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잘려 몸부림치는 랍스터, 왕관 씌워 14만원에…“사이코인가”

최윤아 기자 2024. 9. 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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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쪽 “사후 경련일 뿐 살아있는 것 아냐”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제공한 랍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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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몸통이 잘린 채 꿈틀거리는 바닷가재(랍스터) 머리에 왕관을 씌우고 집게발에는 장미꽃과 카드를 꽂은 채 손님상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어 보인다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해당 음식점 쪽은 “(랍스터의 움직임은) 사후 경련일 뿐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제공한 랍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2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해당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만세하는 랍스터 코스’에 대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날 기준 1인당 14만8000원으로 책정된 이 코스에 대해 음식점 쪽은 “랍스터를 최초로 세워 랍스터의 신선함을 아름답게 전달해보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메뉴”라며 “기념일에 아름다운 추억을 드리고 싶다”고 홍보하고 있다.

음식점 쪽이 에스엔에스에 올린 홍보 영상과 방문객이 올린 후기 영상을 종합하면, 몸통이 잘린 채 꿈틀거리는 랍스터 머리 부분에는 왕관이 씌워져 있고 양쪽 집게발에는 흰색 장미꽃과 카드가 끼워져 있다.

지난 7월 음식점의 초청을 받아 방문한 에스비에스플러스(SBS PLUS) 연애 예능 ‘나는솔로’ 출연자 ‘20기 영호’는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정말 살아있는 랍스터가 만세를 하면서 저희를 반겨줬다”며 “그러다가 버터구이찜으로 우리 뱃속을 책임져준 랍스터에게 고맙다”고 썼다.

일각에서는 보기 불편하고,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음식점이 에스엔에스에 올린 홍보 영상에는 “기괴하다…살아있는 랍스터를”, “아무리 그래도 생명인데 왕관을 씌우고 뭐하는 짓인가”, “저거 보고 좋다고 웃는 손님이나, 이걸 찍어서 올리는 사람들이나 다들 사이코패스인가요” 등 비판적인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반대로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될 것 같다”는 호의적인 의견과 실제로 음식점에 방문한 뒤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는 후기를 남긴 손님도 여럿 있었다.

해당 음식점 사장 ㄱ씨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비일상적인 이벤트를 통해 손님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고 싶어서 이러한 플레이팅 방식을 직접 고안했다”며 “영상을 보면 (몸통을 뗀) 랍스터가 움직이지만, 이는 사후 경련일 뿐 살아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가미가 움직이는 물고기를 플레이팅하는 일부 횟집의 방식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이러한 방식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취재로) 처음 접했고, 향후 지속 여부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이러한 이벤트가 만일 스위스에서 이뤄졌다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스위스는 지난 2018년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갑각류를 산 채로 요리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다. 이에 따라 갑각류를 조리할 때는 전기충격 등 제한적인 방법을 사용해 반드시 기절시켜야 한다. 살아있는 랍스터를 얼음 위에 올려 수송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탈리아 대법원도 2017년 랍스터의 집게발을 끈으로 고정하고 얼음 위에 올려둔 피렌체의 한 레스토랑에 5000유로(약 670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렸다. 동물을 먹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불필요한 고통을 줘선 안 된다는 취지다.

그동안 무척추동물인 갑각류는 통증을 느낄 수 없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이를 뒤집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영국 런던정경대(LSE) 전문가들은 300여개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살핀 끝에 “오징어와 낙지 같은 두족류와 게·가재 같은 십각류(다리가 10개 달린 갑각류)는 지각이 있는 존재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결론냈다.

이는 영국 정부가 동물복지법 개정에 참고하기 위해 의뢰한 연구였다. 당시 연구진은 학습능력, 고통 수용체의 존재 여부, 고통 수용체와 특정 뇌 부위의 연관성, 마취 진통제에 대한 반응, 위기와 보상에 대한 균형감각 등을 살펴본 끝에 대부분의 게에서 강한 지각의 증거가 확인됐으며, 오징어와 갑오징어, 랍스터는 지각의 증거가 상당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법상 갑각류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그리고 어류가 이에 해당한다. 무척추동물인 갑각류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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