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츠로그룹 줌인]① 쪼개고 묶고 팔고…분주한 조직재편

/사진 제공=비츠로테크

1955년 광명전기제작소에서 출발한 비츠로그룹은 전력기기·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제조사다. 지주사인 비츠로테크와 비츠로셀, 비츠로넥스텍, 비츠로일렉트릭 등 핵심 계열사로 구성됐으며 최근에는 자회사 설립·합병·매각 등으로 배터리·우주항공 분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지배구조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비츠로그룹은 비츠로테크를 중심으로 중견그룹사 체제를 구축했다. 1968년 법인으로 설립된 광명전기제작소는 2000년 비츠로테크로 사명을 바꾸고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비츠로테크는 송배전 중심의 전력기기 제조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기반해 새로운 사업 축을 얹는 방식이었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은 비츠로셀의 전지사업이 맡았다. 비츠로테크는 2002년 비츠로셀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산업·특수 목적의 전지사업을 키웠다. 비츠로셀은 재충전이 불가능한 리튬 일차전지를 주력으로 하며 이 중 고온전지와 군용 비축전지 등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사업구조는 업황에 실적이 좌우되는 이차전지와 다르게 산업·특수 분야의 발주와 품질 관리에 영향을 받는다.

비츠로셀 관계자는 "차량용 이차전지 등과 달리 회사의 주력사업인 리튬 일차전지는 경쟁사가 많지 않은 니치마켓"이라며 "군수용 전지와 석유 시추 등에 사용되는 고온전지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업에 쓰이는 고마진 제품이기 때문에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전지사업은 난항을 겪었다. 2024년 미국 계량기 제조 기업 아이트론이 자사 제품에 탑재된 배터리의 품질이 예상과 다르다며 비츠로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이 소송에서 아이트론은 비츠로셀에 793만달러(약 114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상황이다.

비츠로그룹의 지배구조. 지주회사인 비츠로테크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와 지난해 비츠로아이씨티에 매각된 비츠로밀텍이 있다. /그래픽=이동현 기자

비츠로그룹은 대형 외부 인수합병(M&A)보다는 물적분할과 자회사 합병 등을 반복하며 사업 영역을 개편해왔다. 비츠로테크는 201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기존 사업부를 별도법인으로 만들어 각 영역을 분리했다. 우주항공·핵융합 같은 거대과학 응용 분야를 담당하는 비츠로넥스텍, 반도체 공정용 진공부품 사업을 분할한 비츠로브이엠 등이다.

이처럼 물적분할로 자회사를 설립하면 사업별 책임경영과 전문화가 가능해지고 지주회사가 사업을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비츠로테크는 자회사들의 지분을 소유해 지주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전지·반도체·거대과학처럼 성격이 다른 산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데는 지주형 구조가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비츠로그룹은 나뉘어 있던 전력사업을 통합했다. 전력기기 제조기업 비츠로이엠은 지난해 비츠로이에스를 흡수합병한 뒤 사명을 비츠로일렉트릭으로 바꿨다. 이는 여러 자회사에서 담당하던 전력기기 사업을 한 축으로 묶어 시너지와 경영효율을 끌어올리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계열사 이동도 있었다. 지난해 비츠로테크는 자회사였던 비츠로밀텍 지분 96.78%를 장순상 비츠로그룹 회장의 장남인 장범수 비츠로테크 대표와 특수관계자인 비츠로아이씨티에 넘겼다. 외부 매각이 아니라 그룹 내부로 지분을 이동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린 장 회장의 기업승계 절차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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