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파월, 9월 금리인하 시사… '물가와의 전쟁' 종료 선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했다.

연준이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정책) 방향은 분명하고 인하 시기와 속도는 들어오는 데이터, 변화하는 경제전망, 위험 균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이 현재 연준 목표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안정적으로 복귀할 것이란 내 확신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위험은 감소한 반면, 고용이 하강할 위험은 증가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을 추구하거나 반기지 않는다”면서 “물가 안정을 향한 추가 진전을 만들어 가는 동안 강한 노동시장을 지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금리인하 사이클을 개시하겠다는 신호를 명확하게 주면서도 그 시기와 속도에 관해선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증시·국제금값·국제유가 상승

시장은 이미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을 충분히 예견해왔지만, 예상보다 선명한 파월 의장의 금리인하 개시 신호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 직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하락하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상승했다.

뉴욕증시는 강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62.30포인트(1.14%) 오른 41,175.0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3.97포인트(1.15%) 오른 5,634.6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58.44포인트(1.47%) 상승한 17,877.79에 마감했다.

미국 경제의 상징인 월가와 뉴욕증권거래소. 로이터 연합뉴스

테슬라(4.59%), 엔비디아(4.55%) 등 대형 기술주들은 금리 인하로 인한 수혜 기대로 이날 주가가 급등했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3.19% 급등했다.

리건 캐피털의 스카일러 와이넌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 의장 연설 후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완화 기조로 완전히 180도 선회한 것은 아니지만 90도 정도로 회전을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채권 수익률은 하락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미 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3.80%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6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간 3.91%로 하루 전 대비9bp 급락했다.

금리선물시장은 오는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로 반영했다.

50bp 인하 확률은 전날 24%에서 35%로 상승했다.

올해 연말까지 연준이 총 1%포인트 이상 금리를 내릴 확률은 75%로 반영했다.

9월과 11월, 12월 세 차례의 회의 중 최소 한 번 이상은 빅컷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국제 금값은 상승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1시 44분 전날보다 1.2% 상승한 온스당 2512.63달러에 거래됐다.

금 선물 가격도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 종가는 온스당 2546.30달러로 전장보다 1.2% 올랐다.

금 현물 가격은 16일 온스당 2,509.6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500달러를 돌파한 뒤 20일 2,531.60달러로 고점을 높인 바 있다.

금리 인하 기대에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9.02달러로 전장보다 1.80달러(2.3%)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4.83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1.82(2.5%) 상승했다.

◆연준 ‘물가와의 전쟁’ 사실상 종료

파월 의장의 금리인하 시사 발언은 2년 넘게 진행돼 온 ‘물가와의 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선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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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 충격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작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로 높인 바 있다.

2022년 6∼11월에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만 4차례 연속 단행하는 등 과격한 긴축 정책을 펼쳤다.

파월 의장의 2022년 8월 잭슨홀 연설은 ‘인플레이셔 파이터’로서 그의 의지를 명확히 선언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연설로 기억되고 있다.

8분 50초로 이례적으로 짧았던 잭슨홀 기조연설에서 그는 경기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잡겠다고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줬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이미 네 차례 연거푸 올린 상황에서 과연 금리를 지속해 높여갈 의지가 있는지를 두고 시장 안팎에서 의문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침체도 감수하겠다는 파월 의장의 선언에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두 달간 20%가량 하락했다.

시장은 “폴 볼커가 되살아났다”며 패닉에 빠졌다.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80년대 초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무려 20%까지높인 인물이다.

파월 의장은 2022년 잭슨홀 연설에서 긴축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 볼커 의장의 저서 제목(keep at it)을 차용하기도 했다.

다만 파월 의장이 감수하겠다고 선언한 경기침체는 2년이 지난 후에도 도래하지 않았다.

연준이 앞으로도 경기침체 위험을 피할 수 있는지는 향후 몇 달간 경제 흐름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는 거의 잡혔지만 연착륙 성공 여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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