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애플 AI 언어전쟁의 배경: 땅따먹기 [IT+]

이혁기 기자 2024. 10. 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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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갤럭시 AI 지원언어 확대
16개국→20개국으로 늘려
애플 AI는 미국 영어 하나뿐
두 AI 장점은 서로 다른 만큼
지원 언어 수가 곧 경쟁력
아직은 삼성전자가 수에서 우위
골든타임 활용해 애플 앞지를까

삼성전자와 애플이 '때아닌 언어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24에 탑재한 AI 언어의 수를 16개에서 20개로 늘렸다. 애플 역시 내년까지 10개가 넘는 언어를 '애플 인텔리전스'에 탑재할 예정이다. 두 기업은 왜 '언어전쟁'에 돌입한 걸까. 그 배경엔 '땅따먹기' 전략이 숨어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돼 있는 인공지능(AI) 서비스 '갤럭시 AI'의 지원 언어를 확대했다. 기존 16개에 네덜란드어‧루마니아어‧스웨덴어‧튀르키예어를 추가해 총 20개로 늘렸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31일 AI가 스스로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폰 '갤럭시S24'를 출시한 지 9개월 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언어를 넘어 문화를 이해하려면 관련 지식을 갖춘 고도화한 갤럭시 AI가 필요하다"면서 "세계 각국에 있는 R&D 센터에서 언어 모델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갤럭시 AI의 핵심은 언어=삼성전자가 추가한 언어의 기능은 이렇다. 통화 중 음성을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실시간 통역', 대화 내용을 즉시 번역해 텍스트로 표시하는 '통역', 효율적인 채팅을 돕는 '채팅 어시스트', 노트 내용의 번역과 정리를 지원하는 '노트 어시스트',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이를 바로 번역하는 '텍스트 변환 어시스트', 웹페이지를 번역하는 '브라우징 어시스트' 등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각지에 R&D 센터를 지어가면서 지원 언어를 확대하고 있는 건 '경쟁력' 때문이다. 갤럭시 AI의 기능이 주로 통역과 번역에 집중돼 있는 만큼, 지원 언어가 늘어날수록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쟁력도 빠르게 커진다.

가령, 갤럭시 AI가 지원하는 아랍어만 해도 이용자 수가 어마어마하다. 20여개국 4억명가량이 쓰는 아랍어는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언어다. 또다른 지원언어인 베트남어는 1억명이 쓴다. 전세계에 설립한 R&D 센터가 현지 언어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힘을 쏟는 이유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통해 '언어 장벽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거다.

■ 애플 AI는 여전히 영어만=삼성전자의 이런 행보는 애플과 극명히 대조된다. 애플은 지난 9월 아이폰16을 출시하면서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였다. 애플이 '개인형 AI'란 별명을 붙인 이 서비스는 갤럭시 AI와 기능이 조금 다르다. 메시지‧이메일 요약, 맞춤법 교정, 문어체 수정 기능, 문장 요약, 리스트‧표로 정리 등 주로 사용자의 작업 능률을 높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기능이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지 못했는지, 애플 인텔리전스는 여전히 '미국 영어'만 지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는 애플의 보기 드문 '부진한 사전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이폰16은 최신 기술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하고도 사전예약 당시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9월 15일(현지시간) 아이폰16의 사전 예약 판매량은 전작보다 13.0% 줄어든 3700만대를 기록했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는데, 애플 인텔리전스가 중국어를 서비스하지 않은 게 변수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자료 | 업계 종합, 일러스트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발 빠르게 지원 언어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아무리 AI 서비스가 탁월하다 해도, 애플의 사례가 보여주듯 지원 언어 수가 부족하면 그만큼의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애플보다 더 많은 국가의 언어를 지원해 해당 나라의 이용자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미래 플랜인 셈이다. 언어 전쟁 속엔 '땅따먹기' 전략이 숨어 있는 거다.

물론 애플도 지원 언어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말에 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남아공 등 5개국 영어를 지원하고, 내년에는 한국어‧중국어‧일본어를 비롯한 11개 국어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 AI는 통역과 번역에 특화돼 있고, 애플 인텔리전스는 개인형 비서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두 기업의 AI 특징이 서로 다르다"면서 "두 AI의 우위를 가늠하기 힘든 만큼 현재로선 얼마나 많은 언어를 지원하느냐가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미국 영어만 지원하는 현 시점에선 20개 언어를 지원하는 갤럭시 AI의 경쟁력이 더 앞서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더 많은 언어를 발판으로 애플을 앞지를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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