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값 충격 없어 시장은 안도 … 日, 하반기 또 금리인상 시사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6. 6. 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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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1년만에 기준금리 1%
日금리인상 영향 시장 선반영
닛케이는 장중 첫 7만선 돌파
엔화·물가잡기 '두토끼' 노려
日銀, 10월·12월중 인상 전망
韓日 금리차 1.5%P로 좁혀져
한은 내달 금리결정 영향 촉각

일본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인상했다. 1995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물가 안정이 이유지만,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금리 인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이 장기간 유지해 온 초저금리 체제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인 동시에 중동발 인플레이션과 엔화 약세라는 두 가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일본은행이 본격적인 긴축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정상화'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경기 둔화보다 물가 상승에 방점

일본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물가 상승 위험이 경기 둔화 위험보다 커졌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 회의에서만 해도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는 동시에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리 인상을 미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중동 사태 악화 이후 유가 상승이 기업 간 거래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비용 증가가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본은행의 판단이다.

여기에 더 중요하게 본 것은 기대인플레이션이다. 일본은 지난 30년 동안 디플레이션과 싸워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임금 상승과 가격 인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기업과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장기 예상 물가상승률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이 2%인 '물가 안정 목표'를 넘을 위험이 있다"며 "경제·물가·금융 상황에 따라 계속 정책금리를 인상해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오는 10월 또는 12월에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도 한 명이 동결을 주장했고, 다음달 새롭게 합류하는 정책위원 성향이 '비둘기파'로 평가되기 때문에 공격적인 인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은행은 금리를 올리면서도 국채 매입 축소는 내년 4월에 종료하기로 했다. 이는 금리는 올리되 채권시장은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다. 장기 금리가 급등하면 일본 정부가 가진 막대한 국가 부채 부담이 커지고 금융시장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의 숨은 목적 중 하나를 엔화 방어로 보고 있다. 현재 달러당 엔화값은 160엔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엔저는 일본 수출 기업에는 호재지만, 원유와 식량을 수입하는 일본 경제 전체에는 부담이다.

◆달러당 엔화값 160엔대 지속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엔캐리 트레이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였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일본의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금리가 오르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엔화 강세→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라는 흐름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 움직임이 없다. 우선 여전히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크다. 현재 일본의 정책금리는 1%지만, 미국의 기준금리는 3.5~3.75% 수준이다. 여전히 2.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에 일본의 해외 투자 구조가 바뀐 것도 중요하다. 과거 일본에서 유출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해외 채권·주식 등 금융자산에 투자됐지만, 현재는 해외 기업 인수나 공장 건설 등 직접투자 비중이 더 크다. 일본의 해외순채권 가운데 직접투자 비중은 2009년 22.9%에서 2025년 58%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직접투자는 금리가 조금 오른다고 해서 회수될 수 있는 자금이 아니다. 여기에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전에 시장에 확산된 것도 금융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이 발표된 뒤에도 달러당 엔화값은 전날과 유사한 160엔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한일 간 금리 차 축소에 불안감

한편 일본이 초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한일 간 금리 차도 점차 축소되는 흐름이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1%로 인상하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2.5%와의 격차는 1.5%포인트로 좁혀졌다. 일본의 금리 정상화가 본격화되면서 한일 금리 차 축소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8회 연속 동결했다. 다음 금통위 회의는 오는 7월 16일로 예정돼 있다.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 경우 대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효과 역시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서울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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