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에서 만난 고민시

Holidaying in the Maldives

높을 고(高), 하늘 민(旻), 볼 시(視). ‘높은 곳에서 하늘을 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배우 고민시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과 바다를 만끽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섬이라 불리는 몰디브에서.


니트 톱 르하스. 팬츠 바쉬. 리본 디테일이 포인트인 플리에 백, 함께 연출한 플리에 웰렛 모두 마르헨제이.


스윔웨어 토템. 허리에 레이어드한 셔츠 르하스. 쇼츠 아떼바네사브루노. 스퀘어 형태의 비건 레더 로메 백 마르헨제이.


메시 톱 오니츠카타이거.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퀸 스커트 오버듀풀레어. 슈즈 아르켓. 아이보리 컬러의 비건 레더 마야 백 마르헨제이.


원피스, 이너 톱 모두 오픈와이와이.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 아르켓. 바이올렛 컬러의 비건 레더 안나 백 마르헨제이.


뷔스티에 톱 라티젠.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티타늄 코어 소재의 화이트 선글라스 아코니 by 에이본.


펀칭 셔츠, 스커트 모두 베르니스.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뮬 끌로디피에로. 러블리한 핑크 컬러의 토트와 크로스 겸용 미니 튤립 백 마르헨제이.


니트 베스트 르하스.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쇼츠 앤유. 캐주얼한 무드의 비건 레더 백팩, 핑크 인형 키링 모두 마르헨제이.


니트 톱 롱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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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해변가 노을같이 어스름하게 스며드는 꽃향기를 지닌 릴리프 퍼퓸밤. 강원도 양양 하조대에서 영감을 받은 향, 테피드선셋 슬로우허밍.


깃털 장식의 톱 손정완컬렉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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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바르는 순간 천천히 스며들어 24시간 동안 은은하게 퍼지는 비건주의 퍼퓸밤 모두 슬로우허밍.


Q <헤이 트래블>과의 첫 만남입니다. 몰디브도 처음이라 들었어요. 언제나 처음이란 단어는 뜻깊고 설레잖아요. 전 ‘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낯설고 기분 좋은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에요. 낯선 땅에서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요. 처음 해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커요. 거기서 굉장히 큰 만족감을 느끼죠. ‘내가 해냈다!’ 하는 일종의 성취감이에요. 이 성취감이 제겐 정말 의미 있고 뜻깊거든요.

Q 당신에겐 새로운 땅, 몰디브에서의 시간은 만족했나요? 최고예요. 왜 많은 사람들이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오는지 깨달았죠. 해외 로밍을 신청하려고 했을 때, 이곳에선 와이파이가 가능한 곳에서만 전화와 문자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한적인 상황이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요. 여유로운 자연 속에서 온전히 제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Q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경험도 특별하죠. 몰디브의 숙소였던 선 시암 올후 벨리 로맨스는 어땠나요? 맞아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저는 깊은 수면을 위해 작은 백색 소음을 틀어놓 곤 해요. 몰디브에선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잠에 들었는데 기분이 너무나 좋은 거예요. 기절하다 시피 잤어요. 눈을 뜨자마자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니까 가슴이 탁 트이더라고요. 맑은 날씨와 아 름다운 풍경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죠. 바다 위에 지어진 수상 가옥은 날 위해 존 재하는 특별한 공간 같아서 또 좋았어요. 아! 모래사장을 걷는 꽃게와 도마뱀을 태어나서 처음 봐서 신 기했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에 나올 법한 공간에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 즐거워요

Q 데뷔 이후 지금까지 굉장히 촘촘한 필모그래피를 완성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러한 여유가 짙게 다가오지 않 았을까 싶어요. 영화 <마녀>의 명희,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시리즈의 은유, <좋아하면 울리는>의 굴미, 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명희, <지리산>의 다원, 영화 <밀수>의 옥분 등 드라마와 영화, OTT 시즌제를 넘나들며 마주한 캐릭터마다 찬란한 인상을 남겼으니까요. 어느 순간 길어진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필모그래피를 예쁘게 쌓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찾아본 선배님들의 필모그래피가 너무나 멋져 보였거든요. 배우를 설명할 때 이름과 대표작이 탕탕탕! 함께 올라가는 장면이 두근거리잖아요. ‘나도 저렇게 멋진 대표작들이 예쁘게 나열되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랐죠. 그러려면 확실한 나만의 연기가 중요하겠구나 싶었어요.

Q 새로운 작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이 화제예요. 이런 폭발적인 반응을 예상했나요? “어느 여름 펜션에 나타난 수상한 여자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한 펜션 주인의 미스터리 스릴러”란 소개도 흥미롭고요. 배우 김윤석, 윤계상, 이정은과의 조합도 좋았던 것 같아요.

Q 작품을 택할 때의 기준을 세웠나요? 단역이든 주연이든 상관없이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후회 없을 만한 작품을 택해요. 작품의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꽂히는 한 가지를 발견하면 그냥 믿고 가요. 예를 들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명확한 메시지, 매력적인 캐릭터, 이전엔 경험해보지 못했던 장르물이 될 수도 있죠. 어쩔 땐 ‘평소 존경하던 감독님의 카메라에 내 얼굴이 담기면 좋겠다,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기준이 되기도 하고요. 재밌어 보인다 싶으면 참가해요.

Q 도전에 대한 의지가 있군요. 평소 작품을 많이 봐요. 여러 작품을 보다 보면 배우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특별한 장면이 있거든요. 그럴 때 연기적 열망이 피어나요. 나만의 방식으로 연기했을 때 어떨지 궁금해져요. 어떤 배우의 프로필을 보고는 ‘저 눈동자가 너무나 예쁜데, 저런 사진 분위기를 내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과연 난 어떻게 할 수 있지?’ 상상해보죠.

Q 짧은 시간 대중에게 각인되었어요. ‘무서운 성장’이란 단어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죠. 동의하나요? 짧은 시간은 맞는 것 같아요. 전 연기 전공자도 아니니까요. 연기를 시작했을 땐,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았어요. 10년 뒤에는 TV에 나올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이었죠.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땐 세상의 운을 다 끌어 쓰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았어요. 지금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감사하죠.

Q 스스로를 칭찬한다면요?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은 후 뒤돌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안 될 거라 생각해본적도 없고요. 오디션에 떨어져도 다만 좀 늦게 될 뿐이라 생각했죠. ‘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야.’ 항상 다짐해요.(웃음) 이상하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Q 최근 베를린에 다녀왔죠. 당신에게 좋은 쉼이 되었나요?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 맡은 명희가 독일에 가지 못했거든요. 꼭 독일에 가서 그녀의 꿈을 이뤄보고 싶었어요. 명희가 살아서 갔더라면 어땠을까, 되짚으 며 여행했는데 팬들도 좋아해주셨죠. 명희란 캐릭터에 방점을 찍은 느낌이랄까. 드디어 세계관이 완성 된 기분이 들었어요. 동시에 슬펐고요.

Q SNS에 올린 하와이에서의 플로팅 요가 사진도 즐거워 보였어요. 하와이에는 지난 6년간 함께한 요가 선생님과 갔어요. 늘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다가 새해를 맞아 제가 “함께 하와이에 가시죠” 해서 이뤄진 여행이었거든요. 바다 위에서 요가하는 시간도 힐링이었어요.

Q 요가를 오래 했다고 들었어요. 제게 요가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명상 시간이에요. 동작의 난이도보다 몸을 쓰면서 들이쉬고 내뱉는 자연스러운 호흡에 신경 써요. 생각이 넘쳐흐를 때 특히 도움을 받죠.

Q 당신에게 요가란 특별한 취미네요.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는 너무나 쟁쟁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비중이 큰 공중파 배역을 처음으로 맡아 부담감이 컸어요. 돌이켜보면 제가 여름 촬영을 유독 힘들어해요. 태양에 녹는 느낌이 저를 짓누르곤 하죠. 그때 요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Q 여름 나라와 이토록 잘 어울리는데, 의외네요. 영화 <밀수> 이후 여름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촬영도 재밌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무대인사를 통해 좋은 에너지를 얻었고요. 좋은 기운을 정말 많이 받았나 봐요.(웃음)

Q 1만4천 피트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하는 영상도 SNS에 올렸죠. 정말 인상 깊었어요. 스카이다이빙은 한 번에 뚝 떨어지는 번지점프와는 좀 다르게 하늘과 바다를 지나쳐 초원에 떨어지는 동안 여유롭게 세상을 관찰하며 내려오는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2024년 1월 1일의 도전이라 더 의미가 깊었어요. 2024년 시작부터 ‘해냈다’는 만족감이 컸죠.

Q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자연에 내던져지는 기분은 어때요? 보기만 해도 짜릿하던 걸요. 하늘에 떨어지자마자 구름 때문에 온통 세상이 하얗게 보여요. 마치 저승에서 이승으로 연결된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요. 굉장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하얀 구름 세상이 한 꺼풀 싹 벗겨지면 아름다운 자연이 한눈에 펼쳐져요. 저 멀리 평화롭게 헤엄치는 돌고래도 보이고, 무지개도 보이거든요. 평소 보는 무지개는 반원이잖아요? 하늘에서 보면 동그라미예요. 세상의 다른 면을 발견한 것 같았죠. 그 경이로움과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눈물이 왈칵 났어요. 난 정말 한없이 작은 존재구나, 느껴지면서 감동이 밀려오죠.

Q 일도 여가도 가열차게 열심히 즐길 줄 아는 사람 같아요. 당신에게 ‘열심히 임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옛날부터 멋진 커리어 우먼을 꿈꿨어요. 일 잘하고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열정적이고, 순수하게, 지혜롭되 쿨하게! 제 일과 삶을 사랑하면서요.

Q 가끔 ‘너무 과도하게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을 때’가 있지 않나요? 원래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요! 맞아요. 아등바등해 보이는 건 정말 싫잖아요.(웃음) 뭐든 주어진 걸 열심히 하는 성격이지만 타인이 볼 때 힘들어 보일까 싶어 밸런스 잡기 위해 노력해요.

Q 도전할 때 오는 두려움은 어떻게 해결해요? 나만의 것을 만들고자 노력을 많이 하고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겪어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오히려 즐겨요. 예전에는 오디션이 정말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너무 많이 해보니까 내성이 생기면서, ‘이렇게까지 준비해 온 사람은 없을걸’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Q 나를 불태우면서 삶을 살아가다 보면 타는 뜨거움이 느껴지는 순간이 오곤 하잖아요. 연소한 나의 의지를 되살리는 또 다른 방법도 있어요? 예전에는 주변에 고민 상담도 하고 조언도 얻으려 했어요. 잠깐 얘기하면서 기분이 나아진다고 착각했던 거예요. 그런데 스스로가 바뀌지 않으면 풀리지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고민이 생기면 그것을 온전히 혼자 느껴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침대 위에서 오롯이. 그 침울함에 끝까지 몰입해서 느끼고 나면, 어느 순간 그 감정에 질려서 박차고 일어서요. 그리고 배우란 직업인으로 살면서 그때 느낀 감정이 요긴하게 사용되더라고요.

Q 그 또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군요. 네, 당장 죽을 것 같더라도 조금씩 괜찮아져요. 내일부터 정신 바싹 차리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Q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예요? “작품을 보면서 힐링했어요” “작품 재밌게 봤어요” “배우를 해줘서 고마워요”. 이런 팬레터를 받으면 기분이 너무나 좋아져요.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잖아요. 배우 하기를 잘했다 싶죠.

Q 누군가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직업은 흔치 않죠. 예담이란 호를 붙인 점도요. 스님께 받은 이름이라고요? 특별히 호를 짓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생 때 부모님께서 받아오신 호예요. 나아갈 예(詣), 평평한 땅 담(埮). 호와 이름을 더하면 ‘높고 평평한 곳에서 하늘을 보며 나아가라’는 뜻이에요.

Q <헤이 트래블>은 행복한 여행을 다루는 매거진이잖아요. 마지막으로 고민시에게 여행이란? 모든 곳에 행복은 숨어 있고 행복은 찾는 사람이 임자라 생각해요. 여행한다는 것은 그 행복이 숨은 새로운 천국에 발을 들이는 시작점인 거죠. 인생의 큰 경험이고 자산이니까 열린 마음으로 온전히 즐길 거예요

스타일리스트 이정주, 박세인
메이크업 오윤희(제니하우스)
헤어 모아(제니하우스)
필름 강수정
리조트 협찬 몰디브 선 시암 올후벨리 로맨스(SUNSIYAM.COM/SUN-SIYAM-OLHUVELI)

WRITTEN by PARK SHOHYUN
PHOTOGRAPHY by LEE S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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