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 전쟁] ① 소프트웨어 약점 인정한 현대차, 'ccOS' 성능 개선할까

2024년 갑진년 자동차 업계의 최대 트렌드는 바로 SDV(Software Defined Vehicle)다. 각 완성차 브랜드와 부품 업체 등이 2024년 SDV 시장을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제네시스 G90 클러스터(계기판)에 나타나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기능. 별도로 전방 예측 변속 시간까지 파악할 수 있다(사진=조재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일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열린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소프트웨어 경쟁이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SDV를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정 회장은 신년회 무대에서 “우리가 열심히 해서 따라잡아야 한다”며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를 잘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내부 소프트웨어 약점을 인정한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만든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ccOS, 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 도입 시기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10월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전략의 일환으로 ccO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같은해 6월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내 ccOS 개발팀이 신설된지 약 4개월만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가 가능한 ccOS가 2020년경 도입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정보다 2년 늦은 2022년에 ccOS 도입이 활성화됐다. 시기가 늦어졌지만 ccOS내에 고성능 정보 처리 반도체인 ‘엔비디아 드라이브’가 탑재된 만큼 업계의 기대감은 컸다.

ccOS는 크게 ccIC(Connected Car Integrated Cockpit,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이 하나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로 연결된 콕핏)와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 커넥티드카 내비게이션 콕핏)으로 나눠진다. ccIC의 경우 고급형 사양으로 분류되는데 제네시스 브랜드에서만 주로 사용되며 보급형 사양인 ccNC는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 신차에 순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ccIC가 탑재된 제네시스 G90, GV80, G80, GV60 등은 클러스터(계기판)에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기능을 띄울 수 있어 차별화를 갖췄지만 ccNC가 탑재된 현대차와 기아 등은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크게 나뉘고 있다.

기아 더 뉴 K5에 탑재된 12.3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서 작동되는 현대차그룹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사진=조재환 기자)

ccNC의 호불호가 크게 나눠지는 이유는 바로 클러스터 디자인과 연관된다. 이전 세대 소프트웨어 대비 디자인에 크게 두각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존에 호응 받았던 기아의 날씨 테마 클러스터 디자인 기능도 ccNC에서 볼 수 없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클러스터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BMW, 벤츠, 아우디 등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디자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드물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ccNC 탑재 차량의 클러스터 디자인을 강화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도입 시기는 미정이다.

현대차그룹의 ccOS는 자동차 업계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성격에 가깝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주요 차량에 웨이브, 왓챠, 유튜브, 넷플릭스를 실행할 수 있는 OTT 서비스를 강화했는데 이 움직임은 테슬라 대비 약 2년 늦다. 특히 차량 내 전자제어장치까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시킬 수 있는 제네시스 ccIC 도입 시기(2021년 9월)도 국내 기준으로 테슬라 등과 비교했을 때 약 4년 정도 늦다.

주행보조가 실행된 현대차 4세대 투싼 부분변경 1.6 가솔린 터보 (사진=조재환 기자)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전 세계에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2024년부터 SDV 역량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ccOS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SDV 전략은 현지 시간 기준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CES 2024에 별도 부스를 마련하는데 현대차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인 포티투닷은 SDV 방향성과 내재화 기술 등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의 경우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라인업을 소개하는데, PBV 내 SDV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 최적화에 맞춘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한다. CTO(최고기술책임자)였던 김용화 사장이 2023년 12월 회사를 떠난 만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정을 잘 아는 임원이 새로운 조직을 이끌 CTO가 될 예정이다.

조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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