원외인사로 발탁됐다. 당대표 경선 김기현 캠프에서 역할을 한 윤희석 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과 김예령 전 수석대변인이 임명됐다.

다만 친윤계 압박에 당대표 출마를 접은 나경원 전 의원을 도왔던 김민수 전 경기 성남분당을 당협위원장도 대변인단에 합류했다. 지명직 최고위원 2석 중 1석에 유승민계 출신의 초선 강대식 의원이 임명됐다.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구자근 의원과 함께 TK(대구·경북) 안배 차원이다.

당 싱크탱크이자 여론조사 기능을 관장하는 여의도연구원 원장직엔 친윤계 초선 박수영 의원이 내정됐다.

김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능력을 가진 분들 중심이면서 대통합 모양에 맞는 인물을 선정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향후 진행될 당직 인선도 그 두가지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지명직 최고위원과 미완의 정책위의장 인선을 언급한 것이다.

김 대표는 당초 수도권 지역구 3선이자 유승민계 출신 유의동 의원에게 정책위의장직을 제안했지만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성일종 현 의장이 당분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다음달 중 주호영 원내지도부가 교체되면 후임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새 정책위의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 인선에 이어 노동조합 회계투명성 강화 입법 관련 민·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 표 노동개혁에 발을 맞췄고, 한덕수 국무총리의 축하 예방을 받았다. 윤 대통령 초청을 받아 용산에서 공식 만찬을 하며 '당정일체' 기조를 부각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