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terview] LG 트윈스 박창수 스카우트

불확실성과 가능성

야구선수가 되기를 꿈꾸며 달려 온 청춘. 기다림 끝에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그 기회는 머지않아 사라져 버렸다. 그러던 중 프런트 입사라는 기회가 찾아왔고, 여태껏 기대한 것과는 다른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러 보직을 거치며 야구단에 몸을 담은 지 20여 년. 과연 처음 LG의 선택을 받았던 19살 청년은 이런 삶을 살게 되리라 예상했을까. 우린 때때로 누군가의 미래를 쉽게 재단해 버리곤 하지만,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하물며 어린 선수들의 재능을 정확하게 알아보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확률 게임이겠는가. 특히나 변수로 가득한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불확실성 속 더 큰 가능성을 찾아 헤매는 박창수 스카우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Mingyu Kim Location Jamsil Baseball Stadium

#옥석을 가려낸 후

이력과 함께 자기소개 부탁해요. (9월 30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LG 트윈스 스카우트팀 박창수 선임이라고 합니다. LG 트윈스에는 2003년에 입사했고, 2016년까지는 전력 분석 업무를 담당했어요. 그 후 2017년엔 2군 매니저, 2018년부터는 류중일 감독님 체제에서 3년 동안 1군 매니저 역할을 했고요. 그랬다가 2020년부터 2군 운영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스카우트팀 소속이 된 지는 올해로 3년째입니다. (LG 팬들에게 잘 알려진 서인석 매니저의 포지션을 거친 거네요?) 맞습니다. 제가 바로 직전 전임자였어요.

드래프트가 끝난 지 2주 정도가 지났어요.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신인 지명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마무리되는 게 아니에요. 메디컬 체크도 해야 하고, 계약 문제도 있다 보니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드래프트 직전보다는 여유가 생겼겠어요.
아무래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없어졌죠. 하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하고, 홈 최종전에 구단 차원에서 신인들과 상견례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 일정까지 끝나야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고요. 그리고 11월쯤에 신인들이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긴장을 완전히 놓을 순 없어요.

“이번 드래프트는 120% 만족이다”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드래프트가 끝나고 팀 분위기는 어땠나요?
정성주 선배님이 매체에서 얘기하신 대로 모두가 100% 만족했어요. 사실 양우진 선수가 저희 순번까지 올 거라는 기대는 아예 없었는데, 흐름이 묘하게 형성된 드래프트였죠. 원래는 야수를 뽑아야겠다고 전략을 짰거든요. 그러다가 처음에 구상한 틀이 전부 뒤틀리면서 혼돈도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수확이 넘어오면서 상황이 잘 풀렸어요.

전체 2, 3번으로 야수가 지명되면서 이변이 속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어요.
어느 정도는 예상한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양우진이 올 거라는 가정은 아예 없었어요. 당연히 앞에서 뽑히겠거니 하고, 지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다른 선수가 있었죠. 그러던 중에 양우진 선수가 넘어왔을 땐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엘튜브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러다 양우진 오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지나가듯이 나왔는데, 혹시나 LG의 차례에도 미지명 상태일 수 있겠다는 짐작은 안 했나요?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돌렸을 때, 부상이라는 위험 요소가 있어서 우리 순서까지 올 수도 있겠다고 보긴 했어요. 실제로 올 거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요. 전 드래프트 당시 노트북으로 결과를 정리하는 역할이었는데, 1라운드에서 저희 순번이 왔을 때 분주하게 움직였던 기억이 나요. 백성진 팀장님도 차명석 단장님한테 “바로 양우진 가겠습니다”라고 했고, 만장일치로 결정됐습니다.

1라운드 말고도 기억나는 순간이 있었나요?
4라운드에서 지명한 권우준 선수도 실적으로 따지면 예상한 것보다 후순위에서 뽑은 케이스예요. 사실 세 번째로 뽑은 우명현 선수도 피로 골절이라는 요소 때문에 3라운드까지 밀려온 거지만, 처음부터 저희 계획에 있던 선수라 그렇게 놀라진 않았거든요? 근데 권우준 선수가 내려왔을 땐 저희가 1~3라운드까지 투수만 지명했다 보니 한 번쯤은 야수를 뽑아야 할 타이밍이라 고민이 됐어요. 그래서 지명 후보군에 있었던 강민기 선수를 먼저 뽑을까도 했지만, 권우준 선수는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 계획을 급하게 수정했어요.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된 부분이지만, 자칫 포수 자원인 강민기를 놓칠 수도 있던 결정이었어요.
그걸 감수하고도 지명할 수 있는 선수 중 최고의 자원을 고르는 게 낫다고 봤어요. 분명 강민기 선수도 필요했지만, 설령 놓쳐도 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권우준 선수는 그 순간에 잡지 않으면 놓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결과적으로 그다음 라운드에 강민기 선수까지 뽑았으니, 최선의 시나리오가 된 거죠.

LG가 올해까지 3년째 타임을 한 번도 걸지 않은 거로 유명해요. 아무리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더라도, 이 정도로 변수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요.
일단 팀장님께서 순발력이 엄청나게 뛰어나세요.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저희는 비교적 긴 기간 합숙하면서 미팅을 진행해요. 4박 5일 동안 이천 챔피언스 파크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쭉 미팅만 하는 거죠. 특히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는 120명, 130명을 기준으로 잡아 놓고 셀 수 없이 반복해요. 그다음엔 10개 구단이 필요할 만한 선수들을 예상해서 모의 지명을 진행해요. 그렇게 큰 틀만 대여섯 개를 만들어 놓다 보니까 현장에서 어떤 선수가 빠져나가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가 돼 있는 거죠.

#가능성을 찾아서

1년 동안 업무가 어떤 루틴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1월 초반에는 1년 동안의 청사진을 그립니다. 그다음으로는 2월부터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윈터 리그에 참가하기 때문에, 설 연휴가 끝나기 직전부터 5일 정도 리그가 열리는 지역을 쭉 돌죠. 예를 들어서 부산 지역을 담당하게 된다면, 부산에 있는 고등학교를 한 번씩 다 방문하고 나서 해당 학교들이 치르는 경기를 지켜보며 눈에 띄는 선수들을 체크하는 방식입니다.

해가 바뀌자마자 바쁘게 움직여야 하겠네요.
그럼요. 그때가 아니면 훈련하는 모습을 집중해서 보기가 어려워요. 당장 3월부터는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시작하고, 그걸 기점으로 전국대회가 연달아 열리다 보니까, 그 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거든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드래프트가 다가오고요. 그렇게 지명이 끝나고 난 뒤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메디컬 체크나 구단 행사를 진행하고, 11월이 넘어가면 한 달 정도 휴가가 주어집니다. 사실 그때가 아니면 마땅히 쉴 시간이 없어요.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때도 스카우트팀에서 관여하는 바가 있나요?
LG는 외국인 전담 스카우트가 따로 있어서 저희가 크게 관여하진 않아요. 다만 한 번씩 물망에 오른 선수를 자세하게 확인해 달라고 요청이 올 때는 있습니다.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선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않는다고 보시면 돼요.

타 팀 스카우트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는 편인가요?
대부분이 야구계에 몸담은 선후배들이라, 스카우트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아요. 무엇보다 우리나라엔 야구부가 있는 학교가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미국이나 일본은 고등학교 야구부만 5천 개를 훌쩍 넘는데, 한국은 기껏해야 100개가 살짝 넘는 정도니까요. 그러니 스카우트가 되기 전부터 아는 경우도 많고요. 함께 프로 생활을 한 사람도 있을 거고, 저처럼 전력 분석을 하다가 이 분야로 온 친구도 있을 거고요.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 이미 깊게 관계가 맺어져 있는 편이죠.

다른 팀 스카우트들과 밀접하게 잘 지낸다고 들었어요.
최대한 꼰대 같지 않은 선배가 되려고 노력하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보는 평화주의자라서요. (웃음)

청소년 대표팀 대회가 드래프트 직전에 열리잖아요. 국제 대회에서의 맹활약이 드래프트 결과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한두 명 정도? 하지만 그건 정말 특수한 경우예요. 대표팀에 뽑혔다고 해서 지명권에 반드시 들어간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저희도 선수들을 1학년일 때부터 오랜 기간 관찰하고 나서 뽑는 거기 때문에, 단기적인 모습만으로 그동안의 데이터를 뒤집기는 정말 어려워요. 말 그대로 충격적인 쇼맨십을 보여 준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판도를 바꾸는 일은 극히 드물죠.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도 있지만, 성적에 기복을 보이는 선수도 있잖아요. 후자의 사례를 평가할 때는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려고 하나요?
중요한 건 드래프트를 앞두고 몸 상태가 어떠냐는 거예요. 페이스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게 제일 좋겠지만, 큰 관점에서 대개 성적 그래프는 올라가고 내려가는 게 반복돼요. 근데 그걸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프로에 왔을 때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놓고 평가해요. 몸이 잘 준비가 돼 있는지, 지금의 부진이 일시적인 건지 아닌지를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하죠. 지명 시점에 페이스가 별로라고 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유영찬처럼 표면적인 성적이 돋보이는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프로에 와서 마무리 투수로까지 성장한 사례가 있잖아요.
유영찬 선수를 지명할 당시엔 제가 매니저를 할 때가 아니라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지금 그런 선수가 있다면 더욱 세심하게 확인할 부분이 많겠죠. 당장 구속이 나오지 않더라도 제구력이 괜찮을 수도 있고, 한 선수의 성장 과정을 볼 땐 신체적 특징을 비롯해 운동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전부 봐야 해요. 일례로 지명 직전에 구속이 141km/h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순발력이 있다면 나이를 먹어 가면서 충분히 발전할 여지가 있거든요.

스카우트마다 선수를 보는 눈은 제각각일 텐데, 본인이 제일 중요시하는 대목은 뭔가요?
무조건 운동 능력이 1번이에요. 물론 신체 조건이 뛰어날수록 당연히 고평가할 요소가 늘어나겠죠. 하지만 피지컬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그걸 상쇄하는 선수가 분명히 있어요. 예를 들면 박관우 선수처럼 몸의 회전과 배트를 돌리는 속도가 빨라서 신체적인 약점을 커버하는 경우죠. 그래서 전 야수는 몸의 스피드가 어느 정도인지, 1군에서 150km/h를 칠 수 있을 만큼 방망이를 빠르게 돌릴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봐요. 마찬가지로 투수는 공을 놓는 타점이 높은지, 허리를 포함해 몸을 얼마나 빠르게 회전시키는지를 보고요.

일단 몸에 탄력이 탑재돼 있어야 야구 능력도 따라온다는 얘기네요.
그럼요. 만약 힘만 있다고 해서 야구를 잘한다면, 역도 선수나 전문 헬스인들이 홈런을 30개 이상 때려 낼 수 있다는 의미겠죠?

스카우트팀에서 의견이 갈릴 때는 어떻게 결론을 내는 편인가요?
엄청나게 싸웁니다. (웃음) 다행히 선배님들이 막내인 제 말도 잘 받아 주셔서 부담 없이 제 주관을 말하는데, 얘기하다 보면 의견도 제각각이고 언성이 높아지곤 해요. 선배님들과 생각이 다르다면, 제가 어필하는 선수가 왜 더 나은지 설득해야 해요. 논리적으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거죠. 그렇게 수렴한 논거를 바탕으로 투표해서 의견을 모으고, 그다음 순번으로 넘어가서 다시 논쟁이 이어져요. 정말 치열한 과정을 거칩니다. (드래프트 직전에 합숙할 때는 압박감이 정말 심하겠어요.) 특히 전 막내라 더 스트레스를 받죠. (웃음)

최근 LG가 문성주, 송승기 등 하위 라운드 지명자가 1군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는 사례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어요.
순번이 낮아질수록 기량이 거기서 거기인 친구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하나라도 특별한 장점이 있다면, 그 부분에 집중하려고 해요. 발이 엄청나게 빨라서 대주자로 쓸 수 있다거나, 수비 능력이 출중하다면 대수비 자원으로 기대하고 지명하는 거죠. 하다못해 체격이 정말 뛰어나서 뭐라도 확실하게 임팩트를 줄 수 있어야 해요. 문성주, 송승기 선수도 그런 장점을 잘 살린 거고요. 성주는 아까 말씀드렸던 몸의 회전력이나 배트 스피드가 남들한테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띄었어요. 무엇보다 기량 외적으로도 정말 성실하다는 평가가 있었고요.

최근 육성 선수 영입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해요.
예전에는 팀마다 2~3일 정도 일정을 잡고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근데 요즘은 그런 과정이 생략되는 추세예요. 대신 스카우트들이 대학교 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11라운드 이내에 지명하기는 애매하지만, 놓치기는 아까운 선수’들을 미리 주시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드래프트가 끝나고 그 선수가 미지명 상태로 남아 있다면, 곧바로 계약하자고 연락을 넣는 거죠. 사실상 드래프트 전에 육성 선수로 영입할 후보까지 다 추려 놓는다고 보시면 돼요.

올해 LG는 육성 선수 영입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강릉영동대 포수 중에 박준기라고 있는데, 11라운드에 이 선수를 뽑아야 하나 고민했어요. 마지막 라운드까지 안 뽑으면 나중에 타 구단에 뺏길 수도 있겠다고 봤거든요. 고민 끝에 김동현 선수를 지명하긴 했지만, 드래프트가 끝나고 곧바로 박준기 선수한테 연락해서 무사히 영입에 성공했습니다.

내년에는 유망주 판도가 어떻게 될 거로 예측하나요?
올해 1라운드에서만 야수가 4명이 지명되면서 예상을 크게 빗겨 나갔잖아요? 전 그게 내년을 염두에 둔 결과라고 생각해요. 내년엔 150km/h 이상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최소 10명 이상이라, 팀마다 한 명씩은 무조건 파이어볼러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해요. 투수 유망주 풀이 워낙 괜찮아서, 적잖은 팀이 투수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야구와는 언제부터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서 대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LG 트윈스에 지명받기도 했고요. (1999년 드래프트 5라운드) 다만 곧바로 프로에 가지는 않고 단국대학교를 갔다가, 대학교 4학년 때 지명권이 풀리면서 입단이 취소됐어요. 기량이 너무 정체됐거든요. (웃음) 근데 그 당시에 절 뽑으셨던 분이 정성주 책임님이었어요. 그분이 저한테 프런트 직원으로 일할 생각 있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전 워낙 LG에 오고 싶었던 터라, 무조건 그러겠다고 해서 지금까지 LG에 몸을 담고 있네요.

다큐멘터리에서 한때 봉중근의 라이벌이었다고 말하는 걸 봤어요.
이게 중간에 얘기가 끊겼더라고요? (억울) 여기서 해명하자면, 중근이가 제 동기예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는 중근이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국내에 없었지만, 어쨌든 서울 지역권에 좌완 투수가 중근이랑 저까지 두 명밖에 없어서 우스갯소리로 ‘둘이 라이벌이다’라는 얘기가 나온 거예요. 근데 다큐멘터리에는 그걸 설명하는 부분이 잘리는 바람에… 그래서 친구들이 전화해서 놀리더라고요. “야, 네가 봉중근 라이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면서요.

사람 관계가 정말 좋다는 평가가 있더라고요. 스카우트 일을 할 때와 평소를 비교하면 어때요?
대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정말 내성적이었어요. 친해지고 나면 감추는 것 없이 다 드러내지만, 누군가랑 친해지는 과정 자체가 힘들었거든요. 근데 LG에 입사한 뒤로 훈련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는데, 너무 소심하니까 배팅볼을 던져 줄 때도 공이 엇나갈 정도로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이런 성격으로는 사회생활을 잘 해내기가 쉽지 않겠다고 느꼈죠. 그래서 성격을 바꾸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일부러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고, 한마디라도 먼저 걸면서요. 그 덕분에 지금은 내성적인 성향이 거의 없어졌는데, 되레 지금은 말이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웃음)

사회생활이 성격을 바꿔 준 셈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지명된 선수나 후배 중에 소심한 친구들한테는 그 부분을 강조하곤 해요. 이 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내성적인 기질을 가진 선수들은 기량 발전이 더디더라고요. 그래서 선수들이 들어올 때마다 선배들한테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고, 장난이라도 치라고 얘기해요. 그래야 어필도 되고, 도움도 더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그게 꼭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스카우트라는 직업을 어떻게 설명하고 싶나요?
‘어려운’ 직업이라고 하고 싶어요. 객관적으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뽑아도 프로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생각보다 운이 큰 영역을 차지하는 직종이거든요. 그래서 정말, 정말로 어려운 직업인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하위 순번에 뽑은 선수들이 활약할 때죠. 상위 라운드에서 뽑혀 들어 온 친구들은 비교적 빠르게 1군에 올라오고, 머지않아 주전으로 도약하겠다고 기대를 받잖아요. 그만큼 기회도 자주 얻고요. 그에 반해 하위 순번으로 온 선수들은 기회 자체도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구단에서도 기다려 주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요. 매년 새로운 선수들을 다시 수급해야 하니까요. 따라서 짧은 순간에 퍼포먼스를 내야만 한다는 어려움이 있는데, 문성주 같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뚫고 좋은 성적을 낼 땐 말 그대로 희열이 느껴지죠. 괜히 고마운 마음도 들고요.

스카우트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요즘은 야구에서 수치에 관한 게 고평가가 돼 있다고 느껴요. 하지만 야구는 숫자로만 이뤄진 스포츠도 아닐뿐더러, 어떤 선수를 숫자로만 평가하면 놓치게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열심히 봐야 하지만, 그것 외에도 선수들이 움직이는 패턴이나 성향까지도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정말 부지런해야 하고요. 한 선수를 한 번이라도 더 본다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성향을 더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스카우트팀의 막내로서, 1년 동안 고생한 선배들한테 한마디 남겨 볼까요?
제가 항상 투정도 부리고, 궂은일을 시키실 때마다 인상도 쓰곤 해요. 사실 10개 구단 스카우트팀 막내 중에서는 제일 나이가 많거든요. 저도 사람인지라 나이를 먹으면서 반항 아닌 반항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잘 참고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뿐입니다. 앞으로 스카우트팀은 영원할 거고, 계속 좋아질 일만 있을 거니까 지금처럼 지켜봐 주세요. 언제나 선배님들께 감사합니다!

끝으로 팬분들한테 인사하면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꼭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면 멋있는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웃음) 특별한 건 아니고, 선수들이 부침을 겪더라도 조금은 기다려 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최근엔 저희 선수들이 호성적을 내고 있지만, 제가 입사한 2003년만 하더라도 LG가 참 어렵고 힘들었거든요. 그렇게 10년이 넘게 암흑기를 겪었는데, 이젠 7년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정도로 강팀이 됐잖아요? 선수들의 커리어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분명히 다들 열심히 해서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선수들도 자신들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테니까요. 저희도 그걸 돕고, 팀이 좋은 성적을 내서 팬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5호 (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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