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분교, 마지막 졸업과 함께 67년 역사 속으로

서의수 기자 2025. 8. 4. 18: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교생 1명 남긴 안동 삼계분교 9월 폐교
10년간 경북 폐교 50곳…지역 공동체 붕괴 우려 커져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장
시골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무너진다. 학교는 단지 아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모이는 문화공간이자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농촌 학교의 폐교가 속출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 예안면 삼계분교장도 그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모교로 알려진 이 분교는 1957년 개교 후 67년 만인 오는 9월 1일 문을 닫는다. 현재 전교생은 단 한 명, 마지막 졸업과 함께 학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역 교육 붕괴는 곧 마을 해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시골 학교의 폐교는 더 이상 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조용한 '소멸의 징후'를 들여다본다.

4일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경북·대구 지역에서 폐교된 초·중·고교는 50곳이 넘는다. 대부분은 읍·면 지역에 위치한 시골 학교다. 특히 경북은 전체 초·중·고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학생 수 1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이며, 일부 군 단위 지역은 학생 수가 10명 이하에 불과하다.

경북교육청은 학생 수가 15명 이하인 학교를 대상으로, 학부모 60% 이상이 통폐합에 찬성할 경우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연초 수립되는 '적정규모학교 육성계획'에 따라 교육지원청이 학부모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뒤, 도의회 조례 개정을 통해 최종 결정하는 절차다.

폐교가 확정되면 해당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배정받고, 통학 차량과 통학비가 지원된다. 가정에는 연간 최대 300만 원까지 교육 관련 비용을 실비 정산 방식으로 지원하며, 인터넷 강의, 병원비, 체험학습비 등이 포함된다.

또한 통폐합이 이뤄진 지역 학교에는 교육부로부터 40억~11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된다. 이 예산을 활용해 방과후학교, 체험학습, 맞춤형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도교육청은 농촌 지역 학생들을 위한 영어캠프, 예술 체험, 스포츠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정주형 학교도 확대 운영 중이다. 올해는 9개 학교가 시범 운영 중이며, 외지 학생 유치를 위해 해외 유학생 유치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46명에서 올해는 69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폐교 이후 마을 공동체 붕괴에 대한 대응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교육청 차원에서 주민 대상 문화재생 프로그램은 별도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예산 여건상 당장 확대는 어려우며, 정책연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폐교 시설 활용 역시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경북교육청이 2025년 3월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전체 폐교는 800여 곳이며 이 가운데 420여 곳이 각 교육지원청이 관리하는 '보유 폐교'다. 이 중 실제로 활용 중인 폐교는 절반 수준인 273곳이며, 나머지 147곳은 장기간 방치된 상태다.

안동시는 총 65개 폐교 중 17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2개교만이 활용되고 있다. 의성군은 총 67개 폐교를 기록해 도내 최다 수준이며, 이 중 13개교를 관리 중이고 11곳만 활용 중이다. 포항(45곳), 경주(43곳), 김천(48곳) 등 도시 지역도 다수의 폐교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활용률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활용 사례는 농산물 가공장, 캠핑장, 마을회관, 평생학습관, 체험장 등 다양하지만, 수익성 확보나 주민 이용률 문제로 인해 상당수는 미활용 상태로 남아 있다. 교육청은 공모 방식으로 폐교 부지를 지자체나 지역 단체에 2년간 무상 대부하고 있으나, 신청률과 실질적 활용 성과는 제한적이다.

경북교육청은 오는 8월 중순, '적정규모학교 육성'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폐교 기준 재정비, 교육서비스 강화 방안, 지역과의 연계 전략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통폐합은 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폐교 이후에도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고 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