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가 절벽 사이에 숨어 있었다고요?” 평일에도 붐비는 해발 681m 절경 여행지

남해 금산 보리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해를 여행하는 이들이 빠뜨리지 않고 찾는 한 곳이 있다. 단순히 경치가 아름다워서도, 사찰이라서도 아니다. 이곳은 마음을 다독이는 절경과, 천년을 품은 전설이 공존하는 성지다.

해발 681m 금산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보리암, 이름만 들어도 경건해지는 이곳은 고요한 숲길 끝에서 남해 바다를 내려다보는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남해 1경, 천년 고찰 보리암

남해 금산 보리암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보리암로 665. 보리암은 이 주소만으로도 명소의 품격을 드러낸다.

금산 남쪽 봉우리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 위치한 이 사찰은, 남해 바다를 발 아래 두고 기암괴석과 함께 마주하는 압도적인 풍경 덕에 ‘남해 제1경’이라 불린다.

푸른 바다와 수백 년 된 바위들이 어우러진 이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수묵화다.

특히, 조용히 절 마당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는 순간,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경건한 감정이 밀려온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남해 금산 보리암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한 곳'이라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해 금산 보리암 사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리암은 단지 전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683년 금산 정상에 초당을 짓고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곳이라는 기록은, 이곳에 흐르는 시간의 깊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 끝에 조선을 세운 인연으로, 1660년 조선 현종은 금산과 보리암을 왕실 원당으로 지정했다.

남해 금산 보리암 항공샷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리암에 오르면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기도와 전설이 얽힌 장소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원효대사가 좌선했다는 '좌선대 바위'와 금산 38경 중 첫손에 꼽히는 '쌍홍문' 바위굴은 이곳이 지닌 영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금산은 오래전부터 ‘남해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데, 대장봉, 형리암, 화엄봉, 삼불암 등 다양한 봉우리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보리암을 감싸고 있어, 고즈넉한 사찰 분위기 속에서도 대자연의 거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한 바위 하나하나에도 동물의 형상을 닮은 모습이 있어 ‘바위 동물원’이라는 별칭도 생겼을 정도다.

보리암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특히 각별하다. 해가 수평선 위로 떠오르며 산과 바다, 사찰을 동시에 붉게 물들이는 풍경은 사진으로는 담기 어려운 감동을 선사한다. 이 한순간을 보기 위해 평일에도 하루 평균 천여 명이 찾는다.

남해 금산 보리암 항공샷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용희

보리암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자연을 천천히 마주할 수 있는 금산 등산로. 약 1~2시간이 소요되는 이 산행 코스는 다소 가파르지만,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지루할 틈 없이 발걸음을 이끈다. 땀이 흐를수록 몸은 무겁지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가벼워진다. 등산 자체가 하나의 기도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둘째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금산 주차장에서 보리암 입구까지 셔틀이 운행되며, 하차 후 약 10분 정도의 짧은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짧은 시간 안에 보리암에 닿을 수 있어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적합하다.

보리암은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차량으로는 앵강고개를 지나 복곡저수지를 통과하면 금산 8부 능선까지 도로가 이어져, 큰 어려움 없이 사찰 인근까지 오를 수 있다. 다만, 사찰이 위치한 해발 681m의 위치 덕분에 도착 순간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남해 금산 보리암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성근

보리암의 진짜 정수는 정적이 내려앉은 새벽에 드러난다. 아직 어두운 숲을 뚫고 사찰에 다다르면, 동쪽 하늘 끝자락이 조금씩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순간,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햇살이 기암괴석을 비추고, 금산 자락을 타고 흐르며 사찰 지붕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5월10월)엔 새벽 4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절기(11월4월)에는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계절별로 달라지니 방문 전 꼭 확인하자.

입장료는 개인 1,000원, 단체 800원으로 매우 저렴하지만, 그 풍경이 주는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연중무휴로 언제든 열려 있으니, 날씨만 맑다면 그 어떤 날이라도 감동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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