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공포에 질려버렸다”…큰손들이 미국채권 등돌린 까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하 속도전과 선 긋는 발언을 내고 있는 데다 대규모 감세를 예고한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채 투자 매력이 급감한 탓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2일(현지시간) 4.20%로 상승,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메릴린치 옵션 변동성 추정치(MOVE) 지수는 129.26을 기록해 연고점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30거래일 후 미국 주요 국채 향방을 가름하는 지표로 채권시장 공포지수로 통한다.
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와 만기가 가장 긴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같은 기간 각각 53bp, 44bp 올랐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해당 금리가 급등했다는 것은 가격이 급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국채 시장이 흔들리자 한국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해온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시세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3배 레버리지’ ETF 와 도쿄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 도 9월 FOMC 회의 이후 한달 여 만에 각각 약 21%, 10% 하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한달 간 두 ETF 를 각각 1억1737만달러(약 1623억원), 6110만달러(약 845억원) 어치 순매수한 결과 순서대로 각각 상위 2위와 6위를 기록했다.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3배 레버리지 ETF 는 미국 금리 인하기 국채 가격 반등에 따른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는 데다 분배율도 약 3.63% 로 3% 를 넘는 수준이어서 인기를 끌었다.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 는 미국 금리 인하에 따라 엔화 가치가 반등하는 경우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수세가 몰렸었다.
다만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 기준 달러당 엔화값이 152.05엔에 거래되는 등 연일 약세가 부각되면서 오히려 환 손실 가능성만 더 커지는 분위기다. 엔화값은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151.20엔을 기록해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고 엔화 가치 마저 덩달아 급락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월가 억만장자 투자자인 폴 튜더 존스 튜더 인베스트먼트 설립자는 22일 현지매체 인터뷰를 통해 “현재 미국 재정 적자 규모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대규모 재정 지출,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대규모 감세 정책 등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국이 파산할 위기에 처할 것”이라면서 “정부 지출이 불어나면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촉발돼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초당파 비영리 기구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 분석을 보면 민주당 대선 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은 앞으로 10년간 재정 적자를 3조5000억달러(약 4722조원) 불릴 것으로 보이며 공화당 재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약은 같은 기간 재정 적자를 7조5000억달러 키울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연방정부 적자는 2023년도 대비 8% 늘어난 결과 1조8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편 일본 미즈호증권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완만하게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채 선호도가 떨어지고, 달러화 강세·엔화 약세가 연출됐다고 분석했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꼽히는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이달 뉴욕에서 열린 금융 컨퍼런스에서 “시장은 레드웨이브(공화당 대선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면서 “나는 미국 국채를 공매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러켄밀러는 포트폴리오 중 15~20% 를 미국 국채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포지션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존스 튜더 인베스트 설립자도 “11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나는 채권 자산은 피할 것이고 특히 장기 국채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마켓워치는 월가 헤지펀드들 사이에서 국채 공매도를 하면 이익을 볼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22일 전했다.
앞서 지난 2016년 뉴욕증시는 ‘트럼프 발작(Trump tantrum)’을 겪은 바 있다.
트럼프 후보가 예상을 깨고 대통령 당선을 확정한 2016년 11월 8일을 전후해 대선 전 연 1.85% 이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한 달 여 만인 같은 해 12월 중순 연 2.61% 를 기록하는 등 한달 여 만에 76bp(0.76%포인트) 뛴 것이다.
당시 트럼프 후보가 강조한 1조 달러 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등 대규모 재정 지출 공약이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져 국채 가격을 끌어내릴 것(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시장 예상이 작용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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