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후폭풍...野 "나라 팔았다" vs 與 "이재명 방탄" 갈등 심화

조성은 2023. 3.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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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한일 정상회담 결과 공방 가열
'태극기', '역사 메시지'에 국방위 파행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이 이어지며 17일 하루 종일 여야 공방이 오갔다. 야당의 공세에 여당은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17일 한층 가열됐다. 야당 의원들은 태극기 배지를 착용하고 의원실마다 태극기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항의를 이어갔다. 여당은 "한일 정상회담 결과는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반박하는 한편 야당의 공세에 "반일 선동"이라며 역공을 가했다. 여야 갈등이 '친일 논쟁'으로 번지면서, 깊어지는 모양새다.

여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섰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논의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가짜뉴스"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이 아닌 뉴스를 이용해 물 만난 고기처럼 '친일몰이', '반일 선동'의 소재로 쓰는 데 혈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 언론을 통해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한 첫걸음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영업사원이 결국 나라를 판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며 "이 대표의 머릿속에는 외교는 팔 수 있는 '흥정거리'에 불과한지 몰라도,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는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주권' 그 자체"라고 말했다.

'대일 굴종 외교'라는 비판에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공동선언의 연장이라고 맞섰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계시면 정확히 국익을 위해 똑같은 행보를 이어갔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같은 김 전 대통령의 의지와 과거 행보까지 부정해가며 윤석열 대통령의 성과를 폄훼하려 안간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주말에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폄훼하기 위해 반일 시위까지 기어코 강행할 움직임"이라며 "대한민국 공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발전적 논의를 기뻐하고 응원하기는커녕 꼬투리 잡기에만 혈안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주당은 해결, 화해, 회복과 같은 발전적 자세는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왜곡, 폄훼, 갈등 따위로 점철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더민주당은 어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부터 '태극기'를 반일 선동의 도구로 들고나왔다"면서 "북한에 굴종하는 '종북 쇼'를 할 때 들던 한반도기가 아니라 태극기를 든 모습은 무척 반갑다"고 비꼬았다. 그는 민주당의 손팻말 시위에 대해서도 "'역사를 팔아서 미래는 살 수 없어도 지지율과 이재명 방탄은 살 수 있다'는 의미"라며 "민주당이 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훼손하고 3·1절을 '이재명 방탄 기념일'로 둔갑시키며 3월 1일부터 연 '3월 이재명 방탄 국회'의 마무리가 태극기를 이용한 친일몰이, 반일 선동으로 끝나가고 있어 씁쓸하다"고 했다.

17일 열리기로 한 국회 국방위원회가 결국 파행됐다.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은 야당 위원들의 메시지 게재에 항의하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노트북에 역사 관련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후폭풍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예정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는 결국 파행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개의에 앞서 노트북에 태극기 그림과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걸었다.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회의 진행을 위해 손팻말 제거를 요청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거부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국방위는 이날 오전 국방부, 병무청,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현안 보고를 받을 계획이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정상화하기로 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도 다뤄질 예정이었다.

회의가 파행된 뒤 양측은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상대방 탓으로 돌렸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윤 대통령은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굴욕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이런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 우리나라의 자존심, 우리 선조들의 헌신을 되새기려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지소미아를 정상화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하며 사과받지 못한 점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이에 맞서 "북한의 ICBM 도발은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에서 기인한 '갓끈 전술' 차원의 도발"이라며 "민주당과 좌파 연합의 죽창가 선동은 이에 대한 호응이자 공조"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선동"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이 총력을 다해 맞서고 있지만, 야당의 공세는 더 강화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번 주를 집중 행동 주간으로 설정하고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외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토요일에 서울시청 앞으로 모여달라"며 "저와 민주당도 함께 망국적 야합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부끄럽고 참담한 순간"이라며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나 반성은 전무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배상안을 피해자가 공식 거부했고 국민도 반대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구상권 청구는 없을 것'이라며 일본의 눈치만 살폈다"면서 "영업사원이 결국 나라를 판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김희서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의 과거사를 매장시킨 회담"이라며 "일본에 백지수표를 내준 채 빈손으로 탈탈 털려버린 회담"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외교의 파산 선언이자 역대 최악의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왼쪽)와 만났다. 김 대표는 민생 문제에 야당의 협력을 부탁했고, 이 대표도 이에 화답했다. 김 대표(오른쪽)가 이날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를 예방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한일 정상회담이 정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며 3월 국회에서도 '협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15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 협력을 부탁했다. 이 대표도 이에 호응하며 여야가 함께하는 공통공약추진단과 비상경제회의 등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외에도 국가재정법·공급망기본법·취득세완화법 등 처리가 시급한 주요 민생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 등 여야의 이견이 첨예한 법안들도 남아있다. 지난 1일 임시국회가 개원했지만,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와 김건희 여사 특검으로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여야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연일 "한일관계 정상화"와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임을 내세우며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치켜세우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과 미래를 위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당의 노력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이날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서울지역 14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심판 서울시국회의'과 정의당·진보당·녹색당 서울시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우리 국민의 요구가 하나도 이뤄진 것 없는 최악의 외교 참사"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독립을 위해 싸워온 역사를 지우고 일본의 동북아 지배 야욕에 동참하는 행보를 보였다"며 "국익을 위한 외교와 미래를 위한 결단을 찾아볼 수 없는 모든 것을 다 갖다 바치는 굴욕적 협상의 성적표만 받았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3%, 부정 평가는 60%로 각각 집계됐다. 직전 조사(3월 8~9일) 보다 긍정 평가는 1%포인트 떨어지고, 부정 평가는 2%P 오른 수치다. 부정 평가 이유는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 '외교'가 15%로 가장 컸다. 이어 경제·민생·물가 10%, 독단적·일방적 7%, 소통 미흡 및 노동정책·근로시간 개편안 4% 순이었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4%로 직전 조사보다 4%P 떨어졌다. 민주당은 1%P 상승한 33%P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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