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광주로 간 이유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김성효 글로벌사이버대 재테크·자산관리학과 교수 2026. 7. 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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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효의 주식탐사대] 전력은 AI 시대 핵심 인프라… 전기 흐르는 호남 축에 투자 쏠릴 것
현재 산업 축이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에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로 이동하고 있다. GETTYIMAGES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반도체 설비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미래 투자 규모는 2655조 원, SK하이닉스는 2100조 원이다. 이 중 관심을 끈 것은 호남에 반도체 전공정 팹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기당 약 200조 원이 소요되는 첨단 팹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기씩 총 800조 원을 들여 전남광주 일대에 짓는다는 것이다. 올해 국내 총예산이 727조 원임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호남은 이렇다 할 생산시설 없이 농업과 태양광을 주산업으로 삼아왔다. 이번 투자로 이 지역이 단숨에 반도체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산업을 움직이는 전기

두 거대 반도체 기업이 호남에 대규모 투자를 결심한 배경은 뭘까. 필자가 보기에 핵심은 '에너지 고속도로'다. 서해안에 건설될 에너지 고속도로를 따라 핵심 산업시설이 배치되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경부 축을 따라 산업이 발전했던 것과 같은 모습이다.

1970년대에는 물류가 굉장히 중요했다. 고속도로 인근에 생산시설을 지어야 전국으로 쉽게 물건을 보내고 팔 수 있었다. 전국 곳곳에 도로망이 깔린 지금은 고속도로가 더는 핵심 입지 요건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이제 전기에너지가 가장 중요해졌다. 전력이 풍부한 곳은 기업이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입지가 된다.

서해안 HVDC(초고압 직류 송전)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전남 해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서해안을 따라 수도권으로 끌어올린다. HVDC 기술은 기존 교류 방식보다 송전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여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필수적이다. 선로 길이가 약 1070㎞에 달하는데,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고자 해저 케이블 중심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 통계에 따르면 전남광주 지역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13GW(기가와트)에 달한다. 해당 지역에서 소화할 수 있는 전력 수요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남는 전기는 서해안을 따라 필요한 곳에 공급된다. 따라서 미래 핵심 산업 입지는 전기가 흐르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따라 분포할 수밖에 없다. 이번 반도체 공장 건설은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12조 원 HVDC 시장 승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전력이 풍부한 지역을 새로운 산업 거점으로 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력망이 잘 구축된 북유럽 지역에 빅테크의 핵심 인프라가 속속 들어서는 상황이다. 애플은 덴마크 비보르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인근 재생에너지 변전소에서 100% 청정 전력을 공급받고, 남는 열은 인근 도시의 지역 난방망으로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도 갖췄다. 스웨덴 북부에는 세계 최초 탄소중립 데이터센터가 건설됐다.

태양광발전 시설이 즐비한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는 세계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 캠퍼스 중 하나인 스위치 슈퍼냅(Switch SUPERNAP)이 있다. 대규모 유틸리티 태양광발전소들과 그리드로 연계돼 100% 무탄소 에너지로만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태양광에너지가 풍부한 미국 유타주 이글 마운틴에도 메타의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자리한다. 포르투갈 시네스에는 유럽 최대 데이터센터 캠퍼스 프로젝트 중 하나인 스타트 캠퍼스가 건설되고 있다. 이 지역 모두 풍부한 재생에너지가 없었다면 기업이 거들떠보지 않았을 곳들이다. 편리한 교통망이 없고 인구도 부족하지만 오로지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는 점 하나 때문에 글로벌 유수의 AI 인프라를 유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LS전선, 대한전선, 일진전기가 대표적이다. LS전선은 국내 유일의 HVDC 해저 케이블 시공 실적 보유사로, 지난해 동해 HVDC 공장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배로 확대했다.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3000억 원 규모의 동해안~동서울 HVDC 2단계 사업에서 전력선 1공구를 낙찰받으며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 뒤를 맹추격하는 회사는 대한전선이다. 대한전선은 같은 사업의 전력선 2공구를 낙찰받으며 HVDC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대한전선은 이번 수주를 바탕으로 조만간 수주전이 본격화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진전기는 중성선 3공구를 낙찰받아 대형 HVDC 사업의 공급사 반열에 오르게 됐다. 본 게임은 총 12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입찰이다. 이 사업 수주 결과에 따라 향후 전력기기 관련주의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미 글로벌 산업은 전력망을 따라 움직이고, 한국도 그 트렌드를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물류에 특화된 경부 축에서 이제는 전력이 흐르는 서해안 축으로 국토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모든 투자는 서해안을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김성효 글로벌사이버대 재테크·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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