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폭풍전야]⑩ 대웅제약, 나보타·펙수클루 방어 속 기존 ETC 시험대

/이미지 제작 = 김나영 기자

대웅제약이 주력하는 품목은 크게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로 나뉜다. 두 제품은 각각 수출 중심과 국산 신약이라는 성격을 갖춘 만큼 정부가 약가제도 개편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실적 방어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두 품목을 제외한 기존 전문의약품(ETC) 포트폴리오는 제네릭과 특허만료 성분 의약품 비중이 높아 약가 인하의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매출 방어 버팀목 '나보타·펙수클루'

나보타와 펙수클루는 이번 약가제도 재편 국면에서 대웅제약의 실적을 지탱하는 핵심 버팀목이다. 두 품목은 대웅제약이 2030년까지 '1품1조' 달성을 목표로 키우는 주력 자산이다.

대웅제약의 ETC 실적도 두 품목이 상당 부분 견인하고 있다. 올 3분기 누적(별도) 제품 매출 6278억원 가운데 나보타와 펙수클루 합산 매출은 2451억원으로 약 39%를 차지한다. 나보타는 1709억원, 펙수클루는 741억원의 매출액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나보타는 수출 중심 포트폴리오로 국내 약가 인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2019년 미국 진출에 성공한 이후 빠르게 외형을 키운 나보타는 지난해 연간 매출 186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27% 성장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1709억원으로 이 가운데 수출이 1452억원을 차지해 비중이 80%를 웃돈다. 최근에는 이라크와 바레인 수출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중동(MENA) 지역 진출국을 10개국으로 늘렸다.

2022년 7월 출시한 펙수클루 역시 같은 기간 74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나보타와 우루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실적을 냈다. 매출은 아직 내수 비중이 높지만 국산 34호 신약이라는 점에서 이번 제네릭 약가 인하의 직접적인 타깃은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국내와 글로벌 합산 매출 10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84% 성장했고, 출시 3년 차에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ETC는 약가 인하 압박 가시권

문제는 두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ETC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제네릭·특허만료 성분 의약품 중심이라는 점이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1차 적용 대상은 2012년 약가 인하를 받았던 제네릭이지만, 향후 기등재 의약품 전반으로 단계적인 확대가 이뤄지면 기존 ETC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매출 감소 리스크가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대웅제약의 3분기 보고서에는 이상지질혈증치료제 '크레젯(271억원)', 고혈압치료제 '올메텍·올메텍플러스(240억원)', 기능성소화제 '가스모틴군(172억원)' 등 내수·급여 기반 품목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3개 품목의 3분기 누적 매출은 683억원으로, 제네릭 약가 산정률이 40% 수준(인하율 약 25%)까지 내려갈 경우 매출 감소폭은 17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여기에 장기 판매 중인 기등재 의약품이 묶여 있을 가능성이 높은 '기타' 제품 매출이 2395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변수다. 이는 나보타 단일 품목 매출을 웃도는 규모다. 보수적으로 기타 매출의 30%만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약가 산정률이 40%대로 내려가면 3분기 기준 약 180억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3분기까지 별도 기준 매출 1조351억원, 영업이익 1580억원을 거뒀다.

'선 인하· 후 보상' 개편안, R&D 선순환 흔들린다

회사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이 R&D 투자를 확대해온 기업일수록 단기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제네릭과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를 먼저 낮춘 뒤 향후 출시될 신약에 대해 보상을 논의하는 방식으로는 연구개발 투자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온 회사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2023년 16.9%, 지난해 18.5%에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15.4%를 기록하며 업계 평균을 웃돌고 있다.

대웅제약 측은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에게는 약가를 우대하겠다는 정책안을 내놨지만, 이는 이미 시장에 나온 제품이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신약에 적용되는 내용"이라며 "기존 제네릭 수익을 먼저 깎아놓고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신약에만 보상을 기대하라는 방식으로는 연구개발 투자 선순환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약가제도가 단기 재정 절감 수단이 아니라 산업 전략의 일부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네릭 약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면 혁신 신약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 체계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선인하·후보상 구조가 지속된다면 R&D 확대를 선택한 기업일수록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과 신약 공급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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